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합격하려 코딩도 했는데…" 고려대, 컴퓨터과 이중전공 정원 3배합격 논란 [스물스물]

명지예 기자
입력 2021/07/01 15:11
수정 2021/07/01 22:16
이중전공자 정원 35명인데 99명 선발해
컴퓨터학과 본전공 학생들은 반발
"필수전공 강의도 못 들어 졸업 미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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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의 고려대 본관 전경 [사진 제공 = 고려대]

"고려대 문과대학 다니다 반수(半修)해서 컴퓨터학과로 왔습니다. 이중전공 100명 뽑을 줄 알았으면 이중전공 해서 등록금도 시간도 아꼈을 텐데요."

최근 고려대 정보대학 컴퓨터학과가 올해 2학기 이중전공자 선발 때 정원의 약 3배에 달하는 인원을 합격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9일 고려대 정보대학 학생회는 '누구를 위한 이중전공 선발인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내고 이번 선발이 무분별한 정원 확장이라고 비판했다.

학생회는 "전공과목 개설 추세와 강의 정원을 생각하면 99명의 이중전공생 수용에는 명백히 한계가 있다"며 "무분별한 정원 확장을 중단하고 정보대학의 교육 역량부터 개선하라"고 비판했다.

고려대 학사팀 공지에 따르면 올해 2학기 컴퓨터학과 이중전공자 선발 정원은 35명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발표된 합격자 명단에 따르면 총 99명이 선발됐다. 이는 컴퓨터학과의 입학 정원인 115명의 86%가 넘는 인원이다. 입학 정원이 320명인 경영대학은 이번에 이중전공자를 66명 선발했다.

최근 컴퓨터학과의 이중전공생 선발 인원과 비교하더라도 이번 선발 인원은 이례적이다. 컴퓨터학과 이중전공 합격자는 지난해 1학기 11명, 지난해 2학기 약 25명, 올해 1학기 23명이었다고 한다. 이번 발표 직후에는 합격자들까지도 "전산 오류 아니냐"며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지난달 27일 정보대학 학생회는 고려대 컴퓨터학과장과 면담한 내용을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당시 면담에서 차 교수는 "학점이 3.75가 넘는 학생들이 90명 넘게 지원했는데 정원대로 35명 받으면 학점이 4.25 정도에서 잘린다"며 "워낙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와서 90명 이상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활한 전공 강의 수강을 위해 방학 때 운영하는 계절학기에라도 전공 강의를 개설해달라는 학생회의 요구에 학과장은 난색을 표했다.


해당 학과장은 "1994년도부터 교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는 한 번도 여름학기나 겨울학기에 전공과목을 개설해본 적이 없다"며 "교수 입장에서 그건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요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면담 내용이 알려지자 고려대 학생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에 컴퓨터학과 이중전공자로 합격한 A씨는 "선발되기 힘들다고 해서 이중전공을 위해 학점도 4.3으로 올리고 자소서에 쓰기 위해 코딩 관련 활동도 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합격시키니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보대학 학생회 측은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생회는 "졸업 요건인 필수전공 강의를 인원 초과로 수강하지 못해 졸업이 미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이중전공자를 받지 말자는 게 아니라 열악한 교육 환경부터 개선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회가 29일부터 받고 있는 '정보대학 교육원 대자보 연서명'에는 1일 오전 11시 기준 4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고려대는 '이중전공자 인원은 학과·학부 기준정원의 130%에서 심화전공 학생 수를 뺀 인원을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지만 학과·학부의 요청에 따라 이중전공자 수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정해두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최근 사회 트렌드와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컴퓨터학과 이중전공 합격자 수가 늘어났다"며 "수업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개설과목 수 확대 및 수업 정원 조정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주 중에 정보대학 학생회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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