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숏컷이 '페미'라니…韓 젠더갈등 꼬집은 외신

입력 2021/07/30 17:29
수정 2021/07/30 19:54
선수 짧은 머리·SNS 표현 놓고
男 커뮤니티서 '페미'라며 비난
"금메달 반납하라" 억지 주장도

주요 외신 "韓 여전히 남성 중심"
정치권·여성부 "여성 혐오 반대"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3관왕인 안산(20·광주여대)의 '쇼트 커트(짧은 머리·숏컷)'를 놓고 '젠더 갈등'이 불거졌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안산 선수의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그를 '페니미스트'로 지목하고 비난과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또 안 선수가 SNS에서 '웅앵웅' '오조오억년' '얼레벌레' 등 단어를 사용한 점을 들며 "금메달을 반납하라"는 억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단어들이 모두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며, 이 같은 단어를 쓴 안 선수는 페미니스트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안 선수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안 선수의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며 부당한 공격에서 안 선수를 보호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부 네티즌은 지난 28일부터 대한양궁협회 게시판으로 몰려가 7000개 넘는 글을 올리며 협회 차원에서 안 선수에 대한 악성 댓글에 대응해 줄 것을 촉구했다.

30일 주요 외신들도 국내에서 벌어지는 젠더 갈등을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안 선수의 짧은 머리가 반페미니스트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며 "이 같은 온라인 학대의 배경은 젊은 한국 남성들의 반페미니스트 정서"라고 보도했다. 로라 비커 BBC 서울 주재 특파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머리 모양은 문제가 안 된다.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이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하는 소수의 목소리"라고 썼다. 이 같은 외신 보도가 잇따르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국제적 망신"이라며 안 선수를 비난하는 쪽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안 선수 논란에 이어 내년 대선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벽화' 논란까지 터지자 여성 권익 담당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이날 "최근 스포츠계와 정치 영역 등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인권 침해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짧은 입장문을 내놨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안 선수 응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성별, 외모, 지역, 나이, 종교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차별과 혐오를 거부한다"고 적었다. 정의당에서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저는 안산 선수와 대한민국 선수단 한 분 한 분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씨 벽화가 그려진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 서점으로 일부 보수 유튜버와 시민들이 몰려오면서 혼란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중고 서점과 관련한 112 신고 접수는 교통 불편, 소음, 미신고 집회 등 모두 41건에 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벽화 제작을 지시한 서점 주인이자 건물주 여 모씨는 '쥴리의 꿈' 등 지적된 문구를 모두 지우겠다고 했고, 실제 이날 오전 9시 14분께 서점 직원 1명이 나와 흰 페인트로 문구를 덧칠했다. 문구는 불과 4분 만에 지워졌다. 그러나 문구가 지워진 벽화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 쥴리 벽화에 이어 뮤직비디오 영상도 나왔다.

[류영욱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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