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건물주님, 월세 좀"…27건중 4건만 낮췄다

입력 2021/04/19 17:33
수정 2021/04/22 14:08
'상가 임대료 감액청구권' 실효성 의문

코로나로 피해본 소상공인
감액청구해 월세인하 소수

상인들 "소송하기도 어렵고
승소 가능성도 낮아 글쎄"

법무부 "활용사례 더 늘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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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주요 정책 성과로 홍보한 '상가 임대료 감액청구권(차임증감청구권)'이 실제로 쓰인 사례는 서울에서 달랑 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월세를 깎아 달라고 적극 요구할 수 있도록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했지만, 현실에서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여 동안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상가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행사해 받아들여진 사례는 단 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가 신청한 총 27건 가운데 단 4건만 월세 감액을 받은 것이다.


이 가운데 조정 단계 전에 당사자들이 양보해서 잘 마무리된 '화해 취하'가 2건이고, 조정 단계에서 합의가 이뤄진 '조정 성립'이 2건이다.

조정 성립의 첫 번째 사례는 작년 11월 종로구에 위치한 상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부진에 따라 월세를 깎아준 사건이다. 조정 결과 20개월 동안 월세 20%를 깎아주고, 밀린 월세 2개월분을 면제해줬다. 조정위원회의 권유를 받아들여 건물주가 나름 많이 양보한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코로나19와 직접 관련은 없고, 실제 상가 면적이 계약상 면적과 달라 이를 반영해 전체 계약기간의 차임을 40% 감액한 사건이다.

지난 3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올해 업무계획으로 보고했다. 지난 4년간의 정책 성과 첫 번째로 상가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통한 영세상인 지원을 제시했다. 박 장관은 "작년 9월부터 시행된 감액청구권 제도를 잘 안착시켜 나가겠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폐업·소득 급감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세입자의 계약해지권과 감액청구권의 효력 명문화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추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법무부는 건물주의 계약 갱신 거절 시 퇴거 보상·우선 입주권 부여 등 세입자 구제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영세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주택·상가 임대차 분쟁 해결률과 비교해도 감액청구권 행사에 따른 분쟁 해결률은 많이 낮은 편이다. 전체 주택 임대차 분쟁 해결률은 52.1%, 상가 임대차 분쟁 해결률은 48% 수준이지만 감액청구권 분쟁 해결률은 14.8%에 불과하다.

최재석 임대차조정위 사무국장은 "(보증금 반환, 임대차 기간, 임대차 계약 갱신 및 종료 등에 관한) 다른 임대차 분쟁에 비해 상가 임대료 감액청구권에 대한 분쟁이 유난히 이해관계가 엇갈려 해결되기 어렵다"며 "가장 큰 문제는 건물주가 조정을 거부할 경우 조정절차를 계속 진행하지 못하고 각하 종결할 수 밖에 없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원래 상가 임대료 감액청구권은 약 20년간 사문화된 상태였다. 개인 간 계약에 정부나 법이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9월 법을 개정해 감액청구권을 행사하는 사유에 '제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 사정의 변동'을 추가했다. 그럼에도 영세 상인이 비용이나 시간의 부담으로 소송을 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된 감액청구권은 작년 9월 29일부터 시행돼 활용 사례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액청구권 사안 가운데 일부가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로 가고, 그 전에 원만히 해결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차임증감청구권(상가 임대료 감액청구권): 임대료를 약정한 후 임대인 또는 임차인이 증액 또는 감액을 청구하는 권리.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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