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86 486 586 늘 조명받은 50대…계속된 포기 늘 절망한 MZ

입력 2021/09/17 16:28
수정 2021/09/18 14:37
50대, 대학때 민주화시기
고도 성장기 맞물려 취업에 유리
기업서 장기간 부장·임원 하기도
심지어 노조 간부도 50대 대세

20대, 계속된 경제위기 겪어
대학졸업후 취업난, 부동산 폭등
내집 마련 꿈도 못꾸게 돼 좌절
"50대는 기득권, 잇속만 챙겨와"
◆ 기득권 586과 갈등 빚는 MZ / 성장 환경 다른 586세대와 MZ세대 ◆

90051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추석 연휴를 앞둔 17일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청년이 취업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60년대에 태어났다. 80년대에 대학에 들어간 뒤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군사정권을 물리치고 직선제를 가져온 87년 체제의 공로자라고 자부한다. 민주화 이후엔 경제발전에도 한몫했다. 취업률이 높다고 하지만 맡은 바 열심히 일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나라가 되는 데 일조했다. 이제 나라를 움직이는 주축 세력이 됐다. 자식 세대를 이끌어 이루지 못한 사회적 평등을 만들 때다."

# "90년에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아버지가 정리해고를 당했다. 중학교 때 2002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기도 했지만, 연평해전으로 아직 북한과 대치 중인 나라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대학을 졸업할 시기엔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탄핵 이후 들어선 정부에 기대도 많이 했다. 그러나 지금 취업은 바늘구멍이며, 설령 취업을 한다 해도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세상이 됐다."

900517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세대 갈등의 시기다. 전후(산업화)세대와 586(민주화)세대가 경제성장과 민주체제에 대한 우열을 놓고 설전을 벌이던 시기와는 사뭇 다르다. 산업화세대가 끌어올린 국부에 대한 혜택을 586세대 역시 나눠 받으면서 민주화를 통해 이제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격 업그레이드에 가까운 경쟁이었다. 이들이 사회 주축이 되면서 586세대는 87 체제 이후를 지내는 1960년대생의 의미로 확장됐다. 산업화세대와 586세대는 12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2010년 기준 산업화세대는 은퇴를 한 상황이라 이들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장 큰 주류 집단이 됐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자식뻘인 2030 MZ세대에게 격렬한 도전을 받고 있다. 경제적 혜택을 받으며 사회 주축이 된 그들의 과정은 2030이 처한 현실과 전혀 다르다는 논리에서다.


경제성장률 둔화로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고, 경제적 기반이 될 수 있는 내 집 마련은 집값 폭등으로 먼 나라 얘기가 됐다. 그런 와중에 사회 지도층이 된 586세대에선 다주택 보유, 자녀 부정입학이 손쉽게 이뤄졌다는 사실마저 드러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측면에서 청년 실업률이 이렇게 심각했던 적이 없었다. 일자리를 둘러싼 MZ세대의 좌절감은 자산 가치 불평등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MZ세대의 절박함은 경제적 통계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지난 1월 이남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과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내놓은 '한국 경제의 추세성장률 하락과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980년대 7.5%대에서 2010년대 2.3%로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나타내는 취업자 수에서도 586세대가 압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50대는 최대 취업자 연령대(635만6000명)다. 40대도 634만6000명으로 비슷했지만, 30대는 536만4000명으로 100만명 가까이 떨어진다.


20대 취업자 수는 360만1000명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물론 인구구조 변화를 보면 2000년 821만명에 달했던 20대는 지난해 697만명으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50대는 437만명에서 859만명으로 늘어나 완전히 역전됐다.

50대는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꿰차고 있다고 여겨진다. 일례로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정규직 '막차'를 탄 세대로 꼽히는 이들은 일반 대기업에서 부장·임원을 맡고 있고, 노조에서는 주력 세대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재산 축적에서도 비교적 우위인 시절을 보냈다. 부동산·주식 시장의 최대 상승기에 30·40대를 보내며 자산을 형성한 이들은 40대 시절 이미 주택 보유율이나 소득이 윗세대인 50대와 아래 세대인 30대를 웃돌았다. 최근 정년 65세를 가장 큰 목소리로 주장하는 연령층도 50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4년제 대학 출신이면 취업이 가능했고, 대기업들이 대규모로 사원을 뽑던 시절,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그 시절을 물려받은 세대가 586"이라며 "지금은 명문대를 졸업해도 취업이 여의치 않고, 금수저는커녕 다이아몬드수저가 돼야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현재 2030세대가 '우리에게 무얼 물려줬냐'고 반문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586세대가 기득권화됐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명환 기자 / 이진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