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립지 떠넘기는 주민들…수도권 '쓰레기 대란' 위기 고조

입력 2021/08/03 17:32
수정 2021/08/03 23:58
매경, 서울·경기·인천 주민 1500명 설문

서울·경기 쓰레기 받아온 인천
2025년 매립지 사용종료 선언

현재 매립지 연장 이용 주장엔
인천 "예정대로 폐쇄를" 강경
서울·경기는 "계속 사용해야"
◆ 갈등에 발목잡힌 지역경제 ③ ◆

751438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3일 인천광역시 서구 수도권 매립지에서 쓰레기 매립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시는 2025년 매립지 포화로 더 이상 서울·경기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는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달 25일 오전 인천시 서구 수도권 매립지 입구 도로는 젖어 있었다. 폐기물 운반 차량이 오가며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막기 위한 조치지만 대형트럭이 수시로 드나드는 통에 인근 식당 등에까지 먼지가 날렸다.

현재 매립이 진행 중인 3-1 매립장은 안전 등을 이유로 진입이 불가능했다. 대신 바로 옆 매립이 완료된 2매립장 정상에서 3-1 매립장을 바라볼 수 있었다. 매립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모아 발전소로 보내는 가스 포집정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고 생활쓰레기와 건축폐기물을 실은 대형트럭 수십 대가 분주히 움직였다.

751438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데 반입총량제 등을 도입해 지금부터 반입량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립지 중앙 지점에 서서 냄새를 맡아봤지만 눈살을 찌푸릴 만한 악취는 없었다. 하지만 수도권 매립지를 대하는 인천시민 입장은 싸늘했다.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사는 김 모씨(53)는 "왜 수십 년 동안 서울과 경기도 쓰레기까지 받으면서 쓰레기 도시로 살아야 하느냐"면서 인천시의 매립지 폐쇄 방침을 지지했다.

최근 현 수도권 매립지를 대체할 공동 매립지를 찾기 위한 정부 공모가 무산되면서 향후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인천시가 대체 매립지 조성 여부와 관계없이 2025년 현 수도권 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한 이후 정부나 서울시, 경기도에서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다. 여기에 서울·경기·인천 주민들이 현 수도권 매립지 사용 종료 문제를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면서 당분간 수도권 지자체 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3일 매일경제가 알앤써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사용 종료' 선언을 대하는 서울·경기·인천 주민 입장은 명확히 갈렸다.


서울시민의 32.8%는 인천시 선언이 '잘못했다'고 응답해 '잘했다'(12.6%)보다 많았으며 경기도민도 '잘못했다'(26.2%)는 응답이 '잘했다'(19.0%)를 앞질렀다. 그러나 인천시 선언에 대해 인천시민의 68.8%는 '잘했다'고 답해 서울·경기 주민과 온도 차이가 극명히 갈렸다.

3개 시도 주민은 대체 매립지 조성 전까지 현 수도권 매립지를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대체로 찬성했지만 온도 차이는 뚜렷했다. 서울시민의 79.4%와 경기도민의 78.9%는 대체 매립장을 찾을 때까지 현 매립장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인천시민은 45.4%에 불과했다. 대체 매립장 조성 여부와 관계없이 현 매립지를 계속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천시민도 32.6%나 됐다.

751438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특히 현 매립지가 위치한 서구와 인근 지자체인 동구·중구·강화군·옹진군 주민은 '사용 반대'(34.9%)가 '사용해야 한다'(37.6%)는 입장과 맞섰다. 대체 매립장을 조성할 때까지 현 매립지를 계속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서울시·경기도와 '2025년 사용 종료'를 고수하는 인천시 간 갈등 구도가 이번 조사에서도 재현된 것이다.

인천시는 이미 2025년 현 매립지 사용 종료에 맞춰 옹진군 영흥면 일대에 자체 매립 후보지를 매입하는 등 독자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과정은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 매립지 조성 전까지 현 매립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환경부·서울시·경기도 입장에 변화가 없는 데다 인천시의 자체 매립지 조성도 '험로'가 예고되면서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수도권 매립지는 안정적 가동을 위해 2019년 반입총량제를 도입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올해 반입총량 총 60만88t을 받은 수도권 64개 기초단체는 올해 1~5월 총량 대비 평균 53.3%의 반입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하남시(192%)와 화성시(178%)는 이미 100%를 초과했다.

[인천 = 지홍구 기자 / 서울 =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