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학고는 '남초'…외고·국제고는 '여초'

입력 2021/09/22 17:00
수정 2021/09/22 21:36
특목고 신입생 성비분석

서울·대전과고 男 90% 달해
수원외고는 여학생 비율 84%
성비불균형 10년전보다 심화
"男 이공계·女 인문계 선호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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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외국어고와 국제고·과학고에서 성비 불균형이 지난 10여 년 전보다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외고·국제고 신입생 10명 중 7명 이상이 여학생이었다. 반대로 과학고에선 신입생 10명 중 8명 이상이 남학생이었다. 외고 등 특목고 신입생 성비가 구체적인 통계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특정 분야에 일부 성별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균형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학년도 전국 외고 신입생 가운데 남학생이 27%(1460명), 여학생이 73%(403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서울시교육청 성비 조사 결과(여학생 54%)보다 여학생 비율이 19%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원외고의 경우 올해 신입생 중 84%가 여학생이었다. 성남외고(83%), 김해외고(82%)도 여학생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서울 소재인 대원외고, 한영외고, 명덕외고, 서울외고, 대일외고에서도 모두 여학생이 75% 이상이었다.

국제고도 외고와 유사하게 남학생이 26%(300명), 여학생이 74%(869명)였다. 반면 과학고는 외고·국제고와 다르게 남학생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올해를 기준으로 전국 과학고 신입생 10명 중 8명(1993명)이 남학생이었으며, 여학생은 20%(503명)에 불과했다. 특히 과학고의 경우 남학생 비율이 90%에 달하는 곳(서울과학고·대전과학고·한국과학영재학교)도 있었다.

이 같은 통계를 두고 미래 진로와 직업 적성에 대한 남·여학생의 뚜렷한 선호도 차이가 나타나는 현실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고등학생이 돼서 문·이과를 선택할 때 주로 여학생은 문과, 남학생은 이과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도 인문대, 사회과학대의 여학생 비중이 높은 편이다. 경영학과, 경제학과 등 상경계열에선 남녀 비중이 50%로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전자·화공·기계 등 공학계열에선 신입생 100명 중 여학생 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경우도 적지 않다.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 수석연구원은 "여학생은 아무래도 이공계보다는 인문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실하다"며 "이 때문에 최상위권 여학생들은 외고·국제고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최상위권 남학생은 과학고로 진학해 차별화를 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중·하위권의 인문계 남학생의 경우 외고를 포기하고 일반고에 진학해 승부를 보겠다는 경우도 많아 이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특목고 도입 취지를 고려했을 때 성비 양극화 현상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목고는 특정 분야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특화된 교육 과정을 제공해 우수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같은 성비별 특목고 선택 양극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향후 진로 선택에서도 특정 성별이 직군별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분야별로 성비 균형이 맞는 인재 풀을 형성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는 "진로적 관점으로 봤을 때 기존 남녀에 대한 직업적 편견이 없던 직업군까지 이건 여자 직업, 저건 남자 직업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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