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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선처럼 망할까 두려워요…그래서 또 펜을 들었습니다

김유태 기자
입력 2021.01.14 17:12   수정 2021.01.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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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쓴
정병석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후속편
자기편향·특권·반칙의 준동
범람하는 곡학아세·거짓 법치
진짜 지식인이 절멸된 시대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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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과 반칙에 어지러운 세상이에요. 그래서 펜을 들었습니다."

노동부 차관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을 지낸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68·사진)는 2016년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를 썼다. 경제 현상을 역사적으로 진화하는 사회제도의 일환으로 파악하려 한 제도학파 경제이론을 토대로, 조선 흥망 500년사를 분석한 이 책은 당시 철저한 실증과 설득력으로 적잖은 호평을 받았다.

5년 뒤인 2021년 새해 그가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를 냈다. '특권과 반칙 극복할 돌파구, 신뢰와 법치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달고서다. 왜일까. 정병석 석좌교수를 최근 전화로 만났다.

"조선의 폐쇄적이고 착취적인 제도가 조선 쇠망의 핵심 요인임을 지난번 책에서 지적했어요. 이번 책은 전작의 후속 작업입니다.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의 쇠망을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법치 훼손과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짐을 느낍니다.


"

신작의 핵심은 이렇다. 국가 시스템은 먼저 공식 제도인 법체계로 구성되고 비공식적인 사회문화 혹은 사회규범으로 보완된다. 법치와 규범이 어우러지는 나라는 선진국이다. 한국은 어떤가. 불신과 혐오의 시대상을 정 교수는 간파해낸다. "국민 분열과 진영 싸움, 가짜 정보 범람, 사회 양극화가 시대의 풍경이 돼 버렸습니다. 법은 공정하지 못하고 역으로 불신만 커지는 상황이에요. 그런 나라의 시장경제에서는 거래비용이 높아지고 비효율적인 갈등도 심화돼요. 승자 없는 싸움 속에서 모두 패자가 되는 거죠."

문제의 근원은 뭘까. 뉴욕타임스의 권위 높은 서평가 미치코 가쿠타니에게서 정 교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찾았다. 디지털 시대의 확증편향이 가짜 민주주의를 추동한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사상적 풍조와 자기 편향적 사고를 확산시키는 디지털 플랫폼 환경이 결합해 민주주의 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을 미치코 가쿠타니는 꼬집었어요. '내가 선호하는 사실'만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그런데 그게 미국만의 일입니까. 진보든 보수든 심각한 왜곡 속에서 누군가가 얼버무린 진실에 갇혀 있어요. 그건 가짜 민주주의입니다."

그사이 아부하는 지식인만 진영에서 환대받는다. 사이비 지식인의 곡학아세 말이다.

"지식인은 '아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특정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려고 '아니다. 하지만'이라고 말하는 지식인이 상당수예요. 드레퓌스 사건의 본질을 정면으로 바라본 작가 에밀 졸라의 삶을 돌아봅시다. 지식인은 희생이 따르더라도 목소리를 내야 해요. 희생하려는 자가 보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합법의 꼴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법의 근간을 흔드는 풍경도 정 교수는 지적한다. "사회가 국가를 견제해야 발전과 진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깨우쳐야 하는 시점이 오고야 말았어요.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은 족쇄를 채워 견제하지 않으면 전체주의로 전락할 우려가 커요. 권력은 적절한 통제가 수반돼야 합니다.


"

하버드대 사와로 세미나 같은 커뮤니티 복원을 정 교수는 해답으로 내놓는다.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최대 15m까지 자라는 선인장 사와로(saguaro)에서 이름을 따왔다.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가 주도하는 사와로 세미나에 주목합니다. 사와로 세미나는 학자 정치인 시민지도자 기업인이 모여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요. 지식인 참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예요. 한국판 사와로 세미나를 만들어 무형의 자본을 구축하길 희망합니다. 이 책이 그 출발점이길 바랍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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