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 달에 1억 이상 판다"…줄서서 사먹는 '성수동 빵집'

신수현 기자
입력 2021/06/19 12:01
수정 2021/06/21 00:35
줄서서 사 먹는 빵집 '밀도'
당일 구운 식빵 당일 판매해
신선하고 식감·맛 좋아 인기
성수점, 한 달에 빵 약 8만개 팔려
월 평균 매출 1억↑ 2억 넘기기도
[남돈남산] 지난 13일 일요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원천호수 공영주차장에서 10분가량 걸어서 도착한 쇼핑시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 '앨리웨이(alleyway) 광교'. 액세서리, 모자 등을 판매하는 '주말 플리마켓'이 열린 날이라서 그런지 곳곳이 북적거렸다. 플리마켓 오른쪽에 위치한 하얀색 계열의 2층짜리 건물로 발길을 옮겼다. 1층에 위치한 빵집 '밀도(meal°)' 광교 앨리웨이점에 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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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광교 앨리웨이점에 빵이 진열된 모습. /사진=신수현 기자



밀도는 서울 성수동에서 줄을 서서 사 먹는 빵집으로 알려져 있다. 밀도는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꼭 가봐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이날 오후 4시 30분 무렵 찾은 밀도 광교 앨리웨이점에는 50명 이상의 사람들이 매장에서 빵, 음료 등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밀도는 서울 성수동에서 2015년 출발했다. 도쿄제과학교 교사 출신이자 제과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온 전익범 셰프가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빵, 빵 중에 가장 기본적인 빵으로 꼽히는 식빵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5년 서울 성수동에 1호점을 냈다.

전 셰프는 고급 밀가루 등 고급 식자재를 사용했고, 당일 생산한 식빵을 당일 판매하는 원칙을 지켰다. 밀도 빵은 촉촉하고 맛있으면서 건강한 빵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밀도 빵을 먹겠다며 성수점 문 여는 시간인 오전 11시 전에 미리 와서 줄을 서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겼다. 이때부터 밀도는 '성수동 줄서서 사 먹는 빵집'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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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밀도 성수점에서 빵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밀도



밀도에 의하면 본점인 밀도 성수점의 월 매출액은 보통 1억6000만원, 많을 때는 2억원 이상이다. 식빵 2종(담백식빵, 리치식빵), 미니식빵 3종, 러스크 5종, 큐브식빵 7종, 스콘 8종, 잼 6종 등을 판매하며 한 달 평균 판매량은 빵을 포함해 약 8만개에 달한다.

밀도 관계자는 "성수점에서는 담백식빵과 리치식빵이 특히 잘 판매되는데, 이들 식빵은 많이 팔리면 한 달에 약 1만4000개, 하루 약 600개 판매된다"고 말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밀도 매장은 성수 본점을 비롯해 옥수점, 광장점, 잠실점, 한티점 등 총 9개가 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지하 1층에 위치한 '카페 알토 바이 밀도(Cafe Aalto by meal°)'와 광교 앨리웨이점은 베이커리 카페 형태로 운영 중이다. 9개 매장 모두 직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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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지하 1층에 위치한 `카페 알토 바이 밀도(Cafe Aalto by meal°)`. /사진=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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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지하 1층에 위치한 `카페 알토 바이 밀도(Cafe Aalto by meal°)`에 담백식빵(왼쪽)과 리치식빵(오른쪽)이 진열돼 있다. /사진=신수현 기자



전 셰프가 2015년 밀도를 만들었지만, 같은 해 말 부동산 시행사(부동산 개발회사) '네오밸류'가 자회사 '어반라이프'를 통해 밀도를 인수했다. 현재 어반라이프, 더베이커스 등 2개 회사가 밀도 매장을 나눠서 갖고 있으며, 밀도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네오밸류 창업자인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다. 전 셰프는 어반라이프, 더베이커스 등 2개 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네오밸류는 위례신도시 아이파크 1·2차와 구리시 구리갈매지구 아이파크, 광교신도시 광교 아이파크 등을 개발한 시행사로 부동산·건설 업계에서 유명하다. 기존 시행사들과 달리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하면서 부동산·건설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실험이 빵집 밀도를 인수한 것이다.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는 부동산 개발업자 중에 소명의식 없이 돈만 벌 목적으로 주거·상업시설을 공급하는 사람이 많은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땅을 매입한 후 아파트, 상가 등을 지어 파는 행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삶을 제공하고 진실로 인정받는 부동산 개발업자(디벨로퍼)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손 대표는 특히 '의(衣), 식(食), 주(住), 락(樂)'의 영역에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디벨로퍼를 추구해왔다. 이를 위해 시행하는 아파트 단지 중 일부 단지는 아파트 상가를 분양하는 대신 시행사인 네오밸류가 상가를 보유·운영해보기로 결심했다. 아파트가 지어지면 해당 아파트 상가에 여러 개의 부동산이 들어서고, 비슷한 음식점과 옷가게 등으로 채워지면서 상권이 죽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상가에 다양한 외식업체, 옷가게, 병원, 학원 등 여러 쇼핑·편의시설을 넣어 아파트 주변 상권을 살리고 아파트 주민의 삶의 질 나아가 아파트 가치까지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일부 혹은 모든 상가를 네오밸류가 보유해 운영하기로 했다. 밀도를 인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업시설에 넣을 콘텐츠로 밀도를 활용하기 위해 인수한 것이다.

앨리웨이 광교는 사실 네오밸류가 시행한 광교 아이파크의 상업시설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네오밸류에 의하면 이 땅은 계약 면적만 3만8546㎡(약 1만1660평) 규모로, 시행사인 네오밸류가 이 땅에 상가를 지어서 분양하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 땅을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대신 시행사인 네오밸류가 전부 소유·운영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네오밸류는 광교 아이파크와 앨리웨이 광교를 기획·개발하던 2016년 당시 기준으로 앨리웨이의 가치를 2900억원으로 추정했다. 앨리웨이를 만드는 대신 다른 시행사들처럼 이를 상가로 기획해 일반인에게 분양하면 최소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까지 이득을 챙길 수 있었지만 이를 포기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네오밸류는 수익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구해 왔던 여러 시행사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혁신적인 시행사"라고 평가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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