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 온라인수업 절대평가…로스쿨 입시 꽃길 깔린 20학번 [스물스물]

김형주 기자, 김금이 기자
입력 2021/04/03 09:58
수정 2021/04/05 06:28
학과마다 A학점 비율 2~3배 차이
코로나로 '절평' 받은 저학번들 유리
합격생 전공 사회, 상경, 인문, 법학 순
로스쿨 간판 "로펌 입사에 절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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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2020년도에 대학에 입학한 세대가 향후 로스쿨 입시에서 꽃길을 걷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에서 학부 때 성적(학점)이 결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학부 및 학교별로 학점의 유불리가 다르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지만,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대부분의 과목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수강한 2020학번들이 상대적으로 후한 학점 때문에 유리해졌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절대평가 방식인 경우 학점이 후하게 나온다는 인식이 있다.

3일 대학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고학번 학생들이 로스쿨 입시에서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스쿨 준비생 김모씨(25)는 "최근 비대면 수업과 함께 절대평가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18, 19학번 등 저학년들은 비교적 학점을 쉽게 받았다"며 "학점을 대부분 이수해 더이상 점수를 올릴 수 없는 장수생들 입장에선 더 초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점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 공정하지 않으니 법학적성시험(LEET) 비중을 늘리는 게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로스쿨 준비생이 입시에 민감한 이유는 법조시장에서 로스쿨 간판이 취업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김광태세율'로 불리는 대형로펌에 상위권 로스쿨 출신이 아닌 변호사가 취업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대형로펌 변호사 C씨는 "로클럭이나 검사 등 공직 진출에는 상관이 없을지 모르나 로펌 입사에서 로스쿨 학벌은 절대적"이라며 "중하위권 로스쿨 출신이 메이저 로펌에 들어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성적을 평가하는 방식에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있다. 일부 학과는 대부분의 학생에게 A 학점을 뿌리거나 모두 B이하의 학점을 주는 반면 어떤 곳은 칼같은 상대평가로 상위 30%에게만 A학점을 준다. 이와 같은 사정을 주요 대학 로스쿨들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았는가를 평가할 때 어렵고 학점이 낮게 나오더라도 제대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실제 학교, 학과마다 A학점을 주는 비중은 2~3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윤리교육과에서 2020년 1학기에 A+학점을 받은 비율은 42.7%로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최고 학점을 받았지만 경제학부는 22.5%였다. 고려대의 경우 교육학과가 58.4%, 독어독문학과가 42.7%였던 반면 심리학과와 통계학과는 각각 17.1%, 17.5%에 그쳤다. A+ 비율이 낮은 학과의 학생들은 그만큼 A+학점을 얻기 위해 다른 학과 학생들보다 높은 성취를 보여야 한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입시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로스쿨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 박씨는 "나는 (학점을 짜게 주는) 법대 출신이어서 학점 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다른 과에 비해 학점 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인 탓에 동기들 중에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로스쿨에 못 간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비 법조인인 로스쿨 준비생들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로스쿨 입시를 준비중인 김모씨(24)는 "학점이 4점대 초반이어도 낮은 학점으로 평가받고 0.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이수과목명을 보고 출신 학부나 학과의 상황을 짐작해 정성평가로 반영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준비생 입장에선 불안함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로스쿨은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에서 학교, 학과별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 전국 로스쿨 합격자 중에서 상경계열 출신은 23.47%로 인문계열(17.79%), 사범계열(5.07%)보다 많았다. 일반적으로 상경계열은 상대평가가 많아 졸업생 성적이 낮은데 더 많은 합격자가 나온 것이다. 가령 2020년 서울대 학부 졸업생의 평점평균을 보면 상경계열인 경영대학(3.66), 경제학부(3.76)가 서아시아언어문명(3.85), 사회교육과(3.93) 등을 밑돌았다.

각 대학 로스쿨들도 정성평가에서 학부의 성적평가 방식을 고려한다고 암시하고 있다. 학점 평가방식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고려대 로스쿨은 "학점 인플레 현상은 정성평가에서 고려될 수 있다"고, 연세대 로스쿨은 "수강과목이 난이도,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전공충실도 등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도 "정량평가에서 학업성적은 학교별 학과별 차이를 구분하지 않는다"면서도 "정성평가 과정에서 학업 능력과 태도, 법률가로서의 소양과 발전가능성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면접 및 구술고사를 통해 지원자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정량평가에서도 학부 학점의 평가방식이 상이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소재 사립대생 박씨(21)는 "우리 과는 철저하게 상대평가를 해서 로스쿨이든 취직이든 학생들이 외부에 진출할 때 손해를 받는다는 비판이 많다"고 토로했다.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김형주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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