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승용차 23분 거리 저상버스는 53분 걸려…장애인 유튜버의 도전

입력 2021/10/21 12:06
휠체어 탄 곽경원씨, 저상버스 타고 자전거·승용차와 이동 대결
"자유로운 이동 어려운 장애인들 이야기, 세상에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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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원 씨

전북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 모인 열한 명의 사람들.

교통 약자를 위한 저상버스와 자전거, 자동차에 나눠탄 뒤 2.3㎞ 떨어진 덕진광장까지 가장 먼저 도착하는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영상이 시작된다.

영상의 주인공은 휠체어를 탄 유튜버 곽경원(27)씨.

조이스틱을 굴리며 힘차게 노송광장을 빠져나가지만 곧 그의 어두운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저상버스는 장애인 곽씨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휠체어가 탈 수 있는 경사판(슬로프)을 내리기 위해 직진과 후진을 반복한다.

겨우 버스에 오르지만 이번에는 경사판이 접히지 않아 또다시 시간이 지체된다.

결국 경사판 고장 때문에 곽씨와 승객들은 모두 하차해 다음 버스를 타야 했다.

여기에 걸린 시간만 30여분.

그리고 다시 23분가량이 걸려서야 겨우 목적지에 닿았다.




2.3㎞를 가는데 총 53분이 소요된 것이다.

퇴근길에 길이 막힌 승용차는 23분, 자전거는 7분 만에 이미 도착한 터였다.

예상했던 대로 이 대결의 꼴찌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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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상버스 타고 이동하는 곽경원 씨

구디로그 스튜디오가 지난 6일 '체어맨-세기의 대결'이란 제목으로 올린 이 영상의 조회 수는 400회 남짓이다.

"대중교통 약자를 배려한 저상버스인데도 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쉽다",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댓글들도 달렸다.

곽 씨는 "애초에 130명만 영상을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400명도 충분히 의미 있다"며 웃었다.

그의 유튜브 출연 계기는 단순했다.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움직여야 했던 만큼 '장애인 이동권'은 언제나 고민해왔던 문제였다.

영상에서 확인된 것처럼 실제 저상버스는 경사판 등의 시설 점검이 제대로 돼 있지 않거나 휠체어 안전장치를 고정하기도 전에 출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버스 기사가 경사판을 내리는 버튼의 위치를 숙지하지 못해 곽 씨가 직접 알려준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대학생 때 활동가로 만났던 김현준 씨가 유튜브 출연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응했다.

그는 "영상 촬영을 위해 오랜만에 타 본 저상버스는 여전히 불편했다"며 "가장 늦게 도착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도 맨 마지막에 도착하니 조금은 속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앞으로도 그는 휠체어를 타고 전주 곳곳을 누비며 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한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다.

조만간 장애인콜택시의 긴 배차 문제를 담은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곽 씨는 "장애인들도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다"며 "아주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장애인 이동권에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사회에 이야깃거리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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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원 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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