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1조 빚더미' 서울지하철, 신입공채 70% 줄이나

입력 2021/05/05 18:19
수정 2021/05/06 08:17
서울교통공사 '비용절감 자구안' 서울시에 보고

고령층 무임승차비용 급증
작년까지 1조 넘어 '빨간불'

성과급 미지급·채용 축소 등
올해 5324억 비용 줄이기로

"직원들 고통분담 큰 노력없이
청년일자리부터 줄이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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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신규 채용을 지난해보다 70%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적자 폭이 1조원을 넘어서자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재정 정상화 추진 방안'에 신규 채용 축소가 포함됐다. 고령층에 대한 '무임승차 손실 보전'을 정부에서 받아내려는 계획이 무위로 돌아가고, 지하철 요금 인상도 여의치 않자 자구안을 낸 것이다.

하지만 자구안 가운데 복리후생 조정과 임금 인상 동결 등 기존 직원들의 고통 분담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청년층 일자리를 줄이는 데 정당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공사 내부에서도 나온다.

5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서울교통공사 재정 정상화 추진 방안' 문건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총 5324억원 절감을 목표로 한 자구안을 마련했다.


계획에는 올해 채용 규모를 서울교통공사 출범 이래 가장 적은 167명까지 줄이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 원년인 2017년 386명에 불과했던 공사 신규 채용 규모는 2019년 1000명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536명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신규 채용 167명은 전년에 비해 69% 감소한 규모로,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통해 220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퇴직자가 485명인데 심야 연장 운행(자정~오전 1시) 폐지로 208명 채용 수요가 없어진 것에 더해 추가로 110명을 뽑지 않기로 한 것이다. 채용 축소안을 포함한 공사 재정 정상화 방안은 최근 서울시에 보고됐다. 서울시는 지난 3월 공사에 무임수송 손실 보전 차원에서 총 500억원의 긴급 재정을 지원하며 자구안 마련을 요청한 바 있다.

신규 채용 축소안을 두고 공사 내부에서는 "정당성이 없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자구안에서 기존 노사의 고통 분담 노력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사는 임금 인상 동결과 휴양소 지원비 삭감 등 복리후생 조정, 성과급 미지급, 연차수당 보상 일수 축소, 피복 지급 유예 등을 통해 총 5324억원을 절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급휴직이나 명예퇴직 등 기존 인력 감축을 수반하는 구조조정 계획은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간 기업처럼 임금 삭감이나 구조조정과 같이 뼈를 깎는 수준이 아닌 자구안으로 청년층의 신규 채용 축소를 강행하는 것이 공사의 '밥그릇 사수'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민간기업은 구조조정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이 정도 자구안은 고통 분담이라고 볼 수 없는 '숫자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이런 자구안으로 시민들에게 지하철 요금 인상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채용 축소안을 포함해 문건에 나와 있는 검토안은 노사 합의가 없으면 사실상 진전이 어려운 사항"이라며 "공사에서도 여러 가지 안을 놓고 검토 중인 상황이라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조1137억원 적자를 본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자금 부족 규모가 1조6000억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경색을 타개하기 위해 현재 72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 발행을 완료했으며, 상반기 중 추가로 1800억원 규모 CP 발행과 1890억원의 공사채 조기 발행을 추진 중이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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