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신과의사, 유튜버에 게임개발까지…'N잡러'는 말한다 "본업이 가장 중요"

입력 2021/07/21 17:43
수정 2021/07/22 07:42
70만구독 '닥터프렌즈' 오진승씨

6시까지 진료, 퇴근후 유튜브
쉬는날은 방송출연, 게임구상
너무 바빠 '번아웃' 오기도
"정신과 장벽 낮추려 딴일 시작
내 본업은 어디까지나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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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로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꾸역꾸역'입니다. 제가 N잡을 할 수 있는 것도 '꾸역꾸역'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정신과 의사이자 70만명이 구독하는 '닥터프렌즈' 유튜버, 방송인 그리고 최근 게임개발에도 도전한 오진승 씨(사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 직업에서 성공한 비결을 묻자 이와 같이 답했다. 그는 "모두 겉으로는 우아하게 보이는 백조지만 밑에서는 물장구를 열심히 치고 있다"며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잘 지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버겁고 지쳐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유튜브 닥터프렌즈는 정신건강의학과 내과 이비인후과 전문의 3명으로 구성됐으며 의학 상식을 다루는 채널이다.


멤버인 오씨는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정신과 의사로서 진료를 한다. 토요일에도 오후 2시까지 환자를 본다. 유튜브 촬영은 퇴근 후 오씨 병원에서 이뤄진다. 병원 휴무일인 수요일에는 최근 늘어난 라디오 스케줄 등을 소화한다. 지난 1년 동안에는 게임 '헬프미'를 구상하는 시간까지 더해졌다.

정신과 의사인 그조차도 이처럼 바쁜 일상에 '번아웃'이 왔다. "저도 작년 10월에 개원 준비를 하면서 번아웃이 왔어요." 어떻게 이겨냈을까. "유튜브를 함께하는 두 친구에게 많이 기댔죠. 무엇보다 번아웃을 경험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정신과 의사로서 무조건 숙면을 취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수면을 충분히 취해야 무기력증이 좋아져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세 직업은 사실 아주 긴밀한 관계다. 유튜브와 게임개발 모두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의지가 저변에 깔려 있다. 정신과 전공의 시절 '정신과는 무서운 곳이다' '정신과 환자들은 잘 낫지 않는다'는 편견을 접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도 딱딱하고 어려운 의학 지식을 친근하게 전해주고 싶다는 의도였다. 특히 오씨는 정신과 역시 일반 병원과 마찬가지로 아플 때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후엠아이:도로시 이야기' '봉제인형 정신병원'과 같이 정신과 관련 게임을 리뷰한 영상이 예상보다 큰 인기를 얻자 게임개발을 결심하게 됐다. 유튜브가 아니라 게임으로도 정신과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사람이 함께 공동 기획한 게임 '헬프미'는 플레이어가 의사가 돼서 다양한 정신적 질환을 호소하는 캐릭터를 치료하는 게임이다. 내가 어떤 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치료도나 신뢰도가 변한다. 또 대화가 끝날 때마다 항우울증약, 항정신병 약물 등 실제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물을 선택할 수 있다. 실제 정신과 진료실 치료와 유사도가 높다. 그는 "예컨대 전기경련치료(ECT)가 게임에 나오는데 많은 분들이 전기치료라고 하면 고문을 연상한다"며 "게임에서 해당 치료법을 구현할 때 '지지직' 대신 부드러운 효과음을 넣는 등 낯선 정신과 치료를 있는 그대로 소개하되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전하는 N잡의 성공 공식은 '본업'에, 즉 나의 '정체성'에 충실할 것. 그는 "가장 소중한 직업은 본업인 정신과 의사"라며 "유튜브와 게임 모두 의사라는 확고한 아이덴티티가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고 바깥 활동이 더 즐겁기는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해준 정신과 의사란 본업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세 직업 중 하나만 선택해도 현실적인 이유로 의사여야 한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70만 유튜버지만 셋이 수익을 나누는 만큼 생계 유지는 어렵다고.

[김연주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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