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지막 퍼즐 남욱 체포…대장동 판도라 상자 열릴까

입력 2021/10/18 17:40
수정 2021/10/18 23:00
귀국 직후 공항서 긴급 체포
남욱 "그분, 이재명 아니다"

녹취록 이외 물증 못잡은 檢
구속땐 수사 새 국면 기대감

배임·뇌물공여약속 혐의 적용
이르면 19일 구속영장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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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가 18일 새벽 귀국한 직후 검찰에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로 불리는 남욱 변호사가 1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미국으로 출국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일명 '대장동 4인방'의 마지막 인물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남 변호사는 체포되기 직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절반을 가졌다는 '그분'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분'의 정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 지사와 연관성을 부인하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남 변호사는 2009년부터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대장동 개발에 뛰어든 인물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의혹의 핵심인 대장동 4인방 중 한 명이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4인방이 각자도생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양자 대질은 물론 4자 대질을 통해 진술을 맞춰볼 전망이다.

이날 새벽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은 남 변호사의 귀국을 기다리는 취재진으로 일찌감치 북새통을 이뤘다. 남 변호사는 지난 1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LA 톰브래들리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이날 오전 5시께 한국 땅을 밟았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입국장 내부에서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5시 40분께 남 변호사가 검찰 측과 B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입국장에 긴박한 분위기가 흘렀다. 검은색 후드 점퍼와 어두운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그는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국 도피 의혹이 있었는데 왜 들어온 건가'라는 질문을 받자 남 변호사는 두 손을 모으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일정을 묻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쫓기듯 호송차에 탑승한 남 변호사는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가 오전 7시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바로 진행했다. 검찰은 체포 시한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4인방의 혐의가 배임·뇌물로 모아지면서도 약간씩 진술에 차이가 있어 검찰의 고민이 깊다. 검찰이 남 변호사를 체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뇌물공여약속 등이다. 우선 검찰은 남 변호사도 김씨와 마찬가지로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공범으로 판단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사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뺐고, 그 결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 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에게 적용한 뇌물공여약속 혐의가 눈에 띈다. 뇌물죄는 실제로 뇌물을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겠다고 약속한 그 자체만으로 범죄가 성립한다. 여기서 뇌물공여약속은 김씨와 함께 유 전 본부장에게 개발 수익의 25%인 약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가리킨다.


검찰은 여전히 녹취록 외에는 뚜렷한 물증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수사가 부실하다는 야당의 지적에 "계좌 추적을 죽어라 하고 있다"며 계좌 추적은 영장을 받아야 해 시일이 걸린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검찰은 또 남 변호사의 로비·부당이득 편취 등 혐의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한 회사 유원홀딩스에 두 차례에 걸쳐 35억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보내고, 김씨에게서 수표 4억원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보낸 3억원에도 남 변호사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향후 검찰이 남 변호사의 구속영장에는 기각된 김씨의 구속영장과 차별화한 내용을 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조계는 검찰이 남 변호사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한다면 남 변호사가 국내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은 점, 해외 잠적설이 나왔던 점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편 이날 유 전 본부장은 법원에 자신의 구속이 합당한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속적부심 심문기일은 19일 서울중앙지법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박윤예 기자 / 인천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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