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등 당첨자 인터뷰 "매달 546만원 따박따박…비트코인 보다 나아요"

입력 2021/04/24 21:00
수정 2021/04/25 08:46
매달 일정 금액 나눠 받는 연금복권
1회 1등 당첨자 등 인터뷰
40대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 꿈꾸고
20대는 취업 후 미래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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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복권 판매점 모습

[로또하세요?-16] 요즘 2030세대 10명 중 6명이 가상화폐에 투자한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하루 사이 몇백만 원, 몇천만 원을 벌었다는 '수익 인증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돈 복사기' 코인이란 말을 실감한다.

수십억 원을 벌어 퇴사했다는 한 청년은 어느새 젊은이들 사이에서 '워너비'가 됐고 수백억 원을 벌어 '나 역시 퇴사하고 싶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2~3년 전 국내에 휘몰아쳤던 가상화폐 투자 열풍보다 어째 더 거센 것 같다. 주변에서 들리는 투자액이나 수익에 '0'이 2~3개는 더 붙었다.


그사이 미친 듯이 오른 집값 때문일까. 내 월급 빼고 다 오른 물가 때문일까.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된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커서일까. 내 수중에 얼마의 돈이 있어야 행복할까라는 고민을 부쩍 하게 되는 요즘, 매월 546만원의 여윳돈에 행복한 웃음을 짓는 이들을 만나봤다. 연금복권 720의 1등 당첨자들이다.

이들은 매월 1등 당첨금인 700만원 중 세금 22%를 뗀 546만원을 20년간 받을 수 있다. 일시금으로 따져보면 13억원이 조금 넘는 돈을 매달 조금씩 나눠 받는 것인데, 누군가는 이마저도 적고, 큰 한 방이 아니라고 아쉬워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이 돈을 모아 10년, 20년 후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지금은 폐업한 치킨집 사장 "하루 닭 한마리만 더 팔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연금복권 720, 1회 1등 당첨자의 근황이 가장 궁금했다. 당첨된 지 1년여 지난 시점, 어떻게 지낼지 말이다. 아주 잘 지냈다. 지난해 5월 1등에 당첨된 이들은 40대 부부다. 그것도 부부가 1, 2등에 동시 당첨됐다. 2등은 4장이나 당첨됐다. 10년간은 매월 858만원(1등 당첨금 546만원+2등 당첨금 78만원×4)을, 이후 10년간은 월 546만원씩을 받는 행운을 손에 넣었다.


"하루에 닭 한 마리 팔면 4000원 정도 남거든요. 그런데 그 닭 한 마리만 더 팔았으면, 하루 여윳돈 몇만 원이라도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1년 전에 힘들었어요."

먹자골목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당첨자 아내가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손님이 뚝 끊겼고, 결국 3년 넘게 운영해 온 치킨집은 문을 닫았다. 하지만 폐업 당시 일하던 곳 근처 건물이 불에 활활 타오르는 꿈을 꿨다. 빨리 꺼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불길이 거셌다. 마침 1등 당첨금이 월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오른 연금복권 720이 눈에 들어왔고 그 자리에서 바로 샀다. 불행이 행운으로 바뀐 순간은 순식간이었다.

아내는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남편은 계속 직장생활을 하고, 전업맘이 된 그는 초등학생인 두 자녀 뒷바라지에 매진하고 있다. "요즘은 제가 돈을 벌진 못하지만 남편에게 '여왕' 대접을 받아요. 돈 때문에 쪼들렸을 때는 아이들에게 짜증도 많이 냈는데, 지금은 착한 엄마가 됐고요. 마음이 참 여유로워졌어요."

지난 1년간 받은 1, 2등 동시 당첨금은 그대로 저축해 놓았다. 부부 이름으로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10년 넘게 무주택자인 부부는 매달 약 500만원이 넘게 생기는 여윳돈을 오롯이 집테크에만 쓸 계획이다.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는 할 줄 모르고, 할 생각도 없다. 그저 고생 끝에 낙이 찾아와 감사하다고 했다.


"로또처럼 한 방에 큰돈을 받았으면 오히려 훅하고 바뀐 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희 형편에 몇 년씩 일해도 2억~3억원 모으기란 더욱이 어려웠을 텐데, 지금은 돈 모으는 재미에, 내 집 마련이란 꿈을 꿀 수 있게 돼 감사할 따름이죠."

"20년 후 미래 준비해 뿌듯"...나를 위한 가장 비싼 선물은 노트북

올해 1월 연금복권 1등에 당첨된 20대 학생은 매주 2만원어치 복권을 사 왔다. 이런 행운에라도 기대지 않으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대학에 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모든 비용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만큼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주변에서 가상화폐나 주식 등의 투자에 빠진 친구들의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큰돈을 쉽게 벌었다는 이야기에 흔들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투자할 돈이 없었다.

"정말로 돈을 많이 번 얘기를 들으면 부러웠어요. 그렇지만 오랜 시간 지켜보니 (가상화폐 투자로) 잘 되는 친구도 있지만 잘 안되는 친구들을 더 보게 되더라고요. 안 하길 잘했죠." 여윳돈이 생긴 지금은 가상화폐 등에 투자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연금복권 1등에 당첨된 후 그는 학업에만 매진하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전공을 살려 하루 빨리 취업해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미 당첨금 546만원 중 200만원을 부모님께 드리고 있다. 나머지 100만원은 학비를 위해 저축하고, 200만원 정도로 주택연금과 각종 보험, 적금 등에 넣어뒀다.

당첨금으로 자신을 위해 가장 비싼 선물을 산 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노트북이었다. "제일 가벼운 노트북으로 하나 장만했어요(웃음). 빨리 취업하고 싶거든요. 부모님께 도움도 되고 10년, 20년 뒤 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뿌듯해요."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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