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덕동 택배대란 어쩌다 전국 파업으로 번졌나

입력 2021/05/09 11:13
수정 2021/05/09 12:33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결국 총파업을 결정했다. 총파업 시기는 노조위원장이 전적으로 결정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A아파트에서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금지하면서 빚어진 갈등의 결과다.

택배노조는 저상차량을 이용하고 손수레를 끌고 다녀야하는 택배기사들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주민도 택배사들도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일은 더 꼬여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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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차량의 아파트 출입 금지와 문앞 배송 중단으로 논란이 된 서울 강동구 고덕 A아파트 앞 모습 [박형기 수습기자]

"택배대란? 입주민 불편 실제로 크지 않다"


지난달 중순 이후 시작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 A아파트 택배 대란.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고 있지만 입주민들은 불편함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던 이유는택배노조로 가입된 택배기사들의 배송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현재 A아파트에 택배를 배송하는 택배업체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우체국택배, 롯데택배, 로젠택배, 민간택배사 등이 있다. 이 중 택배노조의 개별 배송 중단 결정에 동참한 곳은 우체국택배와 롯데택배의 강동지역을 담당하는 대리점이다.

이 두 곳의 택배기사들이 A 아파트에 배송하는 물량을 제외하면 정상적인 배송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택배물량은 업계 1위 CJ대한통운에서 담당한다.

배송중단 결정을 한 택배기사들을 제외한 다른 택배기사들과는 충분한 사전 고지를 통해 협의점을 찾아가고 있었다는 게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 주장이다. 저상차량을 미리 준비한 택배기사들은 별 무리없이 지하 주차장을 통해 택배를 계속 배송해 입주민들 사이 불편이 크지 않았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택배노조에 불만을 제기한다. 입주자 측에선 "지난해부터 지상에서 택배 탑차를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 고지를 하고 택배기사들과 협의점을 찾아가던 중이었다"며 "하지만 택배노조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 아파트' 프레임을 씌우면서 협의가 중단되고 갈등은 더 꼬여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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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차량의 아파트 출입 금지와 문앞 배송 중단으로 논란이 된 서울 강동구 고덕 A아파트 앞 모습 [방영덕 기자]

택배사로 튄 불똥..."번짓수 틀려" 맞서는 택배본사


A아파트 택배대란은 어느새 택배사로 불똥이 튀었다.


택배기사들의 불합리한 근로환경 및 처우를 놓고 택배사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택배노조 측 주장이다. 하지만 택배사로서는 택배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택배 배송계약은 해당 아파트의 입주민과 택배기사 내지는 택배대리점과의 일이므로 택배 본사가 나설 수가 없다는 것.

한 택배사 관계자는 "만약 택배 본사가 A아파트 문제에 나서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된다"며 "아파트 입주민과 택배기사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를 왜 택배본사와의 싸움으로 변질시키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사 관계자는 "파업을 벌이려면 노사 간 교섭과 정부의 조정 절차 등을 밟아야 하는데 이같은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전국민의 택배를 볼모로 '셀프 파업'을 벌이려는 노조 측 입장이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 측은 더 이상 A아파트 입주민들과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택배사가 나서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계속 지상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므로 택배사들이 나서 이 지역을 배송불가 지역으로 지정하거나 300원 정도의 택배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등의 다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전국단위 파업에서도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참여 인원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국민 불편은 최소화하면서 배송책임을 지는 택배사들에 압박을 주는 파업전술"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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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발표 기자회견 하는 택배노조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정부 책임 묻고 나선 노조..."택배기사들 고통 관심 기울여야"


택배노조가 택배사들의 문제제기를 알면서도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데에는 택배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관철시키겠다는 목적이 크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저상차량만 운행하는 택배노동자 31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94%는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규정한 근골격계 부담작업 9개 항목에 모두 해당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으로의 택배차량을 금지한 많은 아파트들에서 주장하는 저상 차량 도입이 그야말로 택배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작업을 유발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127㎝에 불과한 저상차랑 내부에서 택배 배송을 하는 이들은 현재 거의 절반 가까이가 근골격계 질환 증상이 있고 질환자로 분류돼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택배사 뿐 아니라 노동부는 저상탑차를 산업안전 유해 요인으로 지정하고 운행정지를 명령하는 한편, 국토부도 당사자들 간 대화의 장을 시급하게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A아파트 입주민들은 난감해졌다.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민들이 논의에 참여할 여지가 줄고 있어서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아파트 입주민들은) 이번 갈등의 당사자지만 정작 갑질 아파트란 꼬리표만 단 채 어디와 협의를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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