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반도는 중국땅, 동해는 일본해…미국의 엉터리 역사교과서

입력 2021/06/11 17:23
수정 2021/06/11 21:32
美대입용 동아시아 교과서
고구려·고려 영토 中 분류
'동해는 일본해' 써있기도
정부는 외교문제 번질까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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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께 한반도를 몽골 영토의 일부로 표시한 미국 교육기관 역사교과서. [사진제공 = 독자]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냐고 아이가 질문해요.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냐고 물어보니 학교 역사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그랬다네요. 교과서를 보니 지도에 한국이 중국의 일부로 나와 있더군요." (재미동포 A씨)

미국, 유럽 등 서구권 학생들이 배우는 동아시아 역사 교과서와 교육 자료 등에 한반도가 과거 중국 영토로 표기되거나 임진왜란에서 조선이 패배했다는 왜곡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현재 우등생 대상 대학 조기 이수 과정(AP)에서만 동아시아 역사 수업을 진행하는데, 앞으로 공교육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역사 왜곡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1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AP 과정 동아시아 역사 교과서인 'Ways of the World' 179쪽에는 고구려 영토 대부분이 중국 한(漢) 왕조의 땅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 320쪽의 600~1300년 역사 내용을 보면 고려 영토 전부가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 땅으로 표시돼 있다.

미국 교육기관 TCI에서 출판한 'History Alive!' 186쪽에는 1300년께 고려 이름이 표기조차 되지 않은 채 한반도 전체가 몽골족의 원나라 영토로 묘사됐다. 179쪽에선 북한 영토 대부분이 명나라로 칠해져 있다. 미국 홀트소셜스터디 출판사의 'South and East Asia and the Pacific' 교과서 73쪽에도 고려가 표기되지 않고 원나라 영토로 그려져 있다. 몽골의 고려 침략과 원 간섭기를 고려한다고 해도, 500년에 가까운 고려 역사 전체가 교과서 속에서 사라진 것이다.

또 영국 학술 출판사 피어슨에서 발행한 'World Studies THE ANCEINT WORLD'에는 한반도 영토 대부분이 고대 중국에 포함된 것으로 그려져 있으며, 동해 역시 일본해로 표기돼 있다.


영문 교육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에서도 동아시아 역사 보조 자료 중 "임진왜란 당시 한국은 일본에 패배했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연관성이 크지만, 중국이 조선 왕조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쳤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대한 왜곡된 내용이 담긴 기존 교과서들이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지영 남네바다주립대 교육학과 겸임교수는 "국내 역사학회 및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민간단체인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외국 교과서 속 한국 관련 역사 왜곡과 오류를 바로잡아 달라는 청원이나 시정 요청을 해오고 있다. 반크가 최근 돌링킨더슬리(DK), 글렌코, 타임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출판사가 발행한 '세계 역사' 교과서 40권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대다수 교과서에서 중국의 만리장성이 북한 일대까지 뻗어 있는 지도가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차원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부는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는 "역사가 결부된 내용은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며 "국제기구에서 명확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못하면 내정 간섭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국 출판사들에 수정을 요청하거나 집필진을 한국에 초청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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