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은행발 탈(脫)공항 움직임…고객 불편 안중 없나?

입력 2021/04/10 08:42
수정 2021/04/13 13:52
[방방콕콕]
우리은행 김포공항 국내·국제선 철수
6월 14일 대한항공 출장소와 통폐합

임대료 40억 감면 받고도 철수
인천공항 영업점은 계속 운영

여객들 "코로나 위기 이해하지만
정부 소유 은행, 고통분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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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영업점 입구에 6월 14일 대한항공 영업점으로 이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 = 지홍구 기자]

2018년 1월 중순때 일이다.

우리은행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식 개장(1월 18일) 사흘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영업점'을 열었다.

우리은행측 임직원은 물론 인천국제공항공사,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 대한항공 등 공항 관련 기관 간부들이 대거 참석해 기쁨을 나눴다.

당시 우리은행의 자부심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천국제공항 2개 여객터미널, 김포국제공항 국내선과 국제선에 모두 입점한 유일한 은행"이라면서 "글로벌 은행으로서의 위상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이랬던 우리은행이 2년 여 만에 어렵게 세운 '유일한 기록'을 포기하기로 했다. 김포공항 국내선·국제선 영업점을 6월 14일자로 폐쇄하고 대한항공 영업점과 통폐합하기로 한 것이다.


수익률 감소,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인데 이례적으로 공항 영업점을 포함시켰다.

수년 전 공항 입점을 위해 타 은행과 치열하게 눈치 경쟁을 벌이던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수긍하기가 어려운 대목이다. 예전부터 공항 입점은 수익성 보다 브랜드 관리 목적이 커 더욱 그렇다.

국내 하늘길을 대표해 온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서 치열한 입찰 경쟁을 뚫고 영업권을 따낸 은행이 스스로 두손을 들고 나가기는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당시 첫번째 철수 주인공도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패널티를 물고 계약 중간에 인천공항 철수를 결정했다.

1년간 국제선 손님 '0'...2년여 남은 영업권 '포기'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김포국제공항은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국내선 연결 공항으로 위상이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국제선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면서다. 하지만 김포공항은 열세를 딛고 성장을 거듭해 연간 2500만명이 이용하는 국내선 허브 공항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도 서울과 제주·김해 등 전국 지방 공항을 거미줄 처럼 연결하고, 대만 중국 일본 등 단거리 국제 노선을 보유해 한·중·일·대만 비즈 포트(Business+Airport)란 새로운 틈새 시장을 찾아냈다.

2019년 이용객은 2544만명. 인천공항 포함 국내 15개 공항중 인천공항(7116만명), 제주공항(3131만명)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여객을 처리했다.

이후에도 고성장이 예상됐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등장한 지난해, 김포공항 이용 여객은 1744만명으로 떨어졌다. 2019년 대비 31.4%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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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국제공항 입점 은행 현황. [자료 = 한국공항공사]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해외여행수요가 국내로 몰리면서 김포공항 국내선은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매년 400여만명이 찾았던 국제선은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0명이다. 입국자 검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했기 때문이다.

김포공항 이용객이 큰폭으로 감소하면서 입점 은행도 직격탄을 맞았다.

김포공항 은행 사업권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따 2019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이들 공항이 내는 연간임대료는 우리은행 97억원, 신한은행 96억원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입점 은행들이 손님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자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55억 원의 임대료를 감면했다. 이중 40억원은 우리은행, 15억원은 신항은행 분이다.

이런 지원에도 우리은행은 철수를 결정했다. 철수 이유를 시원하게 들을 수 없었다.

한국공항공사는 '경영 합리화 일환'으로 알고 있고, 우리은행측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영상의 이유를 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똑같이 코로나19 영향권에 놓여 있고,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더 적은 임대료를 감면 받은 신한은행은 김포공항 철수 계획이 없어 코로나19가 철수를 결정하는 절대적 변수로 작용했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가 않다.

인천공항으로 튄 불똥...아직 철수 계획 없어


우리은행이 김포공항 철수를 결정하면서 덩달아 인천공항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우리은행발 김포공항 철수가 '공항 엑소더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이 사업권을 낙찰받아 제1여객터미널(2015년부터), 제2여객터미널(2018년부터) 지하 1층에 각각 2개의 영업점(총 6개)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낙찰이후 2020년까지 총 6028억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에 냈다. 코로나19 발생전인 2019년에만 제1터미널에서 779억원, 제2터미널에서 394억원의 임대료가 걷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여객이 급감하면서 일시적으로 임대료가 낮아진 상태다.


인천공항은 코로나19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임대료 50%를 감면했고,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는 여객 수요가 80% 이하인 경우 2019년 대비 여객감소율 만큼 임대료를 감면해 줬다. 이 기준에 따라 지난해 제1터미널 입점 은행은 306억원, 제2터미널 입접 은행은 172억원의 임대료를 납부하면 됐다. 직전 년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감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2월 제1터미널 임대료 감면은 97.7%, 제2터미널 감면은 95.9%로 전해지고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인천공항 입점 은행들은 임대료를 제대로 납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처럼 인천공항 입점 은행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 철수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포공항 철수를 결정한 우리은행도 인천공항 영업점은 유지하기로 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입점한 은행들은 현재의 영업점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며 향후에도 철수 등 조정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항내 은행 입찰 업무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공항 입점 은행들은 환전소 운영이 주목적이지만 브랜드 향상, 신규고객 유치, 주거래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입찰 경쟁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항 입점은 수익성 보다 브랜드 가치 관리에 더 비중을 두는데 이번 우리은행 결정은 다소 생경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김포공항 이용여객...금융 서비스 불편 '예상'


문제는 공항에 입점한 은행이 철수하면 기존 고객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공항에 둥지를 튼 은행 영업점들은 공항 여객이 1차 손님이지만 주변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도 영업을 하고 있다.

환전, 현금 찾기, 해외 송금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예금 등 일반 지점에서 하던 업무를 함께 수행해왔다. 당장 6월 14일 김포공항에 입주해 있던 우리은행이 철수를 하면 이 같은 서비스를 받아오던 손님들은 불편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은행측은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김포공항내 자동화기기는 그대로 유지하고, 대한항공 출장소를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공항 이용 여객이 여객터미널과 한참 떨어진 화물청사까지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은행 김포공항 영업점에서 환전과 은행 업무를 자주 봤다는 A씨는 "그동안은 주거래 은행이 공항안에 있어 환전 우대 등 각종 혜택을 받는데 매우 편리했다"면서 "6월에 영업점이 사라지면 수수료를 더 물더라도 공항안에 있는 다른 은행을 이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에서 만난 또 다른 B씨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큰 것은 알겠지만 정부 소유 우리은행이 고통 분담은 커녕 제일 먼저 포기하고 떠나는 모습이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면서 "특히 김포공항과 달리 인천공항 영업점은 유지한다는데 돈이 안되면 떠난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항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위기가 급격히 개선될 경우 공항내 금융 서비스 사각 지대가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국제선 운항 재개 상황을 봐가며 환전소 등을 재유치할 예정이다"면서 "공개 입찰 방침이 서면 김포공항 철수를 결정한 우리은행도 패널티 없이 다시 응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은행 입점 체제를 잘 유지하고 있는 인천공항은 고객 불편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임대료 감면, 고객수요를 반영한 운영시간 축소 등 다양한 사업자 재원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미입점은행 고객의 편의를 위해 공용ATM을 운영하는 한국전자금융(금융VAN)을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하기도 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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