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송만 12번, 인천공항 골프장에 무슨일이? [방방콕콕]

입력 2021/04/24 09:26
수정 2021/04/24 09:29
공항공사·스카이72 작년 말 계약 종료 연장 갈등
인천공항 "실시협약상 근거 없이 불법 영업 지속"
"국민 재산 침해하는 사적 이익 바로 잡을 것"

스카이72 "5활주로 사업 미진행…계약연장 해야"
개장후 양측 소송만 12개…9건은 계약 연장 관련
"인천공항 지면 우리도 영향" 타 민자사업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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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에 휘말린 인천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사진 = 스카이72 골프장&리조트]

인천 영종대교를 지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쪽으로 가다보면 우측 낮은 경사지에 고급 잔디와 암반이 어우러진 골프장(하늘코스)이 보인다.

이 골프장을 포함해 근방 278만㎡ 용지에는 총 72홀의 대형 골프장이 있다. '스카이72 골프장 & 리조트'가 운영하는 스카이72 골프장이다.

하늘코스, 레이크코스, 클래식코스, 오션코스 등 4개 골프장의 전체 홀(Hole)수가 72개여서 '72'를 붙였다.

골프장이 들어선 땅은 모두 인천공항공사 소유다. 제5활주로 예정부지와 신불지역 용지다.

정부와 공사는 후속 사업 전까지 놀리는 땅을 체육시설로 만들어 경관을 살리고, 부가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2005년 해당 용지에 스카이72 골프장이 들어선 이유다.

이 곳이 때아닌 소송전으로 뜨겁다.


스카이72가 작년 12월 말 계약이 종료된 이후 영업권을 주장하며 현재까지도 영업을 지속하면서다.

인천공항공사는 '법적 대응'과 영업저지를 위한 '물리적 압박' 카드를 동원해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골프장 영업을 못하도록 단수·단전을 하고, 김영재 스카이72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형사고소했다. 골프장 영업 허가를 취소하지 않고 있는 인천시 담당 과장은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스카이72측이 1월부터 불법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환수하기 위한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스카이72가 점유하고 있는 토지는 인천공항 자산이자 국민의 재산"이라면서 "공공의 이익이 사적 이익을 위해 침해되는 상황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했다.

스카이72도 물러설 움직임이 없다. 인천공항공사가 민간 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한다면서 협의 의무 확인 소송 등으로 맞불을 놓았다.

공사의 단수·단전 조치에 대해서는 자체 발전기를 확보해 주간 골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엔 공사의 단수·단전조치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주·야간 골프 영업을 계속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골프장 조성이후 공사와 스카이72가 주고 받은 소송은 무려 12건. 이중 9건이 작년 12월 말 계약 종료를 앞둔 지난해 9월 이후 제기됐다.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배수진이다.

양측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비슷한 유형의 민간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공공부문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와 비슷한 민자사업을 진행한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이번 인천공항과 스카이72의 법적 분쟁은 양측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민자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인천공항이 지면 같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법적 결론이 어떻게 날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알 낳는 거위' 스카이72...10년 넘게 전국 매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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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31일 계약이 종료된 스카이72 골프장 측이 4개월째 영업을 지속하자 4월 1일부로 영업 중단을 통보한 인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좌측 5번째) 등 간부들이 1일 스카이72 바다코스 진입로에서 스카이72측에 영업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지홍구 기자]

민간사업자인 스카이72는 2002년 7월 인천공항공사와 실시협약을 맺고 인천공항 지원시설인 제5활주로 예정부지(269만3000㎡)와 신불지역(95만5000㎡)에 정규코스 72홀, 연습코스 9홀, 연습장 등을 조성했다.


소유권 이전(또는 철거)를 전제로 한 BOT(Build Operate Transfer) 사업에 따라 스카이72측은 2005년 8월부터 15년간 골프장을 운영해 왔다. BOT란 시설을 건설한 민간사업자가 해당 시설을 직접 운영해 본전을 챙긴 후 정부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스카이72는 개장 이듬해 부터 훨훨 날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를 보면 2006년부터 10년 이상 전국에서 매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스카이72는 저렴한 토지사용료(누적 배출액 대비 약 13% 수준)를 바탕으로 2014년 투자비용 2000억원을 회수했다.

스카이72의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은 1조405억원. 당기순이익 1845억원을 기록했고 주주들에게 1233억원을 배당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이유다.

인천공항은 "스카이72는 작년 말 계약 종료 후에도 불법 영업을 통해 하루 2억~3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갈등의 핵심은 스카이72 계약 연장


양측 갈등의 핵심 쟁점은 계약 갱신이다.

스카이72는 최근 신문 광고를 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인천공항공사가)'2020년 12월로 계약이 만료되었다'며 자식처럼 키운 스카이72를 빼앗고 우리 명의로 등기된 시설마저 타 업체에 넘기려고 한다"면서 "스카이72를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은 욕심이 아닌 진심이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약속한 계약 갱신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스카이72의 모든 시설은 우리 명의이고,토지의 상당부분은 우리 땅으로 매립 조성했다"면서 "위력과 편법으로 우리의 눈물을 밟고 올라선 행위가 누구를 위함인지 명백히 밝히겠다"고도 했다. 스카이72는 "공항내 모든 사업자들은 대부분 50년에서 148년까지 장기간 계약 연장을 할 수 있다"면서 "제5 활주로 건설이 진행되지 않을 시 약속한 계약의 원칙을 지키라"고 덧붙였다.

공사 입장은 단호하다. 실시협약상 근거가 없는 억지주장으로 일축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제5활주로 건설 시점과 토지사용기간이 결부 되어 있다'는 스카이72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실시협약 등 관련 문서 어디에서도 해당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활주로 예정 부지가 아닌 하늘코스(바다코스와 별도의 실시 협약 체결) 역시 계약기간이 2020년 말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인천공항이 공개한 실시협약서(2014년 2월 7일)에 따르면 스카이72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토지를 사용하고, 골프장 시설은 토지사용 기간이 종료됨과 동시에 국가 또는 공사에 귀속해야 한다. 또 토지사용기간 종료 1개월 전까지 소유권 이전절차 등 제반 시설 귀속절차를 이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스카이72측은 공항시설의 불가피한 확장계획, 정부 또는 공항공사의 불가피한 계획변경에 의해 토지사용기간 단축이 불가피한 경우 상호 협의해 조정이 가능하도록 한 단서 조항을 근거로 계약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측은 "단서조항은 토지사용 기간 단축에 관한 것"이라면서 "토지사용기한을 다 채운 상황에서 계약 연장은 근거가 없어 재협약 대상이 아니고, 협약서에 제5활주로에 관한 내용도 없다"고 일축했다.

인천공항은 또 "공사는 국가계약법 적용을 받은 공공기관으로서 계약기간이 종료된 사업권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신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면서 "스카이72는 다년간 골프장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후속 사업권을 낙찰받은 방법을 무시하고 법규상 근거없는 수의계약을 통한 계약연장을 주장한 채 불법 영업을 지속해 공정 계약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카이72 운명, 법원에 달렸다


결국 공사와 스카이72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소송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카이72가 해당 골프장을 운영하는 동안 공사와 스카이72는 서로 총 12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부가가치세·조성비용·전기시설사용료 반환, 토지 인도, 입찰금지 가처분 등 성격도 다양하다.

이중 9건은 작년 9월 이후 제기됐다. 작년 12월 말 계약 종료를 앞둔 스카이72가 인천공항공사에 계약 연장을 요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적 공방이 본격화한 것이다.

소송 12건중 골프장 계약 기간 연장과 무관한 소송에서는 스카이72가 다소 우세한 판결을 받았다.

스카이72가 골프장 공사기간중 부담한 비용이 부당하다며 공사를 상대로 낸 시설조성비용 반환 청구소송(66억원)은 2009년 14억 원을 공사가 반환하는 내용으로 강제조정 됐다.

또 스카이72는 2016년 공사가 제2여객터미널 진입도로 공사를 위해 스카이72 용지 일부를 무상 반환하라고 하자 119억 원대 토지 인도 소송을 제기해 공사로부터 89억원을 받아냈다.

당시 공사는 1심에서 스카이72에 119억원을 지급하고 토지를 인도받으라는 판결을 받고 항소했지만 3단계 진입도로 개항 일정 등을 고려해 2심에서 강제조정을 수용했다.

반대로 2009년 스카이72가 공사를 상대로 낸 공유수면매립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반환 소송은 "보전 약정이 없다"는 이유로 패해, 공사가 10억 원을 지켜냈다.

소송 2라운드 성격인 계약 연장 관련 소송에서는 스카이72가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공사가 스카이72 골프장 후임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진행하는 입찰을 금지해 달라고 한 스카이72의 입찰절차 진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해 9월 기각됐다.

재판부는 실시 협약과 공법상 계약을 근거로 작년 12월 31일 이후 시설소유권은 공사에 무상귀속되며, 지상물매수청구권은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 1월초 인천공항공사가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점유이전 금지가처분'에 대해서도 법원은 공사측 손을 들어줬다.

작년 말 계약이 끝나 올해부터 스카이72가 골프장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불법이라고 규정한 인천공항공사의 법적 대응도 인정되는 모양새다.

인천지법은 지난 16일 인천공항공사가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채권가압류를 청구를 인용했다. 스카이72에서 골프를 치기 위해 손님들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을 스카이72에 지급하지 말라는 뜻이다. 재판부는 신한카드 130억원, 삼성카드 110억원, KB국민카드 105억원, 현대카드 94억원 등 총 439억원의 가압류를 인용했다. 이로 인해 향후 스카이72 측은 4대 카드사로부터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이용객들로부터 지급받는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사의 단전·단수 조치는 잘못이란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은 22일 스카이72가 공사를 상대로 낸 단전 조치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스카이72는 영종도에 진입해 처음 맞는 아름다운 자연시설물로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다툼으로 시설물이 황폐화된다는 것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손해 ▲서로의 주장이 첨예한 상황에서 공사가 자력구제 수단으로 단전, 단수 조치 등 실력행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음 ▲ 실시협약 해석을 놓고 다투면서 점유 권한을 주장하는 것은 '실시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 등을 이유로 인용 결정을 했다.

김경욱 인천공항 사장은 "즉시 이의신청 및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스카이72는 계약기간이 다하면 시설을 무상인계하기로 한 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공항공사가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는 토지에 대해 토지임대료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국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현명한 판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스카이72는 법원 판단을 근거로 공사의 단전·단수 조치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고, 공사가 전기공급을 재개하는 대로 주간외에 중단했던 야간 골프 예약을 재개해 4개 골프장을 주·야간으로 모두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4개 골프장을 주·야간으로 돌리면 하루에 400팀을 받을 수 있다.

갈수록 치열해 지는 양측 갈등은 공사가 제기한 스카이72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부동산 인도·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 이행), 스카이72가 제기한 협의 의무 확인 소송(토지 사용 기간 연장 협약 변경 성실 협의)결과에 달려 있다. 공사와 스카이72측은 "이 2개 본안 소송이 양측 이견의 핵심"이라면서 "최선을 다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첫 재판을 연 인천지법 재판부는 5월께부터 이들 소송을 병합해 본격 심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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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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