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과라 죄송은 이제 그만"…4년제 1만4천명 전문대 지원했다

입력 2021/04/25 17:59
수정 2021/04/26 11:09
4년제 대학 재학·졸업자들
취업난에 전문대 재입학
1만4천명 지원해 5년새 2배

"현업 기술자 직접 가르치고
방학땐 현장실습 가능 장점"
◆ 취업난에 살길 찾는 청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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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인문계열에 다니던 이 모씨는 자신의 전공으로는 졸업 후 취업 경쟁을 뚫을 수 없다고 판단해 자퇴하고 전문대에 진학했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실무교육과 자격증 취득을 고려해 학교를 찾다 보니 4년제 대학보다 전문대가 가성비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구에 위치한 영진전문대 실내건축시공관리반에 진학해 2년간 실무교육을 받고, 지난해 국내 실내시공 분야 1위 업체인 국보디자인에 취업했다. 이씨는 "학교 수업시간에 현업에 계시는 분께 목공 기술을 직접 배울 수 있었다"면서 "여름방학에 과 동기들이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받은 것도 전문대였기에 가능한 취업 준비였다"고 말했다.


20대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다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유턴' 입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취업 시장이 당장 일할 수 있는 인력을 우선하는 수시채용으로 변하면서 전문 기술이 없는 청년들이 재교육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직구 등 1인 창업 노하우를 배우거나 농촌에서 취업의 대안을 찾는 청년도 늘고 있다. 25일 전문대학들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 후 전문대에 지원한 '유턴 지원생'이 1만400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잠정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1만268명)보다 약 40% 늘어난 수치로 올해 4년제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 미달이 속출한 것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취업이 잘되는 인기 학과에 지원자가 몰리면서 실제 입학생은 작년(1571명)보다 10%가량 늘어난 17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전문대 유턴'이 증가하는 이유는 4년제 대학에 비해 기술 교육이나 주문식 교육 중심으로 운영돼 취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유턴은 대부분 간호·보건계열에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 IT·기술 관련 학과가 인기를 얻는 것이 변화된 특징이다. 현장에서 기술에 대한 수요는 많은 데 반해 그동안 4년제 대학에서는 기술 인력을 제때 배출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년층(15~29세) 3월 고용률은 43.3%로 전년 동기(41.0%)보다 소폭 올랐지만, 단순 노무직 증가폭(11%)이 크고 대졸 취업자들이 지원하는 사무직(1.6%)은 증가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병진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은 "대학교육을 보는 관점이 지금 같은 학력 중심이 아니라 능력·직무 중심이 돼야 학생들이 처음부터 자기에게 맞는 대학을 제대로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4년제大 전공 버리는 청년들 "차라리 물리치료·IT 배우겠다"

전문대로 유턴한 학생들
취업 잘되는 반도체 등 관심

기술 배우는데 적극적
교수들도 학구열에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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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건물 복도에 인터넷 창업 교육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해외직구 상품을 취급하는 오픈마켓 판매 창업을 위한 이날 교육에는 수강생 3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80%가량은 1인 창업을 준비하는 2030세대였다. [이충우 기자]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에 유턴 입학하는 지원자가 최근 5년 새 2배 이상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에 맞춰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긴 했지만, 정작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재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문대 유턴 지원자는 2016년 6122명에서 2017년 7412명, 2018년 9202명으로 늘었고 2020년 처음 1만명을 돌파했다. 실제 입학생 역시 2016년 1391명과 비교하면 지난해 1571명으로 13%가량 늘었다.

대졸자들이 주로 지원하는 전문계 계열에서 취업과 직결되는 기술직이 인기다.

이지훈 영진전문대 건축인테리어디자인계열 교수는 "실제 인테리어 현장에서 업무 비중은 디자인이 3이라면 시공은 7이라고 할 정도로 하자 없는 공사를 위해선 시공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전국 4년제 대학 어디를 봐도 실내디자인학과만 있지, 시공 관련 학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젊은 친구들이 여기서 기술을 배우면 현장에선 도면과 캐드(CAD)까지 다룰 줄 아는 관리자로 일할 수 있다 보니 4년제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다가 다시 오는 30대도 많다"고 덧붙였다.

물리치료도 국가공인면허증을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보니 유턴 수요가 많은 분야다. 이유리 씨(29)도 물리치료를 받다가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 전문대로 유턴 입학했다. 그는 4년제 대학 졸업 후 항공사 전산센터에서 근무하다 올해 경북전문대 물리치료과에 입학했다.

이 밖에 금형이나 반도체공정 과정도 기술을 배우면 취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유턴 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공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A전문대 입학처장은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서울 중상위권 대학 졸업생도 전문대에 재진학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들은 목표의식이 뚜렷해 신입생부터 학구열이 높아 자격증 취득 등 면학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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