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난생처음 '당근'했어요"…치솟는 물가에 뜨거워지는 중고시장 [스물스물]

이진한 기자
입력 2021/10/05 10:06
수정 2021/10/05 10:10
소비자물가지수 급등에 소비자 관심 커져
대학가 등에선 '마감할인 상품' 수요도 늘어
거래량 따라 분쟁 늘고 조정 성공률은 줄어
중고거래 사기 피해건수는 이례적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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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화진 씨(가명·44)는 지난 여름부터 하루에 두 번씩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을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우연한 기회로 두 자녀의 장난감과 동화책 전집 등을 중고거래로 구매하면서 가계부 사정에 큰 도움을 받아서다.

김씨는 "계란 등 식료품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물가가 올라 카드대금 결제일마다 부담"이라며 "맞벌이 부부로 당분간 소득이 늘 여지는 없는데 물가가 계속 오른다고 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소비를 줄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장보기 전 중고거래로 살 수 있는 건 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년 동월 대비 생활물가지수가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3% 대를 넘어서는 등 최근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중고거래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통기한을 앞둔 상품을 싸게 파는 마감 할인 시장과 불량품·중고 제품 등을 다시 포장해 판매하는 리퍼브 시장도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3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따르면 이 앱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지난달 1600만 명, 주간 이용자 수(WAU)는 1000만 명 대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규모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당근마켓은 MAU 기준 지난해 8월 1086만 명을 기록하는 등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이용자 수가 순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중고거래가 이뤄지는 상품군은 전자기기부터 식료품, 취미용품은 물론 상품권과 이용권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는 햄과 홍삼, 참치, 삼푸 등을 담은 미개봉 추석선물세트가 정가의 50~70% 수준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당시 기자와 직접 중고거래를 했던 60대 주부 정향숙 씨(가명)는 "30여년 전 하자상품을 구매한 적은 있었지만 중고거래는 난생 처음"이라며 "소득은 뻔한데 돈 쓸 곳이 많아지면서 중고거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감할인 상품이나 리퍼브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는 분위기다. 앱을 통해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주 김성훈 씨(가명)는 "처음 판매를 시작했을 때보다 마감 할인 제품의 판매율이 올랐다"며 "초기에는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감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제품을 찾으려 오는 손님들을 보면 취업준비생 또래가 늘어 경제적 여건에 따른 현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분쟁 사례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당근마켓에서 전자거래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이관한 분쟁 조정 신청은 올해 8월 기준 1167건에 달했다. 지난 2019년 전체 19건에서 2년 만에 61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당근마켓 외에도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에서 접수된 분쟁 조정 신청 역시 같은 기간 각각 3.1배(500건), 5.4배(534건) 증가했다. 반면 분쟁 조정 성공률은 24%로, 지난 2019년(32%) 2020년(31%)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해당 거래에서의 사기 범죄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사기 피해건수는 12만3168건을 기록해 역대 최다 규모로 나타났다. 8만9797건이 집계된 2019년보다 3만3371건이 늘어났다. 2014년(4만5877건)부터 2019년까지 통상 1만5000건 안팎에서 증가한 추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인 수준의 증가세다. 피해금액도 지난해말 기준 897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중고거래 시 시민 개개인이 주의를 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물이 상식적인 선보다 너무 저렴하게 나왔다거나 구하기 힘든 물건이 나왔다면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시중에 나온 앱을 통해 판매자의 계좌나 전화번호가 사기 이력이 있는지 등을 조회해보는 것만으로도 피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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