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광주 건물붕괴 참사…공기 단축하려 순서 무시하고 부쉈다

입력 2021/06/10 17:38
수정 2021/06/10 21:34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건물 4~5층부터 철거않고
3층 등 저층부부터 무너트려

철거업체측 "물 10t 뿌리자
토산에 스며들어 무너진 듯"

경찰, 시공사등 4곳 압수수색
참고인·목격자 19명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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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시 동구 철거 건물 사고가 발생하기 수 시간 전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 원인이 철거 업체의 무리한 공사로 좁혀지고 있다. 철거 업체인 한솔기업이 광주 동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에 명시된 대로 철거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구청은 한솔기업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해체계획서를 무시하고 공사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5층 높이였던 사고 건물에 대한 해체계획서에는 성토체(盛土體)를 1~2층 높이로 쌓고 그 위에 굴삭기를 올려 5층, 4층, 3층 순으로 철거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이후 성토층을 제거한 뒤에 1·2층 등 저층을 철거한다. 건물 하중을 최대한 줄이고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층별로 철거할 때 외부벽과 방벽, 슬래브 순으로 제거하고 구조적 안전성을 보강하기 위해 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한솔기업이 해체계획서대로 작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사고 하루 전인 지난 8일에 별관 개념의 2층 건물을 철거하고 바로 옆에 폐자재와 토사 등으로 건물 3층 높이와 맞먹는 토산을 쌓았다. 그리고 그 위에 굴삭기를 올리고 지난 9일 본격적으로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 시민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한솔기업 인부들이 건물 4~5층을 그대로 둔 채 3층 등 저층 구조물을 부수는 모습들이 포착됐다. 특히 건물이 무너지기 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들을 보면 건물 한쪽과 안쪽만 철거하고 외부벽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토산의 무게에 건물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도로 쪽으로 붕괴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철거 업체 관계자들은 공기 단축을 위한 무리한 철거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철거 업체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마무리하는 게 장비와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 수익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솔기업이 동구청에 낸 사업 기간은 이달 말까지이다.


이에 대해 한솔기업 측은 "먼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을 10t가량 뿌렸는데, 토산으로 스며들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동구청은 감리를 맡은 시명건축사사무소도 고발하기로 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감리는 상주 개념이 없더라도 상당히 중요한 해체 작업이라고 판단되면 반드시 상주해서 감리해야 한다"면서 "상주 감리는 아니지만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개발 사업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10일 사과문을 내고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이번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피해 회복,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를 차린 경찰은 이날 현대산업개발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재개발 사업과 철거 관련 현장 관계자 등 9명과 목격자 등 10명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의 압수물 분석과 함께 본격적인 관련자 소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철거 업체 선정 과정과 불법 하도급 의혹은 물론 사고 발생 배경과 관련된 불법 행위를 엄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는 처벌받지 않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사고가 발생하자 '뒷북 안전진단'에 나섰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위법 사항 확인 시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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