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사고 소송 전패에도 교육부 긴 침묵…교육감 '내로남불' 의식?

입력 2021/08/01 07:10
수정 2021/08/01 07:30
"교육감 자녀 외고 보낸 뒤 국민은 못 보내게 하는 것은 내로남불 전형"
서울과 부산, 경기도교육청이 10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의 자사고 지정 취소 불복 소송에서 전패했으나 교육부가 패소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3주 넘게 침묵하고 있다.

1심에서 10전 10패 한데다가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에 자녀를 보낸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이는 현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4169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교육부, 패소 3주 지났지만, 여전히 "입장 검토 중"

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8일 경기도교육청이 경기 안산 동산고등학교에 자사고 지정 취소 불복 소송에서 패한 뒤 관련 입장을 내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서울과 부산·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를 시작으로 중앙고, 배재고 등 서울 지역 자사고 8곳, 경기 안산 동산고까지 10개교에 대한 1심에서 모두 패했다.

교육부는 안산 동산고 패소 뒤 "판결문 등 검토가 필요하다"며 입장 발표 시점을 뒤로 미뤘지만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과 부산, 경기도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에 미달한다면서 10개교에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고, 교육부는 지정 취소에 동의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2019년 자사고 지정 및 취소에 관한 심사 당시, 심사 기준에 많은 변경이 생겼는데 변경된 기준을 심사 대상 기간이 끝날 때쯤에야 통보하고, 이를 이용해 심사한 것은 절차적 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면서 자사고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입장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교육부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741692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이재정 경기교육감

◇ 자사고 지정 취소 교육감 3명 중 2명 자녀 외고 보내

교육부가 이처럼 입장 발표를 미루는 데는 교육감들의 내로남불 논란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3개 교육청의 교육감 가운데 2명이 자녀들을 외고에 보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아들 2명을 서울 지역 외고에 보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딸을 외고에 보냈다가 일반고로 전학시켰다. 이 교육감은 딸을 외고에 보냈다가 '학교가 아닌 것 같다'는 딸의 의견에 일반고로 전학시켰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만 자녀 3명을 일반고에 보냈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자녀들이 외고에 다닌 것에 대해 내로남불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그런 자세로 (비판을)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서의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 개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는 학부모 마음도 이해하고 비판도 듣고 죄송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자신의 자사고 폐지 정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서울 시민이 저를 선택할 때 부여한 소명"이라며 "그 소명을 수행하는 점에 있어서 개인적 차원의 부족에도 널리 이해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본인은 필요해서 자녀를 외고와 자사고에 보낸 뒤 이제는 자사고가 마치 교육 악, 교육 적폐인 것처럼 폐지를 주장한다"면서 "외고와 자사고를 본인 자식 출세를 위해서만 이용하고 일반 국민은 이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승소와 상관없이 10개 자사고 지위는 오는 2025년 2월까지만 유지된다.

교육부가 전국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2025년 3월 1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향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육청의 1심 패소와 무관하게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폐지라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24개 학교의 학교법인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741692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법원 "서울시교육청, 세화·배재고 자사고 취소 위법"

[연합뉴스]

Copyrights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