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금융 게임 바이오 거미줄 규제…'사내변호사 전성시대' [스물스물]

입력 2021/02/20 09:10
수정 2021/02/22 15:24
이완근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
"로스쿨 진학 고민하는 청년들
팽창하는 사내변호사 시장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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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근 변호사

법조계도 코로나 불황에 허덕이지만 '사내변호사 업계'만큼은 시장 파이가 커지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이제 기업은 '수비적인 법무팀'이 아니라 '공격적인 법무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은 모임에서 시작한 한국사내변호사회는 10년도 안 돼 회원수 2200여 명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선 전체 사내변호사는 4000여 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변호사 3만명 가운데 약 13%가 기업에 속한 변호사인 것이다.

사내변호사 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음'이다. 2009년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사내변호사가 급증했다.


9일 매일경제와 만난 이완근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은 "회원 2200여 명 가운데 2/3 이상은 40대 이하로 젊은 변호사"라며 "사내변호사는 '고인물'이라 할 수 있는 중견 사내변호사가 별로 없어서 젊은 변호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한국사내변호사회를 이끌고 있는 이완근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사내변호사 1세대다. 33기는 2002년 사법시험 합격 기수로, 당시 합격자가 처음으로 1000명대에 달했다. 사법연수원 졸업생이 1000명을 넘어서면서 기업으로 눈을 돌린 법률가가 하나둘 늘어났다.

33기에는 사내변호사로 법조경력을 시작해 현재 각 기업의 임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들이 상당수 있다. 양종윤 CJ 부사장, 최준우 현대모비스 준법·지식재산실장, 신윤철 미래에셋대우 컴플라이언스본부장 등이다. 다들 한 회사만 줄곧 다녔다.

이완근 회장은 사내변호사들의 '커리어 상담'을 많이 해줬다. 사내변호사는 회사원과 변호사의 중간지대에서 애매한 입장에 놓이기 쉽다. 사내변호사가 회사에서 고립되거나 회사에 오래 남아 있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기도 한다. 과거 법조3륜은 법원(판사), 검찰(검사), 변협(변호사)으로 통했지만, 법조4륜에 '사내변호사'라는 직군을 넣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회장은 '커리어 상담'을 해줄 때면 "당장만 보지 말고, 10년 후를 내다보라"고 말해준다.


그는 "이직을 고민한다면 현 직장에서의 10년 후와 새로운 직장에서의 10년 후를 그려봐야 한다"며 "더 이상 변호사 자격증이 우리를 먹여살려 주지 않으므로 멀리 보고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변호사가 기업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보다 도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회사는 사내변호사를 엘리트 취급하기 때문에 직급과 업무 간 괴리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며 "대리나 과장급 대우를 받지만 차장이나 팀장급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사내변호사가 불만이 많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불균형을 젊은 세대들이 견디기 힘들어 하는데, 이를 뒤집어 보면 사내변호사에게 더 많은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소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을 따지는 자가 사내변호사를 선호한다는 말이 있다. 사내변호사는 퇴근 이후에는 의뢰인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락에 시달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사내변호사도 워라밸 따지면 집에 간다"며 딱잘라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소속 사내변호사가 200명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경력 과정에서 본인을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유독 사내변호사는 끝이 빠르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고민하는 청년에게는 한번 도전해볼 것을 권유했다. 최근 기업이 사내변호사를 점점 많이 뽑고, 사내변호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 이 회장은 "팽창하는 시장에 드러눕지 말고,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내변호사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은 규제산업이다. 사내변호사의 모태가 된 금융업 외에도 정보통신(IT), 바이오, 게임 분야 등이다. 특히 규제산업에서는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 업무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컴플라이언스란, 기업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발적으로 관련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가리킨다.

이 회장은 사내변호사의 컴플라이언스 업무 활성화가 업계 화두라고 말했다. 컴플라이언스 업무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산업군에 걸쳐 확산된 'ESG 경영(지속가능경영)'과 관계가 깊다. ESG 경영 위해 컴플라이언스 업무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 회장은 "기업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업무하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적극적인 준법감시활동이 필요해졌다"면서 "지금까지 기업의 법무팀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제 컴플라이언스팀은 문제가 되기 전에 경고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국내 컴플라이언스에는 2개의 큰 이슈가 있었다. 하나는 김영란법과 다른 하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였다. 2016년 9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도입으로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를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또 삼성이 2019년 10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 이후 컴플라이언스를 목적으로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양형에 반영할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면서 양형요소로 고려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달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완근 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이후 컴플라이언스 업계가 확 커질 것을 기대했으나 이 부회장의 실형 확정으로 좀 더 뒤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사내변호사에 적합한 인재상에 대해선 "요구되는 역량이 전통적 의미의 변호사와는 차이가 있다"며 "판검사에 어울리는 법조인과 사내변호사로 성공할 인재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정적인 차이는 사내변호사의 경우 자기의 법률 의견이 회사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이라며 "사내변호사는 자기의 법률 의견을 관철할 수고를 감내하고, 사람간 스킨십을 좋아해야 회사에서 인정받더라"라고 말했다.

■ He is…

2018년부터 한국사내변호사회를 이끌고 있는 이완근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다. 2009년 로스쿨 개원 당시 아주대 전임교수로 옮겼고, KCC 사내변호사 등을 거쳐 지금은 오픈소스 전문기업인 OSBC(오에스비씨) 상무로 재직 중이다. 법무외에 사업기획업무도 맡고 있다.

[박윤예 기자]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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