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 방역 위해 포기한 대학생 '심리 방역' [스물스물]

명지예 기자
입력 2021/04/11 09:17
수정 2021/04/13 17:38
[스물스물]
대학생 10명 중 7명 "코로나 블루 겪어"
대학상담센터 2년째 비대면으로 운영돼
감정·몸짓 전달 안돼…상담장소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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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사진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대학생의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가 비대면 운영을 원칙으로 두고 있어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측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방역 수칙을 지키며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대면 상담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상담 장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10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시내 7개 대학들은 심리상담을 화상상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이나 별도의 보안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학생상담센터들은 화상상담 운영 이유를 코로나19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화상상담이 대면상담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최근 K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비대면이라 그런지 내가 하는 말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비대면 상담은 집중도 안 되고 비언어적인 부분이 전달이 안 돼서 1년 넘게 상담해주고 있는 상담사도 내 말의 의미를 평소보다 이해 못하는 느낌"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특히 자취생이 아닌 경우 화상 상담 장소를 찾는 것에도 애를 먹는다. 지난달 학생상담센터의 비대면 상담을 받았다는 박다희(가명) 씨는 "가족들이 내 상담 내용을 들을까봐 집에서는 못 하겠다"며 "(센터 측에서) 야외는 안 된다고 해서 결국 스터디 카페를 빌려서 했는데 방음이 잘 안 돼서 마음 편히 상담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여건을 고려해 건국대·서강대·이화여대 등 일부 대학은 내담자가 원하면 상담사 상의를 거쳐 대면 상담을 일부 진행하기도 하지만 증상이 심각하지 않으면 대면 상담을 권하지 않는 분위기다.


외부 상담센터는 학생상담센터와 반대로 대면 상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내담자가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전화·화상 등 비대면 상담을 제공한다. 강남의 한 사설 심리상담센터는 "비말차단용 투명 칸막이를 두고 1:1로 상담하고 상담이 끝날 때마다 방역 조치를 한다"며 지금까지 해당 센터가 코로나19 확진 사례와 연관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외부 센터의 상담 비용은 한 회에 5만~10만원 수준이라 대학생들에게는 부담이다. 대학원생 최 모씨(24)는 "정신질환은 감기처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건데 매번 비싼 상담 비용을 감당하는 건 부담"이라며 "국가나 학교의 상담 지원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제3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대학생 마음건강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를 활성화시키고 재학생 천 명당 1명 수준의 상담 인력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코로나 우울' 특화 지원에 대해서는 화상 회의·전화·SNS 등 비대면 원격상담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화상 상담으로는 신뢰 형성도 느리고 비언어적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상담 효과가 떨어진다"며 "상담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 비대면 한계로 상담을 못 받는 상황은 상담 장 개방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상담센터처럼 내담자의 방문 시간을 지정해 다수의 접촉 위험을 줄이면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우울증·무기력증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세종대학교가 '대학 생활 적응을 위한 재학생 정서·심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 45%가 코로나로 불안감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 104명 중 70명(67.3%)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명지예 기자]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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