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낙연 정치 생명 끊겠다"는 황교익씨에게 허용된 시간은 얼마? [방방콕콕]

입력 2021/08/19 11:30
수정 2021/08/19 16:16
경기관광공사 사장되면 선거운동 할 수 없어
인사청문회 9월초 유력…남은 시간은 2~3주
황교익 "이낙연측 먼저 사과하면 나도 사과"
출구 전략 제시도…잇단 구설에 경기도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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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18일자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보은인사설' 주인공인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직 사퇴를 거부했다.

황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사 사장은 주인인 경기도민이 결정해야 한다"면서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로서 경기도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보다 3시간 빨리 쓴 페이스북 글에서는 이 지사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일전을 선언했다.

앞서 이낙연 후보측은 황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보은인사'"라고 공격했다.


이낙연 캠프 신경민 상임부위원장은 지난 1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황씨에 대해 "일본 음식에 대해 굉장히 높이 평가를 하고 '한국 음식은 아류다', '(일본) 카피를 한 것'이란 식의 멘트가 너무 많다. 이렇게 많이 우리 음식을 비하했나, 깜짝 놀랄 정도"라면서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비판했다. 신 부위원장은 "이런 인식을 갖고 경기도관광공사, 맛집공사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의심이 든다"고도 했다.

황씨는 반발했다. 같은날 "정치권의 더러운 프레임 씌우기가 유력 대권 후보인 이낙연 캠프에서 저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낙연은 일본 총리를 하라"고 응수했다.

이튿날(18일)엔 이낙연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 높였다. 황씨는 "어제 하루종일 이낙연의 친일 프레임 때문에 크게 화가 나 있었다. 이낙연 저에게 '너 죽이겠다'는 사인을 보낸 것으로 읽었다. 전문가는 평판에 흠집이 나면 직업 생명이 끝난다. 이낙연이 제게 던진 친일 프레임은 일베들이 인터넷에서 던진 친일 프레임과 성격이 다르다. 일베들이 아무리 왱왱거려도 저의 평판에는 작은 흠집이나 낼 뿐이다. 이낙연은 국무총리까지 지낸 유력 정치인이다. 제 모든 것을 막살낼수 있는 정치권력자"라면서 말의 무게가 다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저를 죽이자고 덤비는 이낙연의 공격에 저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낙연의 네거티브에 걸려든다는 걱정이 있는 줄 압니다만, 저는 정치따위 모르겠고, 저의 인격과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 이니 싸우지 않을 수 없다"고 일전을 선언했다.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구체적 목표까지 제시했다.

한가지 의아한 점은 싸움의 시한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인사청문회 전까지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청문회 일정은 보통 경기관광공사가 경기도에 의뢰하면 경기도가 경기도회의외 제출해 정해진다. 통상 도가 요청한 일주일내에 개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때 오는 30일 개최가 유력했으나 황씨의 서류 준비 시간 등을 감안해 9월초·중순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황씨 주장처럼 이 후보의 저격수 역할이 가능하다. 역산하면 이 기간은 2~3주의 짧은 시간이다.


공세 시간 정해 놓은 건 공직선거법 때문


황씨가 이 후보와의 결전을 선언하면서도 시한을 정해 놓은 건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그 역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되면 정치적 발언을 하지 못한다"고 말해 이미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운동의 자격을 알고 있었다.


공직선거법은 만 18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에게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보장한다. 선거운동이란 특정 후보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다.

그러나 공직에 몸을 담고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공무원이거나 통·리·반장, 주민자치센터 위원은 선거운동이 금지된다.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의 상근 임직원과 이들 단체의 시군구 조직 대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포함 공공기관의 상근 임원, 농·수협·산림조합법, 연엽초생산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상근 임원과 이들 조합의 중앙회장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지자체 산하기관인 지방공기업, 지방공단의 상근 임원도 마찬가지다. 황씨가 사장으로 내정된 경기관광공사 역시 경기도 산하 공기업으로 사장에 임명되는 즉시 선거운동금지 대상이 된다.

만약 황씨가 사장 취임후 특정 후보의 승리를 돕는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돼 이 지사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황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에 대한 자진사퇴를 거부하면서 경기도의회의 인사청문회는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지만 황씨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의외로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도의회는 142석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132석에 달한다. 국민의힘 등 야권 의석은 10석에 불과하다.

같은 민주당 소속이더라도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달라 황씨에 대해 송곳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그동안 집행부 안건에 대해서는 다수 여당이 힘을 실어줘 '부적격' 등의 결론은 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소수지만 야당 의원이 존재하고, 이재명외 후보를 지지하는 여당 의원들이 있어 황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모사실을 맨 처음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사장에 지원하게 된 배경, 이재명 지사 또는 이 지사 측으로부터 사전 교감 또는 연락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질의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방공기업 수장으로 내정된 인사가 특정 대선 후보의 '정치적 생명을 끊겠다'며 정치적 활동을 예고한 대목에 대해서도 집중 질의가 예상된다.


황교익, 이재명·경기도와 어떤 인연?


이 지사와 황씨는 중앙대 동문이다. 이 지사는 법대 82학번이고, 황씨는 신문방송학과 81학번이다.

황씨는 2018년 6월 소설가 공지영이 이 지사와 배우 김부선의 불륜 의혹을 뒷받침하는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대화를 공개하며 해명을 요구하자, 해명을 강요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해 10월엔 이 지사의 이메일 해킹 소식이 담긴 기사를 링크하며 "아무리 막가자는 판이라 해도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최근에는 한 라디오에서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옹호하고, 이 지사가 유튜브 채널 '황교익TV'에 출연한 것 등을 두고 여야 대선 후보 캠프에서 '보은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 황씨는 CBS 라디오 '한판승부'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지사 '형수 욕설'을 옹호했던 일을 거론했다.


그는 "이재명의 삶이 어릴 때 빈민의 삶이잖아요. 그러면 그 주변에 욕하고 거칠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각자의 유년기, 어린 시절의 그 삶에 대해서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말자. 이해하자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2018년 이 지사 취임이후 경기도 사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손을 대 왔다. 2018년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특별프로그램(우리 사회 각계 각층 명사들이 추천하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내 생애 최고의 다큐 10')에 참여했다. 북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방남단이 2018년 11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할 때도 오찬 메뉴 구성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당시 경기도는 "황교익의 자문을 바탕으로 명란무만두, 새우관자어선, 돼지안심냉채, 장단사과샐러드, 잡곡밥, 개성인삼향연저육, 장단사과닭찜, 장단콩물타락죽 등으로 메뉴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2019년 9월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해 열린 'Let's DMZ' 행사에서는 심영순 요리연구가와 '이북음식 푸드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네티즌들은 황씨의 이러한 말과 글, 경기도와의 인연을 들어 황씨를 '이재명 지지자'로 보고 있다.

황씨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인 내가 문재인 정부에서 보은을 받으면 받았지 이재명 경기도에서 보은을 받을 일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황씨는 "'이재명(의 욕설)을 이해하자'는 발언은 2018년도의 일이고, 이 지사는 도지사로 있으며 그동안 제게 특별난 제안을 한 적이 없다"면서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오랫동안 공석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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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19일자 페이스북

19일엔 민주당 경선 개입 비판을 의식해선지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특정 정치인에게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황교익TV는 이재명만 나왔지만 정세균에게도 출연 제안을 했다. 추미애 북콘서트 진행도 했다. 저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이며 특정 정치인 지지는 오직 문재인밖에 없다"면서 "저에 대한 논란은 이낙연 측에서 촉발시킨 것이다. 저의 직업 생명을 끊기 위해 친일 프레임을 씌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무총리까지 한 더불어민주장 유력 대선 후보 캠프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 시민에게 친일이라며 막말을 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면서 "사과를 하면 된다. 제가 금도를 넘은 발언은 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낙연 측에서 먼저 금도를 넘었다. 먼저 사과하면 저도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황씨가 사장 후보 자진 사퇴를 거부하면서 이 지사의 고민도 깊어지게됐다. 지난 17일 이 지사는 민주당 본경선 4차 TV토론에서 "보은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분 나름 전문성을 가진 훌륭한 음식문화 전문가"라면서 "도의회 인사청문회, 국민 여론을 보고 정하겠다"고 두둔했다. 하지만 황씨가 사장 내정자 신분으로 이낙연 후보 측과 날을 세울 경우 난타 당할 수 밖에 없고 이 지사는 이 구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가 경기도 안팎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치 소용돌이에 휩쓸린 경기도, 선거운동 금지대상 넓혀야


지금 경기도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다.

이재명 지사가 현직을 유지한 채 대선 경선에 뛰어들면서 '지사 찬스' 등 여야 경쟁 후보 측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전엔 경기도 공직유관단체 간부 A씨가 이낙연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에 대한 비방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불법 선거 개입 논란이 일었다..

A씨는 이 지사 지지자들로 구성된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든 뒤 이 후보를 '기레기' '친일'로 규정한 게시물을 공유하며 총공격해 달라고 선동했다. 경기도지사 선거 SNS 팀장을 지냈다고 주장하는 A씨는 이 지사 취임 몇 개월 뒤 해당 기관에 취업했다. 이낙연 후보 측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 댓글 공작을 연상시킨다"면서 이재명 지사와의 연관성 등 진상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이재명 지사는 A씨를 모른다고 했다. "A씨가 공직자는 아니지만 자중해야 할 사람이 선거에 개입해 물의를 일으킨 것은 책임지는 게 맞다"면서도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A씨 사건을 계기로 공직선거법을 더 촘촘히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과 공사·공단 임직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A씨 소속 기관은 운수종사자 교육 등 명목으로 경기도로부터 매년 3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지만 민법상 사단법인으로 분류돼 선거운동 금지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 임직원도 마찬가지다. 벌칙 적용 때만 공무원으로 보기 때문에 현직 신분으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공직선거법이 공무원과 공사·공단 임직원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한 것은 이들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출자·출연 기관, 보조금을 받는 공직유관단체는 이들과 다르다고 본 셈인데 과연 그럴까? 이미 목도한 대로 지방선거가 끝나면 전국 상당수의 공사·공단·출자·출연기관, 공직유관단체의 주요 자리는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거나, 당선인의 지인에게 전리품처럼 돌아간다. 당선인의 한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인사들이 공적 기관을 장악한다는 뜻이다.

이런 일부 인사들이 현직 신분으로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다면 해당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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