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mRNA 원천기술 지키겠다는 독일…"특허는 기업 혁신의 핵심"

입력 2021/05/07 17:40
수정 2021/05/07 23:48
백신공급 해결할 '지재권 면제' 놓고 갈라진 세계

바이오엔테크·큐어백 등
자국기업 보호 위해 반대
WTO 만장일치 어려울듯

韓정부 지재권 관련 동향 주시
국내 백신개발 계속 지원 방침
◆ 갈길 먼 코로나 극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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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 앞 야외정원에서 제이슨 월러스 워싱턴DC `아버지·청년·소년위원회` 국장이 무료 맥주를 받기에 앞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워싱턴DC 보건부는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이날 백신을 새로 접종받은 21세 이상 성인에게 맥주를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AFP = 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보다 넉넉하게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한 '백신 특허 일시 면제' 방안이 중대 암초를 만났다.

현존하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성이 뛰어난 백신으로 꼽히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다른 나라들이 생산하려면 핵심 특허와 제조 노하우가 개방돼야 한다. 그러나 mRNA 원천기술을 가진 독일이 이에 공식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특허 면제 여부가 시야 제로의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면제 지지 입장을 표명하자마자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국제제약협회연맹(IFPMA)이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제약업계의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의 특허 면제 거부 입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입장이 나오자마자 직설적으로 표출됐다.

정부 대변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장을 담은 해당 논평에서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해제하자는 미국의 제안은 백신 생산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백신 생산을 제약하는 요소가 생산 능력과 높은 품질 기준이지 특허 면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독일 정부가 거론한 생산 능력과 높은 품질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mRNA 백신의 제조 특수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기존 의약품 복제와 견줄 수 없는 복잡한 공정과 높은 기술 난도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특허 면제 안건이 향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의결되기 위해서는 164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한다.

이 중 독일 입장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사전 조율돼야 하는데 영국의 EU 탈퇴 이후 독일은 역내 가장 강력한 정치적 목소리를 자랑한다.

이와 관련해 EU 회원국 정상들은 7일부터 이틀에 걸쳐 포르투갈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어 미국이 지지한 백신 특허권 면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독일의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6일 "EU는 이 위기를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어떠한 제안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다만 독일의 반대 입장을 의식한 듯, 이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비단 바이오엔테크뿐만 아니라 또 다른 mRNA 특허 기술을 보유한 큐어백도 특허 면제 이슈에서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다.

큐어백의 mRNA 백신은 조만간 임상 3상 결과가 공개될 예정으로 국제 사회에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에 이어 세 번째 mRNA 백신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지지 입장이 나온 뒤 EU에서는 프랑스가 공개적으로 "적극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러시아와 중국, 호주, 뉴질랜드도 공식 찬성 입장을 표했다. 프랑스의 경우 특허권 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더불어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 한 번도 (백신과 원료 물질을) 수출하지 않았던 나라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꼬집었다.

비단,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블랙록, 피델리티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도 제약업체들을 상대로 백신 대량 생산을 위한 업계의 협업을 촉구하고 있다.


최악의 팬데믹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자사 특허 관리보다 대량 생산을 위한 협력에 나서야 팬데믹발 경제 불확실성을 빨리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일방적 특허권 무력화가 문제 해결의 본질이 아니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 정부가 자신의 우군으로 나서면서 특허권 면제의 효용성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갑론을박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인 베어드의 브라이언 스코미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면제 지지 발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 각국의 관심을 확대하기 위한 행위"라고 평가하며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했다.

자칫 실속 없이 소문만 무성한 잔치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주요국들 입장을 주시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국제적 지식재산권 보호 유예와 관련된 논의에 대해 지금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 중에 있다"며 "국내 제약업체들과도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공급이 부족한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재권 면제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반가워할 수 있는 카드에 해당한다. 전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부분은 세계 각국에서 백신 공급이 부족해 충분한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검토해볼 만한 좋은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가 다수이며 지식재산권 보호 유예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기에 섣불리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업체에 대한 지원은 지식재산권 보호 유예 논의와 관계없이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철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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