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국인노동자, 일터 옮기려면 사장에 몇백만원 바쳐야"

이윤식 기자
입력 2021/09/25 08:44
수정 2021/09/25 08:46
[청와대 앞 사람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고용허가제, 노동자 사업장 변경 고용주에 맡겨
"사장이 폭행해도 입증 어려워...변경 권리 달라"
민변 등 시민단체 "직업선택 자유 침해" 헌법소원

헌재는 2011년 유사 헌소 기각 "자유 침해 안해"
"내국인 고용보호, 중소기업 인력수급 위한 조항"
노동부 "직권조사로 사유 확인돼도 변경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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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 제한` 조항을 비판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윤식 기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바꾸겠다고 허락해 달라고 하면 '사장님'들이 300만~500만원씩 달라고 요구를 합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이주 노동자들 자의만으로는 사업장을 옮기지 못하게 하는 것을 고용주들이 악용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3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시위를 하는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51)을 만났습니다. 그는 쇠사슬 그림이 그려진 검정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현행 고용허가제상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예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 권리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는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네팔 출신 우다야 라이 씨는 1998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온 후 한국 여성과 결혼해 결혼이민자 비자(F-6)를 취득해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상근직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이주민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단체입니다.

◆고용허가제, 원활한 인력수급 위해 도입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 말하는 '고용허가제(외국인고용법)은 위헌' 주장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법 취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외국인고용법은 2004년 '외국인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관리함으로써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제정됐습니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 16개 '인력 송출국'의 한국어시험 합격자들은 소정 절차를 걸쳐 우리나라의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발급받게 됩니다. 이들은 국내의 노동자 300인 미만 혹은 자본금 80억원 이하의 중소 제조업체, 농·축산업, 20톤 미만의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5개 업종에서 근무할 수 있습니다. 국내 취업 활동기간은 기본 3년이고 한 차례에 한해 2년 미만 범위에서 취업 기간을 연장받을 수 있습니다.

국내 다수 중소기업과 농·어촌은 이들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력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20여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에 따라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고용허가제 쿼터 인원은 일반(E-9) 4만명, 재입국 취업자 1만2000명으로 5만2000명입니다.


◆E-9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은 '고용주'에 달려


노동계와 시민단체 일부는 외국인고용법이 비전문취업 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권한을 제한해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주장합니다. 현행법은 E-9 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는 조건을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거나 갱신을 거절하려는 경우 △휴업·폐업·고용허가의 취소·고용의 제한·기숙사 제공 기준 위반·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한 경우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고용주가 허락하거나 고용주에게 귀책 사유가 있을 때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바꾸려고 하는 이유는 사업장이 안전하지 않고 심야까지 근무를 시키거나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근무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폭행을 한다해도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단체, 작년에 "현행법은 위헌" 헌법소원


이주노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3월 현행 외국인고용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1항 "외국인근로자은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와 같은 법 같은 조 제4항 " 외국인근로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으며, 연장된 기간 중에는 2회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사업주의 휴·폐업 등 사유로 변경한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다" 등에 대해 문제 삼았습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에 따른 사업장 변경 제한이 헌법에 따른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변경의 원칙적 금지는 인종차별철폐협약, 사회권규약,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자유권규약 등에서 정하고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 보장, 강제노동금지의 원칙 등을 위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헌재, 2011년 유사 위헌소송 기각..."자유 침해 안해"


그런데 이미 헌법재판소는 이와 유사한 헌법소원을 기각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9월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3회로 제한한 구 외국인고용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의 위헌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판단 대상이 된 조항은 구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4항으로 "외국인근로자의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은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2009년 이 법이 전문개정됐지만, 민변 등이 지난해 새로 위헌소송을 제기하며 문제 삼은 현행법 제25조 제4항과 본류가 겹칩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현행법 조항이)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입법자의 재량의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해당 조항은 외국인 근로자의 무분별한 사업장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기회를 보호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로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을 원활히 해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 "직권 조사로도 사업장 변경 허가"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에 대해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성희롱, 폭행, 상습적 폭언 등 부당한 처우를 받는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에 해당 시 사업장 변경 횟수의 제한 없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 사유 입증이 어려운 경우 고용센터에서 사업장 변경 사유 해당 여부를 직권 조사해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 시 사업장 변경을 허가하고 있다"며 "외국인근로자의 책임 아닌 사유를 확대해나가는 등 관련 제도를 지속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 139,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매일 갖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습니다. 집회금지구역인 이곳에서 피켓을 하나씩 들고 청와대를 향해 '1인시위'를 합니다. 종종 노숙농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매주 토요일, 청와대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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