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 자격증이 뭐라고 40만명이나 응시"…건당 수천만원 단꿈에 빠진 대한민국

입력 2021/10/27 21:43
수정 2021/10/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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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상가점포에 임대문의 안내글이 붙어 있다. [매경DB]

"1년에 서울 아파트 거래 2~3건만 해도 대기업 연봉 이상 번다"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역대 최대 응시자가 몰렸다. 집값 급등으로 부동산 중개시장이 호황을 맞은 데다 정부가 공인중개사 시험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이달 30일 치러지는 32회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에는 역대 최대인 40만8492명(1차 25만3542명·2차 15만4950명)이 접수했다. 1983년 공인중개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로 작년에도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4만5728명 늘었다. 특히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30대의 응시 비율이 39%로 높았다.


접수 마감 당일에는 응시생이 일제히 밀려들면서 접수 사이트가 3~4시간 동안 마비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올해 51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웃지못할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몇 년 동안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며 기대수익이 높아지자 자연스럽게 중개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행 법상 중개수수료는 법정 최고 요율(0.7%)을 기준으로 거래 당사자와 공인중개사 간 협의로 정해진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 1건만 거래 해도 1000만원 이상의 중개보수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공인중개사 시험 방식을 현행 절대평가(1·2차 매 과목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에서 2차 시험을 상대평가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응시자들이 몰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매년 2만명 안팎의 합격자 수를 시장 수급과 부동산 경기 등을 고려해 정부가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개수수료 개편에 반대하는 중개업계도 합격 인원 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열풍과 달리 부동산 중개업소 개업과 폐업 모두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개업은 1075건(공인중개사협회 자료 참조)으로 올해 들어 최소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거래가 감소했던 2019년 9월(994건) 이후 가장 적다.

가게 문을 닫는 중개사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폐업은 815건으로 지난 2월(833건) 이후 6개월 만에 역대 최소 건수를 경신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개업과 폐업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를 고려해도 올해는 개·폐업 모두 예년에 비해 적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8월 말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46만6000명, 개업한 중개사는 11만5000명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만 15세 이상의 경제활동 인구가 지난 8월 기준 2834만6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공인중개사는 60명당 1명꼴이고, 246명당 1명꼴로 중개 사무실을 열고 영업 중이라는 뜻이다.

주택업계에서는 높은 집값과 대출 규제 등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중개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기존 오프라인 중개업소들의 부담은 앞으로도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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