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눔동행] "벌레 끓고 천장 무너져도" 11년째 집수리 부산 사상사랑나누기

입력 2021/09/25 09:05
구민·새벽시장 상인 20여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회원 150명 넘어
도배, 장판 교체 등 집수리는 기본, 가구 기부 등 복합 봉사 지원
"코로나19 사태 끝나면 다시 현장으로…활동 지역 넓히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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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하는 사상사랑나누기 회원들

"발 디디기도 어려울 만큼 쓰레기가 가득 찬 집 안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막상 봉사를 마친 뒤 밀려오는 보람과 만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부산 사상구 새벽시장 인근 한 건물.

25일 '사상사랑나누기' 사무실 한쪽에는 서랍장, 침대, 냉장고, 옷걸이 등 사람 손을 탄 중고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가구를 둘러보던 김종현 사상사랑나누기 사무국장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인 등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물건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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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사랑나누기 사무실 내 중고 가전제품들

올해로 결성된 지 11년째를 맞은 봉사단체 사상사랑나누기는 마음 맞는 사상구 주민, 새벽시장 상인 등 지인 20여명이 모인 데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장학금 등 현금 기부로 시작했지만 이후 부족함을 느낀 회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집수리를 하며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박수철 회장을 중심으로 시작한 봉사는 점차 규모가 커졌고 150여명까지 회원 수가 늘었다"며 "현재는 매달 30여명의 회원이 꾸준히 현장 활동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금전적으로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리해 온 집만 200여곳.

이들은 주로 도배, 장판, 변기 교체는 물론 가전제품 기부 등 취약계층 집에 필요한 것 대부분을 지원한다.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지만, 봉사자 중 도배, 장판 등을 전문적으로 교체하는 기술직이 있다 보니 재료만 준비하면 된다.

재료 준비 역시 인근 이삿짐센터와 연계해 도움받거나 일반인 후원으로 준비한다.

홍상우 사상사랑나누기 부회장은 "이삿짐센터 측이 업무 과정에서 나온 장판, 벽지 등을 우리 단체에 연락해 기부한다"며 "이외에도 일반인들도 상태가 괜찮은 전자제품, 가구 등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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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하는 사상사랑나누기회

수많은 집을 찾아 수리하다 보니 그동안 다양한 사람도 많이 만났다.

저장강박증을 앓는 지적 장애인의 집을 치워야 했을 때는 쌓인 물건 때문에 집 안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화재 진화 과정에서 부서진 집의 문을 고쳐주기도 했다.




홍 부회장은 "화재로 인한 피해는 모두 개인이 감당해야 하다 보니 수리하는 게 녹록지 않다"며 "부서진 문이나 그을린 부분 등을 수리했다"고 말했다.

좋은 뜻에서 시작했지만 오래 활동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이 겪는다.

장판을 교체하고 나니 집주인이 도리어 '장판 아래 있던 돈을 내놔라'며 뻗댄 적도 있다.

또 보일러가 터지는 등 상황이 열악한데도 집주인이 집을 고쳐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봉사단체가 나서야 하는 때도 있다.

사상사랑나누기 관계자는 "집주인이 배짱을 부리며 '못 살겠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행동하니 형편이 어려운 홀몸노인 등은 어려운 환경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산다"며 "집주인이 재정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데도 홀몸노인이 당장 힘든 상황에 놓이다 보니 봉사단체가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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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하는 사상사랑나누기회

그래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합심해 봉사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봉사를 마친 뒤 느끼는 보람이다.

이 단체 남성 회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이후 활동이 중단되니 우스갯소리로 몰래 봉사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그만큼 모두 봉사에 대한 만족과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활동을 못 한지 한 달여가 넘어가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벌써 4개의 가구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규모가 커진다면 사상구뿐 아니라 옆 동네에 가서도 봉사를 하는 등 활동이 다른 지역으로 뻗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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