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애는 놔두고 가라고요?"…부실한 해외접종자 격리면제 지침, 교민들 우왕좌왕

입력 2021/06/16 17:35
수정 2021/06/17 10:23
내달 1일 시행인데…방역당국, 해외공관에 공문 하나 '달랑'

백신 못맞는 아동 면제대상 빠져
직계가족 방문, 형제자매는 안돼
교민들 "행정 편의주의" 불만

시행 전까지 신청도 안받아줘
비행기표 예약 해놓고 발동동

각국 공관마다 문의전화 폭주
LA·뉴욕 영사관 TF까지 구성
◆ 격리기준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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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지난 13일 다음달부터 해외 백신 접종자들의 자가격리 면제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도착한 입국자들이 방역관계자들의 안내를 받고 있다. [김호영 기자]

'늘 보면 해외 입국자 방역정책을 정부에서 재외공관과 사전 상의 없이 발표부터 한 후에 공문으로 통지하는 식입니다. 문의는 빗발치는데 공관도 그냥 공문 하나 받은 게 전부여서 일반인보다 더 아는 게 없을 테고, 업무는 마비되고….' 미국 거주 교민들이 활발하게 이용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 16일 올라온 글이다. 정부가 7월 1일부터 해외 거주자 중 백신 접종자에 대해 한국 입국 시 자가격리 면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지난 13일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혼선이 커지고 있다.

LA총영사관, 뉴욕총영사관 등 해외교민이 많은 공관은 14일(현지시간)부터 일반 민원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격리면제 관련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문의가 빗발치자 주요 공관은 홈페이지에 추가 공지를 올렸지만, 공관마다 내용이 제각각이다. 세부 시행지침이 없으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정부는 13일 서둘러 격리면제를 발표했다.

각 공관들은 7월 1일부터 격리면제 신청을 받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격리면제가 7월 1일 시행되는데, 신청접수를 7월 1일부터 시작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배우자의 출산 때문에 7월 초 한국행을 준비했던 뉴욕지역의 한 민원인은 인터넷 카페에 "직계가족 방문 목적인 경우 격리면제가 가능하다는 소식에 바로 총영사관에 격리면제 민원 예약을 시도했는데 8월에나 예약이 가능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가족관계를 증명할 필수 서류인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데만 며칠씩 걸리는 공관도 적지 않다. 격리면제서의 유효기간(현재는 발급일로부터 7일 이내 입국)에 대한 지침도 명확하지 않다.

가족 방문 범위에 '형제자매'를 제외한 것을 두고 현실을 도외시한 행정이라는 비난도 빗발쳤다. 부모 세대가 사망한 경우가 많고, 직계 비속은 해외에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 회장은 "가족 방문에 형제자매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교민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예방접종증명서가 없는 6세 이상 12세 미만 아동이 격리면제서 발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 접종이 가장 빠른 미국에서도 현재는 12세 이상만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6~11세 자녀가 있는 부모는 사실상 격리면제를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업무가 폭주할 것으로 예상되자 주뉴욕총영사관, 주LA총영사관은 격리면제서 발급 서비스를 전담할 '격리면제서 발급 전담반(TF)'을 구성했다. 6월에 방한 계획을 세웠던 교민들은 일단 비행기표부터 7월로 변경하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쯤 면제서를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어려워 출국 날짜를 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뉴욕에 사는 교민 A씨는 "그간 뵙지 못한 부모님을 뵙기 위해 6월 말 비행기를 예약했다가 부랴부랴 7월 초로 예약을 변경했다"며 "하지만 7월 초에 격리면제서를 발급받을 수 있을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중국 교포와 주재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자가격리 면제 조치 대상이 되는 해외 백신에 시노팜, 시노백 등 중국 백신이 포함되면서 고국 방문을 고려하는 중국 교민들도 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해외 접종자 격리면제 발표 이후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 등에도 '중국 백신을 맞고 한국에 들어갈 때 격리를 면제받으려면 정확하게 어떤 절차가 필요하냐'는 질문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격리면제를 신청하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 등은 공지되지 않아 교민사회는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한국대사관 측은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며 "본부와 상의해 조만간 구체적인 방법을 공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방법부터 아직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편리성, 위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격리면제 신청 때 제출해야 할 서류 명단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격리면제가 이뤄진다고 해도 중국 교민들의 한국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 입국 시 2주 격리가 면제되더라도 중국으로 돌아갈 때 3주간의 시설격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혼선과 관련해 방역당국은 한가한 입장을 보여 지나치게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지난 6월 13일 발급규정(안)을 재외공관에 발송했다. 추가 질의답변 등을 반영해 16일 외교부 등 관계기관에 격리면제서 발급업무 안내 지침을 송부했다"고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조치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큰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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