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랫집엔 택배 쌓이는데 우리집은 왜 1주일째 안오나"

입력 2021/06/16 21:00
수정 2021/06/17 13:11
택배사·지역따라 배달시간 달라
일부 지역 배송 차질…최소 5일

지연 지역 제외 대부분 정상화
장기화될 시 전국에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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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택배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현모(32)씨는 최근 온라인으로 주문한 식품업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거주지가 택배 파업 지역이기 때문에 배송이 늦어질 것이라는 안내 전화였다.

현씨는 "언제쯤 배송이 될 예정이냐고 묻자, 파업 유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만 했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로 배송지를 바꾸고 퇴근길에 물건을 받아왔다"고 하소연했다.

택배업계 노사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중재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파업 중단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택배노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체국 택배노조가 우정사업본부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추가 논의를 하기로 해서다.

이미 택배노조의 총파업이 일주일 이상 장기화되면서 일부 지역의 배송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택배노조의 총파업이 지속될 경우 배송 지연 현상은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

◆ 일부 지역 배송지연..."일주일도 기다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전국 택배 종사자 4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1박 2일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집회에서 택배노동자의 과로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 작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즉각 이행하라고 주장한다.

이날 노사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중재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우체국 택배 노조와 우정사업본부는 중재안과 관련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노조 시위가 격해지고 파업이 길어지면서 여기에 참여한 노조원이 담당하는 지역 주민들은 택배서비스 지연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삼겹살을 경기도 광주에서 받아쓰는데 택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요 며칠새 직접 받으러 다녔다"며 "물건을 매일 받아 써야하는데 언제까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지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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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소비자 제보]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물건의 배송이 늦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당초 2~3일이면 배송되던 제품이 택배 파업으로 최대 일주일까지 걸렸다.

직장인 연모(28)씨는 "평소 온라인 쇼핑으로 옷을 자주 구매하는데, 원래 하루 이틀이면 배달왔던 것이 지난주 시킨 제품이 5일 정도 지나서야 배송됐다"고 말했다.

현재 업체별로 공지한 배송 차질 지역을 종합하면 서울 은평구와 강동구, 경기 성남시, 광주시, 수원시, 용인시, 이천시 등 수도권을 비롯해 경남, 경북, 전남, 전북 등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배송 지연 상황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택배회사별 배송 불가 지역'을 공지하면서 고객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신선식품 등 빠른 배송이 필요한 업체들은 "넉넉한 시간을 두고 주문을 해 달라" "배송 차질이 어떻게 확산될지 몰라 특정 제품 신청은 받지 않는다" 등의 공지를 내걸었다.

◆ 당장은 괜찮지만...장기화 땐 전국 확대될 수도


물론 이 같은 택배대란은 일부 지역에 한해서만 발생하고 있다.


배송 지연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선 택배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기사들 중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10% 안팎이라 크게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 대다수 지역의 택배기사들은 비노조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택배 물량을 책임지는 CJ대한통운이 서울에서 배송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타격이 덜하다는 평가다.

경남 밀양에서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박모(35)씨는 "CJ대한통운은 아직 배송지연에 대한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지만, 롯데택배 등은 배송지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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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사회적 합의기구 일정에 맞춰 이틀째 상경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택배노동조합 회원들. [사진 = 변덕호 인턴기자]

택배사에 따라 배송 지연 여부가 나뉘다 보니 같은 아파트라도 배송이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서울 은평구 빌라에 사는 김모(34)씨는 "아랫집에는 택배가 쌓일 정도로 택배가 오는데 지난 10일 주문한 주방기기가 엿새째 안오고 있다"며 "알고보니 택배사마다 배송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즉각적인 택배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장기화할 경우 터미널에 물건이 쌓여 배송 지연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젠택배 등 일부 중소 업체는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지금은 빈자리를 다른 택배기사들이 메워주는 식이만 장기화되면 물량이 쌓고 택배 대란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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