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러시아 국민라면 '팔도 도시락'…소송끝 러시아 국민브랜드 됐다

입력 2021/04/18 17:29
수정 2021/04/19 09:16
"제품·회사 유명해야 저명상표"
러 특허청의 논리 뒤집고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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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저명상표에 등록된 팔도 `도시락`. [사진 제공 = 김앤장 법률사무소]

지난 8일(현지시각). 러시아 특허청이 팔도의 라면 브랜드 'Доширак(도시락)'을 225번째 저명상표로 등재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다. 약 2년여 간의 법정 다툼 끝에 얻어낸 성과다.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상품이다. 시장 점유율이 60%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팔도가 러시아 특허청에 저명상표 등록을 신청한 것은 2019년 6월. 러시아에서 저명상표 등록을 받게 되면 '도시락'이 컵라면 외 상품에까지도 상표의 보호범위가 확장된다. 별도 갱신절차 없이 반영구적으로 등록이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다. 해외 기업 가운데 러시아 저명상표에 이름을 올린 곳은 아디다스와 샤넬, 펩시 등으로 많지 않다.


문제는 러시아 특허청이 '저명성'을 판단할 때 세계적 추세와 다른 독자적인 기준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2019년 6월 팔도는 러시아 특허청에 도시락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러시아 특허청은 "도시락 상표가 유명한 것은 인정하나, '팔도'까지 유명해야 저명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며 등록을 거절했다. 팔도가 처음부터 현지화에 나서며 러시아 사람들이 도시락만 알고 팔도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팔도는 법원의 판단을 받자며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지난해 5월, 러시아 법원은 팔도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특허청의 거절 결정은 관련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특허청은 항소했으나 2심 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사건은 러시아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다. 러시아 특허청의 입장은 강경했다.


사건을 담당한 장홍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리사는 "1심에서 이긴 뒤 사건이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이례적으로 끝까지 가게 됐다"며 "기업간 소송도 아니고, 행정청인 러시아 특허청이 이렇게까지 나와 의외였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에서도 이 사건은 화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매체에서는 특허청장이 연방대법원에 "저명상표 등록을 위해서는 회사의 상호도 알려져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 연방대법원도 특허청의 상고를 기각하며 사건은 이대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러시아 특허청은 대법원장과 부원장에 "다시 한 번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지난 8일, 러시아 특허청은 자신들의 저명상표 등록부에 '도시락'을 정식으로 등재했다.

장 변리사는 "세계적으로는 상표만 유명하면 누구의 상표인지는 알 필요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법리"라며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 특허청에 국제적 기준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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