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요즘 투자 동아리는 '선수' 양성소…"가치분석·펀드운용, 프로 뺨 치죠" [스물스물]

명지예 기자, 박홍주 기자
입력 2021/06/06 11:20
[스물스물]이 들여다 본 대학 동아리 트렌드
재테크 열풍에 대학 금융·증권 동아리 '후끈'
수천만원 자체펀드 굴리면서 실전투자 경험
"학교선 못 배우는 금융지식 스스로 쌓아야"
54449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서강대 금융투자학회 SRS 학회원들 [사진 제공 = SRS]

"동아리 활동이 기업 리서치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이 분석한 종목을 실제로 매수할 수 있어 더 책임감 있는 리서치가 가능하죠"

서강대 금융투자학회 SRS의 김시윤 회장(24)이 매일경제 '스물스물'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가 이끄는 SRS는 2500만원 규모의 자체펀드를 굴리다. 그저 '겉핥기'식 공부를 위한 모임이 아니다. 요즘 금융·투자 동아리는 실제 '플레이어'가 되고, 훗날의 '선수'들을 만들어낸다. MZ세대 재테크의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544497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이화투자학회 E.I.A 학회원들 [사진 제공 = 이화투자학회]

◆ 대학 동아리서 '수천만원 자체펀드' 운용해 수익 내


대학 금융동아리 중에는 SRS처럼 공식 펀드를 운용하는 곳이 꽤 있다.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 RISK는 4000만원 규모, 이화여대 이화투자분석회(E.I.A)는 3000만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운용 중이다. 증권투자사가 다루는 펀드와 '체급 차이'는 꽤 나지만, 수익화에 대한 공부와 실전 경험에 대한 의지는 남부럽지 않는 수준이다. 박채현 E.I.A 회장(23)의 "각자 5만원씩 출자해서 펀드 자금으로 쓰는데 '5만원으로 테슬라 주식을 사보는 경험'이라며 다들 진지하게 임한다"는 말은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주식뿐만 아니라 ETF·파생상품으로 시야를 넓히는 동아리도 있다. 한국외대 POSTRADE와 서강대 재테크동아리 SWIC 등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목해 투자 위험은 낮고 수익은 높은 ETF 상품을 직접 꾸리기도 한다.

MZ세대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금융·투자·재테크에 꽂힌 이유는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다.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이 각광받는 시대상에 적극 응하겠다 의지가 강한 것이다. "대기업에서 평생 일해도 서울에 집 한 채 사기 힘든데, 투자를 배우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하는 가운데 주식에 뛰어드는 대학생들도 급격히 늘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개설된 신규 주식계좌 중 20대 이하 계좌는 29.5%로 연령대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 전공·진로 무관하게 '금융지식 쌓자'는 MZ세대들 몰려


증권·금융업계 취업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전공·진로와 무관하게 금융지식을 쌓으려는 목적으로 동아리에 가입하는 학생들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다만 실전을 방불케 하는 투자·재테크를 추구하는 만큼 '들어가기도, 나가기도 만만치 않은'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총 93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건국대 금융연구회 회장 김수환(24) 씨는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들어오는 회원도 많아 각자 공부할 내용을 선택할 수 있게 수준별 스터디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성신금융연구회 회장 김세림(21) 씨도 "재무제표를 볼 줄 모르던 회원들도 투자 지식을 갖추게 되는 곳이 동아리"라고 말했다.

금융동아리에서 배운 것을 본인 투자에 활용하는 회원들도 많다고 한다. 광운대 증권금융연구회 회장 김민기(25) 씨는 "대학동아리에서는 근거가 있는 투자, 가치투자를 지향하니까 건강한 투자 습관을 기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1억원대 규모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명지대 투자연구회 회원 김 모씨(25)는 "혼자 투자할 때는 단타 매매도 했는데 차분히 분석하며 매매하다 보니 수익률도 높아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투자보고서, 실무발표 등 '강행군'에 포기하는 사례도


어지간한 각오로는 따라가기 힘든 커리큘럼을 자랑하는 곳도 여럿이다. 성균관대 금융투자학회 스타(S.T.A.R)는 학교 안에서 '증권가 애널리스트 사관학교'라고 불린다. 스타 회장인 이승우 씨(글로벌경제학과 17학번)는 "학회와 학교 활동을 병행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휴학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힘든 만큼 실적도 확실하다. 스타는 한 학기에 투자 보고서를 평균 10개 이상씩 작성한다. 그 덕분에 자체 운용 펀드는 코스피 지수보다 늘 5%가량 높은 수익률을 낸다고 한다.

국민대학교 금융투자동아리 와이번(Wyvern)은 한 학기에 15명 정도씩 선발하는데, 5~6명이 활동을 포기한다. 와이번 회장인 김동욱 씨(중국학부 14학번)는 "실무에서 하는 방식을 본따 매주 발표를 한다"며 "목표의식이 있거나 즐기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만큼 실무 능력을 갈고 닦아 금융권 진출도 활발한 편이다. 매 학기 선배들이 모아준 자금으로 펀드도 운용하는데, 지난 학기에는 33%의 수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544497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경희대 주식투자 동아리 ABS 회원들 [사진 제공 = ABS]

동아리에서 배우는 내용 자체가 어렵기로 유명한 곳도 있다. 대표적으로 경희대 주가예측연구회 SR(Stock Research)이 있다. 계량경제학을 응용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법을 배운다. 주식·채권·금·가상화폐를 가리지 않고 각 종목들을 분석한다. 계량경제 전공 수업을 듣지 않으면 따라가기도 힘든데 매 학기 소논문을 작성한다. SR 회장인 정연우 씨(경제학과 17학번)는 "성실하게 따라오지 않으면 내보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한양대·중앙대·서울시립대 등의 투자동아리들도 "전공수업 2~3개는 더 듣는다는 각오로 지원하라"고 안내할 정도다.

[명지예 기자 / 박홍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