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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실에 우는 20대…청년 창업 4%뿐

김명환 , 이윤식 , 이진한 , 문광민 , 김금이 기자
입력 2021.01.17 17:40   수정 2021.01.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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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62% "창업에 관심"…실제 창업은 극소수
"학생이 무슨 경험·전문지식 있나" 부정적 인식 여전
◆ 2021 신년기획 Rebuild 청년창업 ◆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방송을 좋아하는데, 재밌는 부분만 요약한 편집본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서울대 국문학과 4학년 추성훈 씨(25)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었다. 단지 좋아하는 유튜브를 보면 채팅장이 웃음으로 도배되거나 댓글이 폭발적인 순간이 있는데, 이를 데이터로 정량화해 편집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만 있었다. 그러던 중 학내 벤처경영연합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 조별 과제팀이었던 타 과 학생들과 함께 재밌는 편집점을 AI 알고리즘이 추천해 쉽게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 'ZALA(잘라)'로 창업했다.

기능성 의료복 제조 스타트업 '피안'을 창업한 정경인 대표(27·서울대 의류대학원 19학번)는 연구실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석사 과정에서 스마트 소재를 이용한 기능성 의류를 연구하던 중 지도 교수에게 창업을 권유받았다. 정 대표는 "의료복을 연구하기 위해 대학원에 갔는데 연구 결과가 상품화돼 시장에 출시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다"며 "차라리 상품을 직접 만들어 시장에 내놓자고 생각할 때 힘이 된 것이 교내 창업 멘토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 중 추 대표 같은 20대 비중은 100명 중 4명(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2019년 기준 3.9%)에 불과하다. 정부나 개별 대학이 청년·학생들의 창업을 독려하며 지원하고 있지만,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20대 대학생이 비집고 자리 잡을 공간이 아직은 크지 않다. 여전히 '경험과 전문지식'을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주요 요소로 보는 사회적 풍토 때문이다. 하지만 20대 젊은이들은 말한다.


'경험과 전문지식'은 부족할지 몰라도 '미래 잠재성'은 누구보다 클 수 있다고. 청년들은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신속하게 잡아내 이를 사업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박원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재학생의 창업 열정을 잘 이끌어줄 대학교 안팎의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더욱 좁아진 취업문도 청년 창업에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26%(122만3000명)로 전년 동기보다 5.2%포인트 늘어났다. 청년 4명 중 1명은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청년들이 '졸업 후 취업'이라는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 창업으로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는 지난해 학부·대학원생 1298명을 대상으로 '창업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관심이 있다' '향후 관심이 생길 것 같다' '앞으로 시도해볼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대답한 응답자가 61.9%(804명)에 달했다.


창업 대표 아니면 휴학도 못하는 한국…청년창업 4% 뿐


20대 창업 비중 4% 불과

서울대 2학기·고려대 4학기
창업 대표만 휴학 인정해줘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하는데
경험·전문지식으로 평가받아

"지원센터·전문멘토링 통해
대학생 창업 성공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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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도전 기회로 청년 창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의 한 대학 창업보육센터 앞 모습. [김호영 기자] "초기에는 국내 작가들이 그린 이모티콘을 해외 시장에 팔자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했죠."

'스티팝'(공동대표 박기람·조준용)은 이모티콘과 이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API)을 개인이나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 등에 판매하는 글로벌 마켓 플레이스 기업이다.

박기람 대표(고려대 기계공학과 12학번)가 2016년 대학 내 일진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후 팀원이 하나둘 모여 이듬해 6월 스티팝 법인을 설립했다.

박 대표는 "현재 스티팝은 전 세계에서 이모티콘 작가 7000명 이상이 활동하면서 이모티콘 25만개를 확보한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며 "지난해에는 벤처캐피털(VC)에서 130만달러(약 16억원)를 투자받아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처럼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 중 20대 비중은 3.9%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풍토 등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는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착각은 사회 경험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것인데 사회 경험이 있다고 잘하는 건 아니다"면서 "사업과 시장에 대한 직관적 안목이 더 중요한데, 대학생 중에도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보다 더 좋은 안목을 지닌 창업가가 많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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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지난해 학부·대학원생 1298명을 대상으로 '창업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긍정 응답자가 61.9%에 달했다.


특히 '아이디어가 있다면 향후 창업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는 편이다' '있다' '매우 있다' 등 긍정 대답이 62.7%(814명)로 더 높았다. 재학생 중 이미 '창업했다'(해봤다)는 응답도 76명이나 있었다.

박원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조직행위론' 강의 1·2학기 수강생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30명가량이 이미 창업했거나 할 계획이었다"며 "기껏해야 5명 안팎이겠지 생각했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권 대표 말처럼 의욕 있는 20대 창업자가 많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사례도 여럿 있다.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서비스로 연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대학이나 유관단체 지원이 역할을 한 것이다.

기능성 의료복 제조 스타트업 '피안'을 창업한 정경인 대표(27·서울대 의류대학원 19학번)는 정부 지원사업을 신청하는 것부터 힘들어하고 있을 때 서울대 교수에게 멘토링을 받으며 사업계획서와 발표 자료 등을 여러 차례 수정했고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그는 "혼자서는 절대 해내지 못했겠지만 좋은 팀원을 만나 인생에서 큰 도전을 하게 됐다"며 "대학원 연구실에서 시작된 기업이기 때문에 연구 기반 소재나 패턴을 산업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을 마친 김인아 씨(23)는 지난해 6월 법인으로 등록한 핀테크 스타트업 '올라플랜'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올라플랜은 학자금 대출에 대한 맞춤형 상환 계획을 제공한다.

대출 금액을 입력하고 500원부터 1만원까지 하루에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을 설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일주일이나 한 달 단위로 얼마씩 갚으면 좋을지 조언한다.


김씨는 교내 창업 수업을 계기로 핀테크 기업 '데일리펀딩'에 인턴으로 참여하면서 창업 기회를 잡았다. 당시 데일리펀딩의 학자금 대출 사업 프로젝트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막힌 상황이었지만 김씨가 참여하면서 운영 방식을 바꾸는 등 돌파구를 찾았다.

이후 한종완 올라플랜 대표(29)와 공동대표 자격으로 '스핀오프'를 준비하다가 학부생 신분인 장점을 살리기 위해 COO 직책을 선택했다. 김씨는 "친구들이 '지금 자살하면 학자금 대출이 없어질까'라고 심경을 전하는 얘기를 듣고 동기 부여가 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어렵게 창업은 가능하지만 '대학생 신분'과 같은 제도적 제약은 여전하다.

조준용 스타팝 대표는 "지금은 대표자만 창업휴학을 할 수 있는 대학이 많은데 함께하는 대학생 팀원도 창업휴학이 가능하다면 더 많은 인재가 용기를 내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2학기, 고려대는 4학기 등 다수 대학이 창업휴학을 제공하지만 대표만 대상인 경우가 많다.


서울대 측은 "창업휴학은 대표와 공동대표까지만 신청할 수 있다"며 "팀원은 취업으로 간주돼 창업휴학 취지에 벗어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 김명환 팀장 / 이윤식 기자 / 이진한 기자 / 문광민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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