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7년간 함께 했던 반려견 '찰리'가 사육사를 꿈꾸게했죠"

입력 2021/03/28 11:14
수정 2021/03/29 09:20
[스물스물] 국제멸종위기종 돌보는 초보 사육사 김범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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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원 남미관에서 일하는 사육사 김범주 씨가 한 나무늘보에게 먹이를 급여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서울대공원]

최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는 새 식구가 생겼다. 에버랜드에서 지내던 국제적멸종위기종인 원숭이 '황금머리사자타마린' 3부자가 보금자리를 서울대공원 남미관으로 옮긴 것이다.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해 넓은 사육 공간을 확보해주기 위한 에버랜드의 결단이었다. 고향이 남미 열대우림인 황금머리사자타마린은 CITES(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1급으로 지정된 개체로, 야생에 약 6000마리만 남아 있을 정도로 심각한 멸종 위기 동물이다.

이같이 귀한 손님을 맡게 된 입사 1년차 초보 사육사 김범주 씨(32·서울대공원 남미관 근무)는 요즘 '열공중'이다. 2016년 서울시 뉴딜사업 '생명가꿈전문가'에 참여하고, 2019년부턴 1년간 동불보호센터에서 일한 그에게 영장류 사육은 처음이어서다.


서식지와 습성 등 황금머리사자타마린의 특성을 들여다보며 필요한 것을 살피고, 교감하며 천천히 가까워지는 중이다. 황금머리사자타마린은 대부분 쌍둥이를 낳으며, 새끼를 낳게 되면 부모 뿐 아니라 형제자매들이 공동으로 육아에 뛰어드는 점도 알게됐다. 김 씨는 "친구들이 처음왔을 땐 은신처에 숨어서 나오지도 않고 먹이도 먹지 않았다"며 "이젠 손을 만져보고 냄새도 맡으며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 이 맛에 사육사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맛에 사육사한다'고 느꼈던 그는 언제부터 사육사를 꿈꾸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17년을 함께했던 반려견 '찰리'(닥스훈트 종)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긴 시간 동안 동물과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애견인에서 동물 전공자가 됐다는 것이다. 대경대학교 동물사육복지과를 졸업한 후 한 애완용품 물류회사에서 4년, 용인시 동물보호센터에서 1년간 일한 그는 "멸종위기종의 종 보전과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해선 사육사가 더 맞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육사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동물 복지와 종보전으로 바뀌는 동물원의 새로운 역할을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남겼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황금사자타마린의 사육을 담당하고 계신데, 어떤 친구들인지요.

▷제가 영장류 사육은 처음입니다. 사육사에게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요. 황금머리사자타마린의 서식지나 야생에서의 습성 등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직접 사육하면서 관찰해보니 친구들이 몸집은 작은데 이동반경도 넓고 적응이 빨랐습니다. 호기심도 굉장히 많은 동물입니다.


또 다람쥐와 비슷한 손톱을 갖고 있어서 나무를 잘탑니다. 저희가 설치해준 로프나 나무, 지붕 위를 손쉽게 올라가는 모습이 관찰돼 앞으로 더 많은 구조물을 설치해줄 예정입니다. 또 이 친구들은 야생에서 대개 쌍둥이를 낳는데, 통상 유인원들에게는 흔치 않은 모습이죠. 새끼를 낳게되면 부모는 물론 형제자매들까지 공동 육아를 합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순찰을 하며 동물의 이상 유무를 관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육사의 루틴이죠. 아침에 출근해서부터 퇴근하기까지 수시로 순찰을 합니다. 오전 순찰의 경우엔 밤새 별일이 없었는지 확인하고, 방사장 청소와 먹이 급여도 같이 합니다. 오후 순찰 때는 오전에 급여한 사료를 잘 먹었는지, 개체들간 싸우지 않았는지를 확인하죠. 퇴근 전 마지막 순찰에서는 동물에게 이상 유무 여부를 한번 더 체크를 합니다. 순찰로 시작해서 순찰로 끝나는 일과죠(웃음).

-담당해보신 동물들 중에 기억에 남는 종이 있으신가요?

▷사육사가 되기 전 서울시 뉴딜사업 생명가꿈전문가로 '야생동물사육관리보조' 업무를 수행할 때 큰물새장조류(두루미, 황새, 홍부리황새, 펠리컨, 큰고니, 혹고니 등)를 담당했습니다. 사람들은 새에게 크게 관심이 없고, 동물원이라고 하면 호랑이나 사자 등 큰 동물이 가장 인기가 많기도 하죠. 하지만 조류는 정말 매력적인 동물입니다. 큰물새장에서 물청소를 해주면 청소한 것을 아는지 다들 목욕도 하고 몸치장도 하죠. 번식기 때는 산란 준비를 위해 둥지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뭇가지도 많이 넣어줘 튼튼한 둥지를 짓게 도와주기도 했어요. 새들을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육사'란 직업도 주목의 대상이 됩니다. 사육사를 직업으로 택한 계기가 있을까요?

▷17년을 함께 지냈던 반려견 닥스훈트 '찰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세월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동물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경대학교 동물사육복지과에 입학해, 애견인에서 동물 전공자가 됐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데, 한 교수님께서 "동물은 서류가 아니다"라고 하신 말씀도 기억에 오래오래 남습니다. 동물은 생명체이기에 우리의 돌봄이 필요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역할로 '사육사'를 택한 이유죠.

-동물학 전공자들은 흔히 '반려동물' 쪽으로 진로를 선택할지, 아니면 '사육사'로 갈지를 두고 고민을 한다고 합니다. 사육사님의 경우는 어땠나요?

▷대학 졸업 후 애완동물용품 물류회사에서 4년간 근무하고, 서울대공원에서 일하기 전에는 용인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사양관리원으로 1년동안 일했습니다. 동물보호센터에서는 유기된 반려동물들의 가족을 찾아주고, 상처를 보듬는 업무를 했어요. 사양관리원이란 직업도 좋았지만,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종 보전과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측면에선 사육사가 더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육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과 준비과정은 어떤게 있을지요.

▷일단 축산과 등을 포함해 동물 관련 학과에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학교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죠. 많은 동물을 보유하고 있었고, 실습위주의 교육을 받아 현장에서의 빠른 적응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사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격증을 많이 보유하는 것도 유리합니다. 저는 지금 스킨스쿠버와 애견훈련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 현재 축산기사와 분류기사 자격증 시험도 준비중입니다. 또 필요한 자질로는 관찰력, 기억력을 꼽을 수 있어요. 담당 동물을 사육하면서 관찰하고 개체마다의 특징을 파악하고 기억해야합니다. 동물 뿐 아니라 사육공간이나 시설물까지도 신경을 많이 기울여야 동물이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가장 중요하겠죠. 관심이 없다면 쳐다보지도 않고, 신경도 안쓰게 될테니까요.

-사육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의 경우엔 과거 애완동물용품 물류회사에서 4년간 일하며 생활의 안정은 생겼지만 '동물들과 함께 지내며 일하는 꿈'은 놓을 수가 없었어요. 오래 고민한 끝에 그 꿈을 이루려고 직장을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이후 취업준비생인 기간도 길었고 취업이 잘 안돼 혼자서 걱정을 많이했죠. 실제로 서울대공원 채용 공고가 났을 때마다 떨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계속 도전한 끝에 꿈에 그리던 사육사가 됐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희망하고 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 열정이 있다면 사육사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더불어 "귀엽다. 만져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동물을 바라보기보다, 동물의 복지·종보전 역할이라는 동물원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최현재 기자]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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