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화장시설이 왜 고양시에"…주민반발이 지자체 싸움으로

입력 2021/08/01 17:44
수정 2021/08/02 10:31
접경 맞댄 서울·고양 기피시설 갈등 점입가경

고양 덕양구에 서울 화장터 2곳
주민들 "도시 이미지 큰 훼손"

고양시 소재 음식물 처리장은
서울 서대문구에서 직접 관리
주민 반발에 2년간 가동 중단
재가동 추진하자 주민들 발칵
◆ 갈등에 발목잡힌 지역경제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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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서울시 서대문구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내부. 인근 고양시 주민은 2007년부터 2018년 말 가동이 중단되기 전까지 10여 년간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서대문구가 시설을 현대화한 후 재가동 방침을 밝히자 현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십수 년간 악취에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살았어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고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난점마을에 거주하는 윤모성 씨(비상대책위원장)는 인근 난지물재생센터 내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의 완전 폐쇄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은 행정구역상 고양시에 있지만, 용지는 서울시 소유로 서대문구가 관리하고 있다. 2007년 7월부터 서대문구는 민간업체에 위탁하거나 직영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운영해 왔다.

2018년 말 고양시 주민의 반발로 가동이 중단되기 전까지 십여 년간 하루 300t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했다.


이 중 고양시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도 하루 70t가량 처리했지만, 대부분 서대문구 등 서울시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받았다. 10여 년간 이곳에 거주해온 윤씨는 "서울시 기피시설을 고양시가 떠안은 건데, 이 때문에 난점마을 주민들은 수년간 악취에 시달리며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매일같이 마을 전체에 음식물 썩는 냄새가 진동했고, 파리와 모기가 들끓어 여름에도 창문조차 열지 못하고 버텨야 했다"고 말했다.

2년여 동안 멈췄던 시설이 최근 재가동 기미를 보이면서 마을은 다시 발칵 뒤집혔다. 서대문구가 하루 처리 용량을 기존 300t의 절반인 150t 규모로 줄이고, 악취를 줄이기 위한 음압시설을 설치하는 등 시설 현대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고양시 주민들은 "현지 주민의 동의는 구하지 않은 강압적 행정"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고양시 측도 난감한 상황이다. 주민 민원은 빗발치고 있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과거 허가를 받은 시설이어서 서대문구의 재가동 계획을 제지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다만 고양시는 "주민 동의 없이는 재가동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민 반발이 워낙 거세 서대문구의 시설 재가동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우선 시설 개·보수 공사를 연말께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재가동에 나서겠다는 서대문구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서대문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일정이 지연된 데다 재가동도 난지물재생센터를 관할하는 서울시와 지역 주민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양시와 서울시 간 갈등은 또 다른 기피시설인 '화장시설'을 놓고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시립벽제묘지 역시 고양시 덕양구에서 50년 넘게 운영돼 일대 주민들이 교통 체증과 재산 가치 하락, 도시 이미지 훼손 등 각종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고양시와 서울시 경계인 은평구 수색동에 재활용 집하장(은평구)이 2001년부터 운영 중이고, 현재 재활용쓰레기 선별 시설인 은평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특히 화장시설의 경우 증가하는 화장률로 인해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신규 건립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화장률은 2014년 79.2%에서 2019년 88.4%로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전국 화장시설은 55곳에서 60곳으로 5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규 화장시설 건립이 진척되지 못하는 이유는 입지 선정과 운영 방식을 놓고 주민·지자체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관내에 화장시설이 없는 경기 가평군은 남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등 3개 지자체와 공동으로 사용할 화장시설(30만㎡)을 2026년 완공 목표로 추진키로 했으나, 화장장 공동 사용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화장 시설 관련 군민토론회'를 열어 화장장 건립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경기 이천시에서도 화장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이천시는 부발읍 수정리 산 11-1 일대에 화장시설을 내년 12월까지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건립 절차가 길어짐에 따라 완공 시기를 2년 후로 늦췄다. 그러나 해당 용지가 여주시 능서면 매화·양거·용은리와 가까워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뿐 아니라 여주시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가평 = 지홍구 기자 / 고양 = 이상헌 기자 / 서울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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