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승무원 꿈접고 공무원 준비해요"…'코로나 직격탄' 항공·여행학과 학생들 [스물스물]

이진한 기자, 한재범 기자
입력 2021/03/27 11:24
수정 2021/03/27 22:09
공채 가뭄에 '울며 겨자 먹기' 새 진로 찾기
출입국관리 등 항공분야 공무직 공채도 노려
재학생 "지금 상황 계속되면 휴학 후 '전직' 준비"
학교 "항공 관련 일자리는 결국 생겨…내실 다져야"
29182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사진은 서울시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교육훈련동에서 캐빈승무원 안전교관이 신입 캐빈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및 AED(자동심실제세동기) 사용에 대해 교육하고 있는 모습. [매경DB]

지난달 수도권의 한 전문대 항공서비스학과를 졸업한 한유미 씨(가명·21)는 최근 스튜어디스의 꿈을 접어두고 진로를 바꿔 공무원 시험 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항공사들이 있는 직원도 구조조정하는 판에 신입사원 입사는 대부분 채용 공고도 나지 않아 꿈도 못꾼다"며 "바늘구멍이라지만 도전이라도 할 수 있는 항공직렬 공무원과 인천국제공항공사 공채 등 항공 관련 분야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여행 산업이 직격타를 맞으면서 항공서비스학과 등 관련 분야로 진학한 대학생들의 취업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관련 학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령인구 감소 영향까지 받아 2021학년도 신입생 경쟁률이 급락하면서 생존경쟁에 절벽까지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 관계자들은 신입생 확보를 위해 학교 차원에서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7일 진학사 스마트경쟁률에 따르면 국내 스튜어디스 관련 학과 중 1위로 알려진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운항과의 2021학년도 수시1차 경쟁률은 103명 정원에 3312명이 지원하며 31.16대1을 기록했다. 103명 모집에 4488명이 지원(43.57대1)한 2020학년도, 106명 모집에 5014명이 지원(47.30대1)한 2019학년도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경향은 정시 일반전형에서도 드러나, 2021학년도 경쟁률은 19명 정원에 175명이 지원(9.21대1)하며 2020학년도(510명 지원·26.84대1), 2019학년도(664명 지원·34.95대1)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4년제 대학 중 스튜어디스 관련 학과로 '입결'(입시결과)가 가장 높다는 한서대학교도 수시전형 경쟁률이 2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학교의 2019학년도 수시 경쟁률은 27명 모집에 3141명이 지원해 116.34대1을 기록했지만 2021학년도 수시 경쟁률은 30명 모집에 1745명이 지원해 58.17대1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경쟁률 급락은 수원과학대, 장안대, 한양여대 등 스튜어디스 학과를 보유한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항공기계과·항공지리정보과 등 주변 학과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났다.

291829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제주항공에 신규입사해 교육중인 승무원 20명이 뉴클래스의 음료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매경DB]

입시 전문가들은 전문대학 항공 관련 학과들이 코로나19 여파를 정면으로 맞았다고 분석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전문대의 강점은 취업이 쉽다는 점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2년간 이같은 '취업사관학교' 타이틀이 무색해졌다"고 설명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도 "구조조정 등 이슈가 터지면서 경쟁률이 떨어진 건 자명하다"며 "교육부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희망직업 선호도에서도 스튜어디스는 2019년 8위였는데 2020년에는 20위권 밖으로 밀렸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업계 상황이 언제 풀릴 지 모르는 만큼 '전직'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관련 학과 2학년으로 올해 말이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장아란 씨(가명·20)는 "당장 올해 말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해외 여행이 자유로운 시대가 되려면 5년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라며 "올 상반기까지 항공사 공채가 뜨지 않는다면 다음 학기를 휴학하고 아예 다른 직군으로의 진로도 알아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신입생 확보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진로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심문보 한서대 공항행정학과장은 "학생들에게 항공업계 취직 외에도 출입국 관리직 등 관련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공무직도 안내하고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는 올해 4학년 학생들이 처음 졸업하는 만큼 올해 결과가 후배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경쟁률 저하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급락은 코로나19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입학 기준 완화나 정원 축소는 물론 학과 통폐합 등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지만 결국 학교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항공 관련 학과는 결국 수요가 있는 분야인 만큼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 / 한재범 기자]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