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누구나 30만원 대출, 이자는 원하는만큼"…한양대 '키다리은행'을 아시나요? [스물스물]

박홍주 기자
입력 2021/07/25 08:15
수정 2021/07/25 11:13
여윳돈을 나눠 빌려주자는 아이디어로 시작
신용조회 않는데도 대출금 95% 이상 회수
"대학생들의 건강한 재무습관 만들어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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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키다리은행 운영진이 서울 도봉구 세그루패션디자인고등학교에서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어떤 친구는 용돈이 남는데, 누군가는 돈이 부족해서 대출을 받아야 하거나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도 하잖아요. 여윳돈을 1만원씩이라도 모으면 그런 친구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한양대의 '키다리은행'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기민 씨(경제금융학부 17학번·24세)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10명이 5만원씩만 모아도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생활비가 부족해도 일정한 수입이 없어 대출조차 쉽지 않은 대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신용도가 깎일 걱정을 하거나 부모에게 용돈을 부탁해야 한다. 한양대 키다리은행은 이들에게 신용조회도, 정해진 이자율도 없이 최대 30만원을 빌려주고 있다. 이자는 원하는 만큼 붙여 상환하면 된다.


이른바 '자율이자제'다.

키다리은행은 지난 2015년 한양대 서울캠퍼스의 '창업실습' 수업에서 과제물로 출발해 그해 11월 정식으로 출범했다. 최대 30만원을 최장 6개월까지 빌려주는 '숏다리 대출'을 해준다. 대출 조건은 두 가지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재학생이어야 하고,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조합원으로 가입할 때 출자금 1만원을 낸다. 이 출자금은 나중에 원할 때 회수가 가능하지만, 소액이라 받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많다. 숏다리대출의 덕을 본 졸업생들의 후원금과 함께 이렇게 쌓인 자금이 3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 12일로 누적 대출금이 1억원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350건이 넘는 누적 대출 중 95% 이상이 회수됐다. 김 이사장은 "부모님을 간병하느라 일을 하기 힘들다는 학우의 요청에 따라 무기한으로 연장해준 경우가 있다"며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대출금이 회수됐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신용조회나 담보가 없으면 돈이 떼일 거란 의심이 해소된 셈이다.

한도가 30만원인 숏다리대출의 대부분은 생활비로 쓰인다.


키다리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조합원들이 대출을 받는 이유 중 생활용품비·자기계발비·주거 및 공과금 등 필수적인 생활비의 비중이 81.3%에 달했다. 나머지에서도 여행경비(8.8%), 문화생활비(6.2%)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금이 부족해 외부 경험을 하기 힘든 대학생들의 현실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도 '대학생들끼리의 돈놀이'로 치부하는 시선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이사장은 "다른 학교에서도 몇 차례 시도했지만 '대부업'이라는 편견 때문에 홍보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모두 철수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비대면인데 홍보도 할 수 없어서 조합원 가입이 많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업 초기 최저임금이나 물가 수준으로 고려해 대출 상한액을 30만원으로 잡았는데 이제는 한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키다리은행은 숏다리대출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외부 기업과 함께 '꿈 키높이 통장' 사업도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6개월간 정해진 소액을 꾸준히 저금하면 18~30% 수준의 높은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식이다. 다음달에는 대학생들의 생활 속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보험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 이사장은 "자격증 시험은 응시료가 비싸서 재시험을 봐야 하는 것도 일종의 리스크"라며 "건강한 재무습관을 만드는 걸 넘어 생활 속 '작지만 큰 위험'을 관리해주는 수준까지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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