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손주 잘 키우고 싶으시죠? 먼저 본인부터 공부하세요

입력 2021/08/01 17:23
수정 2021/08/02 11:17
양육경험 전수 유튜브채널
'손잘TV' 개국한 박수천씨

5070세대가 전국민 35%
시니어들이 역할 해내야
나이들어도 할일 무궁무진
"노년은 어시스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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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의 양육 경험을 전수하는 손잘TV를 시작한 비영리민간단체 시니어서포터의 박수천 대표가 매일경제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비영리민간단체 '시니어서포터'의 박수천 대표(70)는 '5070 세대 역할론'을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흔히 중년이 넘어가면 생각이 노쇠해지고 체력도 쇠잔해지는 시기로 생각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그릇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5070세대가 전 국민의 35%"라며 "저무는 나이가 아니라 새 삶을 적립해야 하는 시기"라고 그는 주장한다.

과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니어서포터가 최근 양육 경험을 전하는 유튜브 '손잘TV'를 시작했다. 손잘은 '손주를 잘 키우자'의 줄임말이다. 5070세대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녀 양육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등장인물이 유명 인사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 도리어 특별하다. 박 대표를 최근 만났다.


"영상으로 만든 평범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본인은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면 특별하지 않은 삶이 없다. 불리한 환경이 오히려 도전과 반전의 발판이 되기도 하고 그 안에는 어려움을 이겨낸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그 일화를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고자 했다."

박 대표가 소개하는 김명진 씨(63) 사연은 은근한 감동을 준다. 안동에서 육남매 맏딸로 태어난 김씨 학력은 '국졸'이었다.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사회에서 그에게 주어진 여성의 삶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낳고 살다 보니 공부가 절실했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한 김씨는 지금 석사학위 소지자다.

"엄마가 공부하니까 아이들도 공부했다고 한다. 바람직한 양육이란 부모가 먼저 실천함으로써 보여주는 것이다. 저런 사연들이 시니어 세대에게 적지 않게 있는데 귀한 스토리를 우리는 너무 모르고 사는 게 아닌가 싶다. 개인의 삶은 그 자체로 엄청난 보고요, 하나의 도서관과도 같다."

박 대표는 5070세대에게 '열폭 자서전'을 써보라고 추천한다. 열폭 자서전이란 '자신의 삶을 10개의 페이지에 담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삶을 글로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던 10개의 장면을 떠올리면 자서전 쓰기가 어렵지 않다고 그는 본다. 중요한 건 미래 시점의 페이지가 더 많아야 한다.

"보통 사람이라고 느꼈던 분들도 가장 중요했던 시기를 떠올리면 '열폭 자서전' 쓰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때 몇 개의 장면은 미래 시점으로 써보길 추천한다. 해결되지 않은 인간관계, 가족과의 불화 등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보일 거다. 미래의 계획이나 꿈이 없으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가짐도 변한다지만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박 대표는 노인이 되더라도 작은 꿈, 작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이든 남을 위한 활동에 참여해야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은 나만 생각하는 자세다. 노년의 삶은 어시스트의 삶이다. 삶의 조언자,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에서 39년간 공직자로 일하다 대전·대구 식약청장을 역임한 그는 '지역 중심의 시니어 활동'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고령사회가 되면 마을 공동체가 더없이 중요한 시기가 온다. 공동체를 이루는 방법이 사회적 의제가 돼야 한다"고 본다.

"나이가 들면 자신이 살던 곳으로 시선이 옮겨지기 마련이다. 중앙에서 혹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결국 자신의 지역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마을이 중요해진다. 이들의 역량은 최고 상태인데 이들을 활용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의 주류 인구는 노인계층이다. 이들을 잉여인구로 취급하면 모두가 불행한 나라가 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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