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8층 건물이 8층으로 둔갑했다"…서초동에 무슨 일이

입력 2021/09/22 17:00
수정 2021/09/22 22:52
생활숙박시설 등 복합건물
건축법 '높이 기준' 완화로
오피스텔은 층수서 제외
곳곳서 신축 반대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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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A아파트의 1차선 도로 건너편에 18층 짜리 생활숙박시설이 지어지고 있다. A아파트는 `일조권 침해`라며 현수막을 붙이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A아파트의 1차선 도로 맞은편에는 18층 높이의 생활숙박시설이 신축되고 있다.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이 지어지고 있어 A아파트는 '일조권 침해'라며 현수막을 붙이고 반발하고 있다. 아파트 바로 옆에 높은 복합건물이 지어질 수 있는 것은 건축법상 복합건물 높이의 경우 오피스텔 높이를 제외한 채 아파트 높이로만 보기 때문이다. 즉 전체 높이가 18층이더라도 오피스텔이 10층, 아파트가 8층이면 법상 그 건물의 높이는 8층인 셈이다.

개발업자와 건축업자의 입김으로 건축법이 완화되면서 일조권·조망권 침해에 따른 아파트 민원이 빈발하고 있다. 결국 일조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한 법적 분쟁으로 가기도 한다. 위 사례처럼 아파트 옆에 높은 복합건물이 세워질 수 있게 된 이유는 2017년 건축법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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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A아파트의 1차선 도로 건너편에 18층 짜리 생활숙박시설이 건축면적 1156㎡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된 건축법은 시행령 제119조 '건축물의 높이' 부분이다.


개정되기 전에는 '전용주거지역 및 일반주거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공동주택을 다른 용도와 복합하여 건축하는 경우에는 공동주택의 가장 낮은 부분을 그 건축물의 지표면으로 본다'고 쓰여 있었다. 이후 개정돼 현행법에는 '전용주거지역 및 일반주거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건축법에서 문구가 수정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건축법은 끊임없이 개정돼 향후 시행을 앞둔 건축법만 4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시행령 조문들은 합리적인 개정 이유를 알리지 않은 채 슬그머니 바뀌는 게 부지기수"라며 "입법기관인 국회는 위임입법에 따른 하위 법령의 난맥상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의 사례와 유사한 경우에 대해 올해 4월에 선고한 1심 판결이 확정됐다.


법원은 인근 19층 높이의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으로 기존 아파트 5가구에 상당 일조 시간 침해되면서 하락한 재산가치의 50%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6민사부는 서울 강남구 아파트 7가구가 복합건물 건축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법원은 기존 아파트 7가구 중 5가구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가 있다고 봤다. 5가구는 각각 최소 830만원에서 최대 2409만원의 손해배상액을 받게 됐다.

참을 수 있는 한도, 즉 수인한도는 '동지일을 기준으로 9시부터 15시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미만이고 8시부터 16시까지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서 최소한 4시간 미만인 경우'에 넘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어느 한 당사자에게 일조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기 곤란하고, 피고가 복합건물을 신축하면서 건축 관계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책임을 50%로 제한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9월부터는 아파트 단지 내 동간 거리가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좁혀 지을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건축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과 생활숙박시설 건축기준 제정안을 이같은 내용으로 개정했다. 낮은 건물이 동·남·서쪽 방향에 있는 경우, 후면의 높은 건물의 채광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동간 거리의 최소 기준을 낮은 건물의 0.5배 이상으로 건축조례로 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전면의 낮은 건물 높이의 0.5배 또는 후면의 높은 건물 높이의 0.4배 이상 중 큰 거리를 적용하도록 돼 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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