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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핫이슈] 재판부 사찰? '견강부회' 넘어 '지록위마' 오싹하다

최경선 기자
입력 2020.11.28 05:58   수정 2020.11.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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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를 내리면서 6개 이유를 들었다. 그중 징계사유로 볼 만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재판부 불법사찰'은 새로운 사안이어서 눈길을 끈다. 여권 인사들은 '충격' '권위주의 시절 관행' 운운하며 불법으로 몰아가기 바쁘다. 법무부도 이 사안을 내세워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근혜 정부시절이던 2013년 '혼외자' 문제로 논란을 빚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물러났을 때가 떠오른다. 야당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결국…끝내…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 때처럼 '윤석열 찍어내기'가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 사찰'이라는 이유가 전면에 등장했는데 내용을 따져보면 7년전보다 더 무섭다. 견강부회를 넘어서 '지록위마(指鹿爲馬)'에 이른 권력의 위세가 엿보이는 탓이다.




'지록위마'가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고사를 되짚어 보자. 진시황이 사망하자 환관 조고가 황제의 유언을 위조해 태자를 죽이고 어린 왕자를 옹립한뒤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다. 자신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줄 생각으로 어느날 사슴 한마리를 끌어다 놓고 황제를 농락한다. "폐하, 저 말이 어떻게 보입니까" 하고 묻는다. 어린 황제가 "무슨 농담을 그리 하시오. 저건 사슴이잖소"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조고는 중신들을 둘러보며 "여러분들 보기에는 저것이 말이오 아니면 사슴이오?"라고 묻는다. 조고의 권력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속으로 부끄러우면서도 '말'이라고 대답했다. '사슴'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은 이런저런 죄목으로 죽임을 당했고 조정에는 어떠한 반대의견도 나오지 않게 됐다는 무서운 얘기다. 성밖에서 들불처럼 반란이 일으났을 뿐이다.

추 장관은 27일에도 '재판부 불법 사찰'을 강조했다. "윤 총장 직무정지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검사들을 향해 "판사 불법사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당연시 하는 듯한 태도를 보면서 당혹감을 넘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제 사슴인지 말인지 직시해야할 차례다. 그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검사는 "미행이나 뒷조사로 만든 자료가 아니다"고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법조인 명부나 언론기사,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를 찾아 만든 자료"라고 했다. 자료작성 의도도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공판 검사들이 공소유지를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이런 행위마저 사찰에 해당한다면 나는 식사약속에 나갈 때마다 사찰을 한다. 약속한 사람과 관련해 어떤 뉴스가 있는지 조회해 보고 간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약력까지 검색해 보고 나간다. 적절한 대화 주제를 이끌어내고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기 위한 기초자료다. 일상생활 대부분에 필요한 일이다. 업무상 필요한 사람을 만날 때에도 그 사람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고 나가면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상식이다.

'불법 사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면 미행, 도청, 주변인 탐문 등 불법적 행위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렇게 의심할 만한 요소가 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또 그 대상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그런 불법적 의도나 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추 장관은 '불법 사찰'이라고 몰아세웠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판사와 검사를 매년 평가해서 '우수검사' '하위검사'를 선정하는데 그런 작업도 불법 사찰이라는 말인지 어이가 없다.

추 장관은 10년이상 판사생활을 했던 법조인 출신이다. '성향 조사'와 '불법 사찰'을 구분하지 못할리 없다. 그래서 더 무섭다. '사슴'이라는 사실을 모를리 없는데도 '말'이라고 강변하는 탓이다. "사슴인지 말인지 그게 왜 중요하냐. 내가 말이라고 하면 그냥 말인 것이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무섭다. 환관 조고 앞에서 고개를 숙였던 많은 대신들처럼 지금도 부화뇌동하는 사람은 적지않아 보인다. 그들이 처연해 보인다.

아무리 권세가 '지록위마'할 정도로 대단해보여도 잊지말아야할 사실이 있다. 그건 메뚜기 한 철이라는 사실이다. 권세가 민심을 덮을 수는 없다.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이다.

[최경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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