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장서 죽지 않게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해달라"

이윤식 기자
입력 2021/05/29 06:03
수정 2021/05/29 13:12
장만기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특별법案, 건설노동자 사망시 사업자 최대 7년 징역
지난해 산재로 882명 사망…이중 51.9%가 건설업종
勞 "노동부 때문에 법안 통과 안돼…발목잡기" 규탄

노동부 "건설노동자 안전, 산업안전보건법이 관리"
'사업주 최대 징역 7년' 중대재해처벌법도 내년 시행
野 "취지 공감하지만…사업자에 과도한 의무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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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기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건설안전특별법 즉각제정`을 요구하는 릴레이1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이윤식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전체 산업분야 중대재해에 대해 다뤘지만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부분이 많이 부족해요. 공사 발주자·설계·시공·감리자까지 포함해 건설현장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릴레이 1인시위'에 참여한 장만기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장을 만났습니다. 이 노조는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소속입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릴레이 시위를 청와대 앞에서 진행했습니다.


민주노총은 '건설안전특별법 즉각 제정'을 요구하며 "건설현장 안전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관리중인 것을 감안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고용노동부를 규탄했습니다. 민주노총 측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매년 600명 넘게 건설노동자가 죽어 나갈 때까지 노동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의되자 이제와서 산업 안전은 자기들 권한이라며 입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장 실장도 "노동부가 발목을 잡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에 매몰됐다"며 "청와대 앞 시위는 이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 말했습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882명이고 이중 건설업종이 458명으로 전체의 51.9%를 차지했습니다. '더 이상 건설 노동자를 산재로 죽게 놔둘 수 없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입니다. 노동부는 특별법안 세부 사항 별로 현행법을 기준 삼아 여러 의견을 냈습니다. 이것이 과연 발목잡기인지 하나씩 따져봤습니다.

◆ 노동부 "건설현장 근로자 안전, 산업안전보건법이 관리"

건설안전특별법안은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했습니다. 지난해 4월 '한익스프레스 참사'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노동자 38명이 숨진 뒤 발의된 법안입니다.

이 법안은 안전관리의무를 소홀히 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건설 사업자 등에게 1년 이하의 영업정지, 자격정지나 매출액에 비례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또 사업자가 소속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당한 경우 피해를 보상하는 손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면서 발주자도 보험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 노동부는 몇가지 의견을 냈습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부는 "건설공사 현장에서 시설물의 안전이 아닌 근로자의 안전과 관련한 부분은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이 특별법의 지위에서 관리 중"이라며 "이를 감안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조금 더 살펴보죠. 노동부는 건설안전특별법안이 규정한 '근로자'의 범위도 기존 관련 법안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건설안전특별법안은 이에 더해 "임대,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시공자에 대해 노무를 제공하는 자"까지 근로자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근로자 범위 확대 적용시)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근로자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타 법률과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개별 법률별로 근로자 개념에 차이가 있는 경우 법 집행의 혼란이 우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부가 제시한 의견들은 특별법안에 대해 기존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과의 형평성, 연계성 등을 감안한 것입니다. '발목잡기'나 '부처 이기주의'라는 비판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 국회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에 '경영책임자 등' 징역형 규정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 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미처 들어가지 않은 내용이 많다. 이를 건설안전특별법을 통해 보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꼽힙니다. 이와 함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할 경우에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도 주요 내용입니다.


여기서 '경영책임자'의 정의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사업장에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했을 경우 사업 대표자 등이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는다'는 취지는 이미 중대재해처벌법에 실현된 사항입니다. 제재 조치로 과실 사업자에 대해 영업정지, 자격정지나 매출액에 비례한 과징금을 넣은 것은 건설안전특별법안이 중대재해처벌법과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장 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처벌 대상에) 대표자가 빠졌다"며 "건설안전특별법은 사고가 나면 건설사 대표자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비교했습니다. 건설안전특별법안은 "원수급인(종합건설업체)의 대표이사가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보고받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고 해 책임 주체를 건설사 '대표이사'로 구체화했습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의 대표자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보면 '경영책임자 등' 정의에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포함합니다.

◆ 장 실장 "포항공장 동료, 산재로 다리 골절"

장 실장을 포함한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건설안전특별법 즉각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안전과 생존에 대한 절박함 때문일 것입니다. 1998년부터 건설 현장에서 특수용접공으로 일해 왔다는 장 실장은 동료들의 산업재해를 숱하게 목격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플랜트 현장에서는 중량물(건설장비 등 매우 무거운 무게를 지니는 화물)을 다룬다. 아차하면 손가락을 중량물에 찍힐 수 있다"며 "간단한 사고는 산재로 잡히지도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난 2015년 포항의 한 내화벽돌 공장에서 동료가 다리 부상을 당한 일도 회고했습니다. 그의 동료는 '오전 내 컨베이어벨트 시설 수리를 마치라'는 회사의 지침을 맞추기 위해 점심시간까지 일했는데, 이를 몰랐던 다른 직원이 가동 버튼을 누르면서 다리가 빨려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는 "다른 동료가 칼로 컨베이어벨트를 잘랐길 망정이지, 제때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는 죽었을 것"이라며 "사고가 난 동료는 결국 대퇴부가 골절됐다"고 말했습니다. 장 실장은 "건설 현장 사람들은 이 일을 자식에겐 안 시키려고 한다. (산업재해 없는)좋은 세상 만들어 놓고 일하라고 해야지 위험한데 어떻게 하라고 하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야당 교섭단체인 국민의힘도 "건설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건설근로자 고용을 안정시킨다는 그 제정 취지에는 100%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세부 조항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헌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제정 취지 공감 의사를 밝히면서도 "일부 조항에 대해 '사업자에게 너무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서 형평성에 맞지 않고 공사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CEO(최고경영자)에 대해 안전 책임(의무)을 부과해 위반 시 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CEO가 현실적으로 모든 현장에 대해서 (안전 관련 사항을)확인할 수가 없다. 또 의무규정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원도급사로 안전관리 책임을 일원화하고, 설계 단계에서 안전·설 시설을 반영하도록 하며, 공사 중지 권한을 행사한 감리에 대해 면책을 입증하도록 한 규정 등이 '현장 여건을 외면한 조항'이라는 지적이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 139,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매일 갖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습니다. 집회금지구역인 이곳에서 피켓을 하나씩 들고 청와대를 향해 '1인시위'를 합니다. 종종 노숙농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매주 토요일, 청와대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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