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연세대 학술지원 배제' 처분, 법원이 직권으로 효력 정지

입력 2021/06/14 11:36
수정 2021/06/14 11:37
가처분 심문기일은 이달 16일
엿새 앞서 법원이 직권 결정
'18일까지 효력 잠정적 정지'
교육부가 연세대에 1년간 교육부 소관 학술연구지원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는 제재 처분을 내린 지 보름 만에 법원이 직권으로 교육부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연세대는 교육부의 학술연구지원사업에 참여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자격을 잠정적으로 회복했다.

1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은 교육부가 연세대를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에서 1년간 제외하기로 한 처분의 효력을 이달 18일까지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세대는 지난 3일 교육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및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효력정지 결정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보다 엿새 먼저 나왔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은 "법원이 교육부의 처분으로 인해 연세대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고, 심문기일에 앞서 잠정적인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심문기일 이후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교육부는 연세대가 인문한국플러스(HK+) 지원사업의 협약을 위반했다며 △학술연구지원사업 1년간 선정 제외 △연구비 8억8486만원 환수 등 제재 처분을 통보했다. 2개 연구소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연세대 소속 연구소 207곳 전체에 책임을 물은 셈이다.

이번 처분은 연세대가 HK+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국학연구원과 언어정보연구원 교원 11명 소속을 개별 학과로 변경한 게 발단이 됐다. 관련 규칙은 HK교원이 사업 수행에만 전념하도록 이들 소속을 HK연구소로 둘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의 시정 권고에 따라 연세대는 지난 3월 HK교원들을 다시 각 연구원으로 복귀시켰으나 교육부는 제재 처분을 확정했다.


법원 결정으로 연세대는 다시 학술연구지원사업 참여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됐지만 교육부 처분에 따른 연구비 손실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로 남았다. 연세대에 따르면 교육부는 제재 처분 확정 후 연세대 소속 연구소 중 이과대학 천문우주학과·화학과와 의과대학 미생물 교실에서 이달 1일부터 수행하기로 예비 선정된 3개 과제에 대해 선정을 취소했다. 3개 과제의 총 연구비는 162억8000만원이고, 그중 인건비는 약 75억원에 달한다.

연세대는 이번 소송을 통해 교육부 제재 처분의 부당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이종수 연세대 교무처장은 "교육부의 무리한 제재로 대학의 연구 생태계가 파괴되고, 교육 현장이 황폐화 되는 것을 사법부가 막아주길 기대한다"며 "이번 소송은 하나의 사건이지만, 교육부의 사학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에 제동을 거는 상징적 소송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 HK연구소에서 단과대학으로 소속이 변경됐다가 다시 HK연구소로 되돌려진 당사자들 중 일부는 교원 소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교육부와 대학 모두를 비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가 HK교원들의 소속을 다시 HK연구소로 바꾸라고 한 조치는 당사자인 연구자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며, 교육부 조치에 동조한 대학 당국의 결정도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번 교육부와 연세대 간 행정소송에는 사립대학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연세대가 규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이게 관련 학술활동 수행에 어떠한 지장을 초래했는지 교육부에 묻고 싶다"며 "HK교원의 소속을 HK연구소에만 묶어두는 현행 규정은 학문 영역 간 융합 연구에 지장을 초래하고, 대학 내에서 HK교원들을 고립시키는 문제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 사업을 수행하려면 비합리적인 규정이라도 철저하게 지키며 알아서 엎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연세대에 내린 제재가 관련 규정에 근거한 처분이었음을 강조한다. 설세훈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교육부는 법령과 규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렸다"며 "한국연구재단의 시정 요구에 따라 연세대가 제때 바로잡았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령에 따라 1년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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