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OK!제보] 화마와 30년 사투, 시집으로 펴낸 소방관

입력 2021/10/28 07:00
'황색선을 넘나들며' 출판
생생한 소방 현장 경험 시로 승화
수익금 전액 순직한 동료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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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소방서 민병문 소방위

불구덩이 속에서 화마와 싸우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을 구급차로 실어나르며 30년간 젊음을 불사른 소방관이 지난 경험을 시집으로 펴냈다.

경기도 과천소방서 민병문 소방위는 오는 11월9일 소방의 날을 앞두고 '황색선을 넘나들며'라는 시집을 출판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는 지난 6월 책을 냈으나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종 행사 개최에 제한이 있어 출판기념회를 열지 못하다 이번에 언론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1991년 안산소방서에 소방관으로 처음 임용된 후 매일 동료와 시민들이 다치거나 숨지는 생사의 고비를 목격하고 느낀 감정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두었다가 53편의 시로 승화시켰다.




내년 6월 정년 퇴임하는 그의 시는 모두 생생한 현장을 소재로 하고 있어 책상머리의 상상이나 사색만으로는 절대 쓸 수 없는 내용들이다.

'축 처진 숯덩이 위에 / 허기진 가슴 속으로, 무거운 눈꺼풀을 부추기며 / 밤낮을 물과 불 사이를 오가며'. 책의 제목이기도 한 '황색선을 넘나들며'라는 시의 일부다.

황색선은 도로의 중앙선을 의미한다. 구급차와 소방차들이 긴급 출동할 때 교통체증을 피해 황색선의 도로 중앙선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은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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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소방관 경험 담은 시집

고교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민 소방위는 안산문인회와 한국문인회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를 국민에게 알리고, 책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순직한 동료들의 가족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아직은 책이 잘 알려지지 않아 수익금이 많지 않지만 그동안 입소문을 타고 책들이 조금씩 팔려나가 이미 2명의 동료 가정에 소액을 전달했다.

앞으로 책이 더 많이 팔려 더 많은 동료들을 지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민 소방위는 "소방관 중에는 공무원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최소 근무기간인 20년도 못채우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동료가 순직하면 전국의 소방관들이 1만원씩 걷어 전달하지만 숨진 동료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새벽에 긴급 출동하는 등 생활이 불규칙하다 보니 온 몸이 '종합병원'처럼 아프다. 또 항상 대기상태여서 명절에는 고향에 가볼 생각도 못하고 귀성행렬을 바라보면 슬프다"면서 "소방관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 소방관이 공무원 중에서 수명이 가장 짧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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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30년 근속 공로패

지난 6월 30년 근속 공로패를 받은 그는 "그동안 바빠서 여행도 못다녔고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면서 "정년 퇴임하면 아내와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돌며 아내에게 봉사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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