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래 만들어 응원하고 수능 공부 도와주고 보호종료아동에 홀로서기 노하우 전해줘요

입력 2021/09/24 16:47
수정 2021/09/24 21:38
[Weekend Interview] 보호종료아동 출신 멘토 자청한 대학생 모유진 씨

"지도 하나 없는 무성한 숲…언제 빛 드는지 밤을 견딘 이만 알 수 있어"


지도 하나 없는 무성한 숲
없는 길을 내어가며 사는 삶

아무도 기대하지 않지만
이곳에 내가 살아 있어

어둠이 유독 길고
밤은 내게 냉정하지만

언제 빛이 드는지는
밤을 견딘 이만 알 수 있어

잃었던 꿈들이 속삭여
너는 꼭 살아서 날 기억해줘

눈앞에 찬비가 넘치듯 쏟아내려도
잠기지 않을 수 있게

눈을 감고 떠올리는 바다
아무에게 보이지 않은 꿈

들리지 않을 만큼 작지만
내 안에 머무는 파도가 있어

어떻게 그곳에 닿을지
쉽게 대답할 수 없지만

세상은 내가 포기하길 원하지 않아
선명히 내 안에 길이 있어

지웠던 기억을 떠올려
분명 되고 싶던 내가 있어

눈앞에 하늘을 무엇도 가리지 않을
물결은 이미 내 안에 있어

하나, 둘, 셋 눈을 뜨면
바다가 들릴 것 같아

당신의 손을 잡고
바라보던 그날처럼

당신이 저물던 그날에
하지 못한 말이 있어

다시는 그날의 향기를 알 수 없어도
당신을 닮아 잘 살 수 있어

- 자작곡 '아라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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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 출신 가수 모유진 씨가 자신의 집에서 음악 작업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보호종료아동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로 위로를 전해주고 싶다는 그는 따뜻한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한주형 기자]

보호종료아동 출신 성악 전공 대학생으로 음원을 낸 가수이기도 한 모유진 씨(26). 그가 처음으로 작사·작곡한 곡 '아라보다'의 노랫말은 보호종료아동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위탁가정에서 자라 현재 보호종료 후 자립한 지 5년째가 된 그에게 이 노래는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멘토를 넘어서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보호종료아동을 설명하면.

▷아동양육시설(보육원),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위탁가정(친부모와의 생활이 어려운 아동을 위탁받아 일정 기간 돌봐주는 가정)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가 돼 보호가 끝나 자립하는 아동·청소년을 말한다. 보육원에서는 수십 명이, 그룹홈에서는 7명 이내 수준에서 거주한다. '보호종료'를 '보호관찰'(유죄가 확정된 범죄인 또는 비행성이 인정된 소년을 교정시설에 수용하지 않고 사회 내에서 교화하는 것)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다르다. 소년·소녀 가장과도 다르다. 보호를 받는 아동들의 사례는 부모가 없는 경우, 부모가 자녀 양육을 포기한 경우, 입양됐다가 파양된 경우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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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을 돕게 된 계기는.

▷보호종료아동 중에 삶이 무너진 경우가 많다.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인 경우도 있다. 학대, 편견, 가난 등을 겪은 그들에게 같은 과정을 겪은 언니·누나 인생 선배로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내 경우 교회 전도사님이 무료로 공부를 가르쳐주고 '어려움은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 어려움을 맡기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용기를 준 어른들이 있었다.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호 중인 아동 혹은 보호종료아동은 어떤 어려움, 위험이 있나.

▷경제적으로도 어렵지만 좌절감에 많이 빠져 있다. 어릴 때부터 포기하는 데 익숙하다.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참아야 하고, 가지고 싶은 것도 포기하다 보니 이루고 싶은 꿈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게 된다. 무력감에 빠져든다. 여성들의 경우 성범죄에 노출돼 있다. 시설에서 보호를 받으면 선후배 관계가 끈끈해서 선배가 잘못된 길로 가면 후배들도 잘못된 길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위탁의 경우 학대나 방임이 있어도 드러나지 않는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면.

▷한 살 때 어머니를 잃었고, 열한 살이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위탁가정에 가게 됐는데 자녀가 4명으로 나를 포함하면 식구가 모두 7명이었다. 형편이 좋지 않아서 치약, 칫솔 등 생필품은 물론이고 속옷도 스스로 살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주유소, 음식점, 카페 등 30여 곳에서 일했다. 방임과 정신적 학대가 있었다. 학교,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울며 요청해도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성인이 된 시점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방을 계약하고 편지를 남기고 떠났다. 위탁가정에서의 삶을 '가족을 빌려쓴다'라고 표현한다. 평생의 가족을 만나는 입양과 다르게 서류상으로 동거인으로 되어 있는 위탁아동은 보호가 종료되는 시점에 위탁가정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자립 시 정부의 지원책은 없나.

▷자립 지원제도 대부분은 아동이 직접 신청해야 한다. 내 경우 보호종료아동 지원 대상인지도 23세가 돼서야 알았다. 대부분 보호종료아동은 이런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최근에 한 보호종료아동이 보육원 퇴소 후 자살하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나서 그나마 복지 분야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알 정도가 됐다.

―국내의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인식이나 지원을 평가하면.

▷주민센터에 가도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말하면 (보호종료아동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아직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공공기관에서 보호종료아동 지원 담당자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서류를 제때에 제출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끊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친구들이 공공기관의 전화를 받는 것에 불안을 느낀다.


최근 들어 지원금액도 늘고 지원 대상도 확대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가출 청소년이 머무르는 곳이 쉼터인데 아동양육시설이 부족하자 양육시설에 가지 못해 쉼터에 가는 보호 대상 아동도 있다.

―보호종료아동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멘토로서 활동하고 있다. 성악을 배우고 싶은 보호 중인 아동과 주말에 같이 공부도 하고 수능을 위한 준비를 도와준다. 보호종료를 앞둔 대상자들을 위해 자립에 필요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경험을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한다. 보호종료아동 출신 친구들과 함께 책을 집필 중이고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토론회 등에 패널로 참석하기도 한다.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하고 수제 디퓨저와 캔들을 판매 중이다. 보호종료아동의 삶을 전달할 수 있는 노래 공연도 하고 있다. 말로 하면 긴 스토리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노래는 짧은 순간에 감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 보호종료아동의 삶을 노래로 표현할 때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첫 자작곡 '아라보다'를 소개한다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자작곡 만들기였는데 첫 곡으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길을 혼자 걸어가야 하는 상황 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고 새롭게 찾아오는 기회들을 만나는 장면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지도 하나 없는 무성한 숲'이란 가사가 있는데 처음 부모의 곁을 떠난 시기를 외딴 숲에서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야 하는 이미지로 그렸다. '언제 빛이 드는지는 밤을 견딘 이만 알 수 있어'란 가사는 어두운 길을 지날 때 삶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10월 초에 음원이 나올 것 같다. 제작 중인 '싱투게더'란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아라보다'를 포함한 자작곡 2곡으로 가수 김경록 씨와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노래 제목의 의미는.

▷이탈리아어로 '아라레(arare)'가 '경작하다·항해하다'라는 뜻이다. 땅을 갈아서 생명을 일구고 목표를 정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호종료아동이 삶의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꿈을 정하고 나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보다'는 '알아보다'의 줄임말로 도움이 필요한 보호종료아동을 알아본다는 의미가 있다.

―향후 계획 그리고 꿈을 소개해달라.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확대하려고 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뷰하고 카드 뉴스도 제작할 계획이다. 꿈을 접어야 했던 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와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다. 보호종료아동의 잃어버린 꿈을 소개하고 같이 캔들을 제작·판매해 수익금으로 꿈을 후원하는 방식이다. 보호종료아동은 만 18세에 자립하게 되는데 청년들의 일반적인 자립 연령 29.8세와는 10년이란 시간 차이가 있다. 2019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의 71%가 기초생활수급자란 통계가 말해주듯 보호종료아동은 생계 유지를 위해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공방카페를 차리고 싶다. 학생 신분이어서 큰 빚을 내서 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컨설팅을 통해 지원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 개인적 꿈은 싱어송라이터다. 성악은 노래의 가장 기초가 되는 발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성악을 통해 대중가요, 뮤지컬 등을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만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알아줬으면 좋겠다. 자작곡을 준비하고 있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할 계획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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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나.

▷나 스스로를 '모든 면에서 유능하고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은 모유진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사람은 불리는 대로 살아가는 것 같다. 위탁가정에 있을 때 도와주셨던 선생님이 알려주신 말인데 큰 도움이 됐다. 보호종료아동은 물론이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유진 씨는…

1996년생. 명지대 성악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11세 때부터 위탁가정에서 자란 후 만 18세에 자립했다. 음원 3곡을 발매했으며 보호종료아동 지원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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