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그래도 내새끼인데…" 때리는 자식, 감싸는 부모

입력 2021/05/07 17:34
수정 2021/05/07 21:39
존속범죄 매년 2천건 달해
폭행·상해 피해받은 부모들
처벌 원치않는 경우 많아
재판 넘겨지는 비율 단 4%
◆ 그늘진 가정의 달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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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 넘은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딸이 징역 5년에 처해졌다. 2019년 사건이지만 지난달 열린 항소심에서 피고인 딸은 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계속 항변했다. 재판부는 딸에게 "패륜적 범행을 저질러 놓고 아버지를 성추행범으로 몰기까지 했다"고 꾸짖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본인 또는 배우자의 부모 등 존속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질러 검거되는 피의자가 연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1911명, 2016년 2237명, 2017년 2011명, 2018년 2253명이다. 2019년에는 2385명으로 전보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행 1614명, 상해 403명, 협박 275명, 살해 76명, 체포·감금 17명이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 34곳이 접수한 신고·상담 건수는 2015년 1만1905건에서 2019년 1만6071건으로 35% 증가했다. 이 중 학대 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5243건으로 2015년(3818건)에 비해 37.3% 늘었다. 살해처럼 극단적인 사건은 경찰에 붙잡히는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폭행, 상해 정도는 자식 등 가해자가 처벌 받을 것을 우려한 부모들이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실제 2017년 검찰이 접수한 존속폭행 사범 2000여 명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존속폭행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자녀는 2016년 78명, 2017년 85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신고는 당사자보다 이웃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를 받고 상담을 나가도 대부분 자식의 학대 사실을 밝히지 않고 심지어 자식이 없다고 숨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존속폭행은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이기 때문에 부모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방법이 없다. 노인학대 범죄에 관한 특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노인복지법에는 주로 노인학대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과 함께 처벌 조항이 있는데, 예방과 학대 피해 노인에 대한 권리 보호 및 지원 규정은 미흡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작년 12월에는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학대 피해 노인의 권리 보호와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이 법률안은 노인학대의 예방·교육·상담 등 적극적인 예방 조치를 도입하고 학대 피해 노인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노인학대 예방과 학대 피해 노인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긴급전화센터, 학대 피해 노인 전용 쉼터, 노인보호전문기관 등을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학대 피해 노인에게는 개인별 지원 계획을 수립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인학대가 종료된 이후에도 가정 방문, 전화 상담 등을 통해 노인학대 재발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규정이 추가됐다.

인 의원은 "학대 당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가해자가 자녀들"이라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이 더 책임감 있게 나서도록 하는 법률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족 내 불화를 완화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전 같으면 삼촌이나 조부모가 스트레스를 완충해주고 돌봐주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협조하는 기능이 떨어져 문제가 발생했을 때 폭행, 살인 등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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