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멀쩡한 학교 다시 짓는다고 전학가라니…어느 학부모가 좋아하나" 서울 그린스마트 반발 심상찮다

입력 2021/09/19 13:57
수정 2021/09/19 14:13
90258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멀쩡한 학교 건물을 다시 짓는다고 재학생들이 인근 학교로 전학해야 한다는데, 어느 학부모가 환영하겠나요?"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노후 학교를 현대화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놓고 서울 지역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사업 철회를 공식 요청한 개축 대상 학교 9곳을 사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자 나머지 학교 학부모들도 술렁이고 있다. 사업 철회를 위해 반대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힘을 받고 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현 정부의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의 대표 과제로, 오는 2025년까지 총 18조5000억원을 들여 노후 학교를 개축·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서울에서만 약 200여개 학교가 사업 대상으로, 예산은 총 3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스마트 교실, 생태교육 공간, 지역 공유 시설 등을 갖춰 학교를 새로운 교육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게 사업의 취지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사업 기간 동안 학생들이 학습권·안전권에 침해를 받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사업 대상 학교들 중 일부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이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 학교 운동장에 임시 교실(모듈러 교사)을 설치하는 경우 전학을 피할 수는 있지만 공사 기간 중 학생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 시설을 지역 사회와 공유하는 '학교 복합화'를 놓고도 학부모들은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학교 복합화는 도서관, 체육시설 등을 지역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학교와 지역사회 간 접점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 시설 개방에 따라 학생들이 범죄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용 시간대와 출입 장소를 구분해 학생과 외부인이 마주치지 않도록 한다는 보완책이 제시됐지만 학부모들은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 절차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도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대목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5일 학교 차원에서 사업 철회를 공식 요청한 9개교를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숙의 절차가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조 교육감은 "사업 대상 학교별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개축에 따른 어려움, 공사 기간의 학생 배치 등 학부모들 우려가 크다는 것을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서울에서 유독 반대 여론이 거세다. 이번 사업은 '공간 혁신'에 방점이 찍혔지만 서울 학부모들 사이에선 '혁신학교'를 확대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초학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과 수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와 혁신학교는 별개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선정 학교에서 별도의 교육과정이나 수업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혁신학교로 가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노후 학교를 개축·리모델링하는 '하드웨어' 구축 사업이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건물을 개축하는 것은 아파트 재건축과 마찬가지"라며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동참해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중단을 희망하는 학교들이 있다면 학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사업 철회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 학교에서 철회 요청이 들어오면 서울시교육청은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시설물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한 후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 반대로 인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좌초될 일은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철회를 요청한 학교들이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후순위 학교들을 대상으로 공모 절차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차례를) 기다리는 학교가 많다"고 말했다.

[문광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