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방방콕콕] 정규직 전환·가덕신공항…내우외환 인천공항 20살 생일 잔치 겨를 없다

입력 2021/03/14 13:53
수정 2021/03/14 21:14
이달 공항 개항 만 20주년
코로나19로 2년 연속 적자

2019년 세계 여객 5위서
작년 세계 8위로 밀려나

정규직 전환·가덕신공항
내우외환에 새 비전 관심

임기 안채운 사장만 3명
새 사장, 임기 완수 필요
문헌상 우리나라 성년식(成年式,)은 삼한시대에 처음 시작됐다.

성년이 된 소년의 등에 줄을 꿰어 매단 통나무를 끌게 하면서 자신이 수양을 할때 사용할 집을 짓도록 했다. 성년으로 살아가려면 육체·정신적으로 강해져야 한다는 뜻에서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후손들은 만 20세 청년에게 향수·장미·입맞춤을 선물하며 성년을 축하한다.

무한한 열정과 사랑의 지속(장미), 타인에게 향기로운 사람(향수), 서로에게 책임감 있는 사람(입맞춤)이 되라는 의미다.

부모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로 살아기 위해 필요한 덕목을 선물에 담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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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기여 현황. <사진=인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이 올해 성년이 됐다. 2001년 3월 김포국제공항에서 독립해 인천 영종도 시대를 연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안타깝게도 향수·장미·키스 선물이 없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2년째 인천공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허브공항' 정책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 노선을 인천공항에 몰아준 정부 보호막도 점차 엷어 지는 모습이다.

외로운 홀로서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개항후 18년간 훨훨 난 인천공항


황무지였던 인천 영종도는 1990년 22개 경쟁 후보지를 누르고 신공항 예정지로 낙점됐다. 100개월 공사 끝에 최신 공항으로 변신했다.

1992년 11월부터 100개월간 투입된 자원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공항 건설 투입 인력 연 1380만명, 동원장비 연 253만대, 설계도면 48만장, 총 건설비는 5조6000억원에 이른다.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렸다. 당시 새만금개발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IMF 외환위기 등 환경변화로 좌초·연기되는 상황이었지만 인천공항 건설은 중단되지 않았다.

온갖 역경을 이겨낸 인천공항은 2001년 3월 문을 열었다. 세계를 잇는 우리나라 하늘길 관문이 서울에서 인천으로 변경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국내선 공항으로 쪼그라든 김포국제공항은 울고, 인천국제공항은 웃었다.

인천공항은 개항 이후 승승장구했다.

19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유화로 급증하기 시작한 국제항공수요를 스펀지 처럼 빨아들였다. 김포공항 시설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예측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인천공항의 연간 항공기 운항횟수는 2002년 13만회에서 2019년 40만회로 3.1배, 여객은 2092만명에서 7117만명으로 3.4배, 화물은 171만회에서 276만회로 1.6배, 환승객은 246만명에서 839만명으로 3.4배 성장했다. 국제여객 기준 세계 5위, 국제화물 기준 세계 3위 공항으로 우뚝섰다.

급증 여객을 감당하기 위해 시설도 늘려야 했다. 2008년 6월 탑승동·제3활주로를 준공하고, 2018년 1월엔 제2여객터미널을 만들었다.

지금도 연간 여객 1억명 시대에 대비해 제2여객터미널 확장, 제4활주로를 만들기 위한 4단계 확장 공사(2024년 완공 예정)를 진행중이다.

양적 성장만이 아니다.


세계 1700여개 공항 협의체인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2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개항 4년 만인 2005년부터 2016년까지 한번도 1위를 다른 공항에 내준적이 없다. 이 상을 주관하는 ACI는 2011년 인천공항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며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임을 재인증했다.

21세기 신생 공항에 세계 공항의 대접도 달라졌다. 쿠웨이트 등 15개국이 30여개의 해외사업을 맡기기도 했다.


블랙스완 코로나...인천공항을 집어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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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운영성과.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은 거침 없었다. 2004년 첫 흑자 기록 이후 16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정부도 웃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인천공항은 대주주인 정부에 1조8600억원을 배당했다. 2009년부터 지급한 배당금까지 합하면 2조58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배당금외에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수천억 원에 이르는 세금(국·지방세)을 거두기도 했다. 2019년 인천공항이 낸 국·지방세만 6377억원이다.

하지만 개항이후 연평균 8%의 성장을 거듭해온 인천공항은 지난해 첫 시련을 맞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그 주범.

지난해 인천공항이 처리한 국제여객은 1195만명으로 2019년 대비 83% 감소했다. 개항 이후 최저치다. 1년 만에 국제여객 기준 세계 5위 공항이 8위 공항으로 밀려났다.

이용여객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매출도 뚝 떨어졌다. 2019년 매출 2조7592억원, 당기순이익 8660억원이 지난해 매출 1조978억원, 당기순이익 -4268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4000억원대 적자는 17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매출 5798억 원, 당기순이익 -8609억 원이 관측되고 있다. 2년 연속 적자가 유력해지면서 정부·지자체도 세금과 배당금을 기대할 수 없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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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재무 전망. <사진=인천공항공사>

코로나19는 시설 확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을 정부 지원 없이 자체 재원으로 건설한 인천공항은 2018년 12월 착공한 4단계 확장 공사를 위해 빚을 내 진행하고 있다. 4조8000억원의 4단계 공사 등을 위해 올해 1조7000 억원의 채권 발행을 계획했다. 올해 73.3%인 부채비율은 4단계 공사가 종료되는 2024년 110.5%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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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항공수요 감소 현황. <사진=인천공항공사>

개항 이래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구조조정 등 공격적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갑자기 반등할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다 어려운 때일수록 공공기관이 버팀막이 돼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인천공항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점업체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핵심은 임대료 추가 감면이다. 인천공항은 올해 면세점 업계 상생 발전 방안으로 6000억 원 규모의 임대료를 감면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도 인천공항은 4769억원의 임대료를 면제하고 2400억원의 임대료 납부를 유예한바 있다. 올해 면제 규모는 작년 보다 1240억원이 더 많다.

인천공항은 또 이달 종료되는 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을 1터미널 다른 구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3개 사업자(신세계·현대백화점·경복궁면세점)에게 임시로 줘 면세점 직원 고용안정, 공실을 최대한 막기로 했다.


재비상 키워드는 '내우외환 극복 + α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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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 지홍구기자

인천공항의 위기는 코로나19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우외환'에 처해있다.

안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여전하다.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소방직 등을 공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인천공항의 지난해 발표는 이른바 '인국공 사태'를 불렀다.

소방직 등 일부 소수 전환 직렬은 전환 시험 과정에서 탈락자가 발생해 정규직 전환 방침이 실업을 양산하는 역설이 연출됐다.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전환 계획이 공정·정의에 위배된다며 이를 결정한 사측과 각을 세우고 있다. 취업을 준비해 온 젊은이들까지 가세하면서 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는 불공정의 대명사가 됐다.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다른 분야 협력업체 직원들도 공사 직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문제는 노사·노노 갈등을 양산하며 인천공항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스카이72 골프장 사업권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말 임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기존 사업자인 스카이72측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골프장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4월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정상화 때까지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최후 통첩했지만 스카이72는 양보 없다는 입장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밖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가운데 가덕신공항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최근 정치권은 부산 가덕도에 새로운 관문 공항을 짓겠다며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독도를 방문해 '가덕신공항은 세계적인 물류거점이 될 수 있다"며 2030년 이전 완공을 강조했다. 인천공항은 가덕신공항 건설시 인천공항에서 이전 되는 수요가 최대 7%에 불과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가덕신공항을 물류거점 공항으로 키우기 위한 인위적 노선 배분 등의 정책적 지원이 수반되면 화물 세계 3위 공항인 인천공항의 위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허브공항 정책으로 최대 수혜를 누린 인천공항이 성년 선물 없이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지휘봉을 잡은 김경욱 사장도 이러한 내우외환 사정에 대한 고민이 커 보인다.

김 사장은 "적극적으로 제기된 현안은 정리하고, 코로나19가 극복될 때 공항이 재도약 할 수 있는 부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이 코로나19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 틈새를 찾아 먼저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임 사장 체제에서 추진하던 공항경제권(공항 주변 종합 개발)도 계속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인천공항이 재비상 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운항 거점' 이상의 '+ α'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인천공항 미래 청사진이 될 '+ α' 전략은 곧 '2040 비전' 형태로 공개될 전망이다. 국토부 2차관에서 공항 CEO로 변신한 김 사장의 첫 수(手)인 셈이다.

동시에 김 사장이 유념해야할 부분도 있다. 인천공항에는 2013년 5대 사장 자리부터 본격화된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7년째 이어지면서 조직이 관료화되고 정부 눈치를 보느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략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존재한다. 특히 임기중 사퇴하는 사장이 늘면서 "정계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전락했다"는 자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013년 임명된 5대 정창수 사장(국토부 차관 출신)은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취임 9개월 만에 사퇴했고, 6대 박완수 사장(창원시장 출신)은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2015년 말 그만뒀다. 7대 정일영 사장(국토부 1급 출신)은 임기를 채웠지만 8대 구본환 사장(국토부 1급 출신)이 임면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사상 첫 해임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임기를 다 마치는 사장을 보고 싶다" "불안정한 조직을 다잡고 땅에 떨어진 사기를 높여야 원팀이 될수 있다"는 직원이 많다.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지홍구 기자]

※ '방방콕콕'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하는 따끈따끈한 이슈를 '콕콕' 집어서 전하기 위해 매일경제 사회부가 마련한 코너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식부터 지역 경제 뉴스, 주요 인물들의 스토리까지 다양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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