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대, AI 데이터 강좌 1724명 몰렸지만…담당교수 증원 7명뿐

입력 2021/06/20 17:18
수정 2021/06/20 19:42
AI·데이터 교육 수요 늘자
올해 관련강의 56개 개설
수강생도 1724명으로 증가

문과생까지 문호 확대했지만
올해 담당교수는 7명만 늘어
서울대 "교수 임의로 못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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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과 부전공은 학점이 4.3점 만점에 3점 후반을 넘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모든 학생을 수용할 만한 여건이 안 됩니다. 지금도 교수 1명이 기본 60명에서 200명 대상 강의를 하고 있어서 정원이 더 늘어나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유병준 서울대 경영대 교수)

서울대에 개설된 인공지능(AI)·데이터 관련 강의에 수강생이 2000명 가까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뜨거운 가운데 공대, 경영대 등 관련 학과 교수들이 제때 충원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대학이어서 학생 정원을 자유롭게 조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연동된 교수 정원도 바꾸기 어렵다. 게다가 수도권 소재 대학에 걸려 있는 정원 규제 때문에 특정 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반드시 학내 다른 전공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20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올해 1학기에 개설된 AI·데이터 관련 강의는 56개이며 총 수강생은 1724명(중복 수강생 포함)에 달한다. 작년 한 해만 해도 AI 관련 강의는 학사 과정 10개, 대학원 과정 14개로 총 24개 교과목이 개발·신설됐다.

강의는 많이 늘었지만 추가로 이 분야에서 강의를 맡아 줄 수 있는 교수의 충원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최근 신규 임용된 공대 교원 수는 2019년 17명에서 지난해 9명, 올해 1학기 7명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관계자는 "신규 임용 교원은 특정 강의나 분야의 수요보다는 정년퇴직 등 결원 현황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기 분야에서의 강의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컴퓨터공학부, 경영·경제학부 등 인기 학과 강의를 전공 문턱을 넘어서 들을 수 있도록 한 부전공, 복수전공 등 다전공 제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기존에 2월과 8월이었던 다전공생 선발 일정을 작년 2학기부터는 수강신청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네 달씩 앞당겨 10월과 4월로 변경했다. 최근엔 학생 스스로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학생설계전공 제도를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앞으로 다전공이 가능한 범위를 넓히거나 제도적 제한을 풀어주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관련 수강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컴퓨터공학 다전공(복수전공·부전공) 총 55명 선발에 206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늘어나는 강의와 수강생에 비해 교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병곤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학교 전체에서 컴퓨터공학과와 경제학부 같은 인기 학과에 다전공 지원자가 굉장히 많은 편인데, 이들을 모두 받기엔 교원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수요에 맞춰 교수 정원 조정이 필요하지만 행정상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공학계열만 유일하게 학생 정원을 기준으로 산출된 교원 법정 정원에 비해 실제 교원 수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대학 설립·운영 규정'에 따르면 특정 학과의 예산과 교원 수는 학생 정원에 따라 배정된다. 서울대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대 전임교원(교수·부교수·조교수) 수는 의학 657명, 인문사회 619명, 자연과학 538명, 공학 348명, 예체능 94명 순이었다. 이 중 교원 정원보다 현원이 더 적은 경우는 공학(정원 388명)뿐이다. 서울대에 따르면 종합적으로 인문사회계열 교원이 공학계열의 약 1.8배에 달한다.

서울대는 국립대 법인이기 때문에 사립대에 비해 학생 정원을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렵다. 특히 수도권 규제 때문에 컴퓨터공학과 같은 인기 학과의 학생 정원을 확대하려면 인문대, 사회대 등 타 학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과학기술대학인 카이스트·포스텍과 달리 서울대는 종합대학이란 특성상 여러 단과대 간 의견 조율에 긴 시간이 걸릴 때도 많다.

교원, 예산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도 어렵다. 다전공을 통해 인문사회계열 등 타 전공 학생들도 AI·데이터 관련 수업을 들을 길이 열려 있지만, 주전공자에게 수강신청 우선권이 주어져 실질적으로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기 학과에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서 수강신청은 전쟁이 됐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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