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필수'라는 자궁경부암 백신 "비싸서 못 맞아요" [스물스물]

김형주 기자, 명지예 기자
입력 2021/03/18 15:09
수정 2021/03/18 17:45
부자만 맞는 '금수저 백신'
만12세 여아만 무료
이후엔 개인 부담해야
외국은 남성에도 접종지원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박모씨(26, 여)는 최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맞기 위해 목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몇년 전부터 의사에게 백신을 맞으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접종 비용이 6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이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한 자궁경부암 백신의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해 가난한 청년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가다실', '서바릭스' 등으로 알려진 해당 백신 제품들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HPV 감염을 예방한다. 현재 만12세 여성 청소년에게만 무료접종이 지원되고, 다른 연령대의 여성은 45~60만원의 백신비를 부담해야 한다.


최근 가다실을 맞은 정모씨(28, 여)는 "20대 초반부터 맞고 싶었는데 비싸서 못 맞았다"며 "친구가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고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해서 무서운 마음에 서둘러 접종했다"고 밝혔다.

HPV는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고 성기사마귀를 유발해 백신 접종을 원하는 남성들의 불만도 크다. 직장인 김모씨(33, 남)는 "남자에겐 크게 해가 없지만 교제하는 여성에게 안 좋을 수 있다고 해서 맞았는데 총 비용이 60만원이 넘어 1차만 맞고 포기했다"며 "필수백신이라고 하는데 남자들은 HPV가 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성 매개 감염을 막기 위해 남성들에게도 HPV 접종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37개국 중 20개 나라는 남성들도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정부가 무료접종의 연령과 성별을 제한한 건 재정 부담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접종 연령을 확대하면 재정 부담이 커진다"며 "접종지원 확대에 따른 실익이 늘어난 비용에 못 미칠 수 있어 현재 비용효과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궁경부암 환자와 진료비는 계속 느는 추세다. 자궁경부암 환자는 한해 3500명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2019년 자궁경부암 진료 인원은 6만2671명, 총 진료비는 1303억으로 5년 연속 증가했다. 젊은 여성에서 특히 늘어 10대 환자는 133%, 20대와 30대는 각각 72%, 25% 급증했다.

부모의 무관심과 오해 등으로 만12세 여아 3명 중 1명은 HPV 접종을 완료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4년간 HPV 국가예방접종 대상 중 1, 2차접종을 모두 완료한 '완전접종률'은 66%에 그친다. 백수진 호산여성병원장은 "HPV 백신은 성관계 이전에 접종하는 게 효과가 큰데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다'며 안 맞추는 부모들이 있다"며 "성관계를 시작한 여성은 1년에 1번 자궁경부암을 검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가다실을 공급하는 한국MSD는 4월부터 제품 공급가격을 15% 인상하기로 했다.

[김형주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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